“인도 성도, 대규모 폭력 사태 후 여전히 불안한 상태”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최소 73명 사망·400개 교회 불타… 피해자 대부분 기독교인

▲인도 지도. ⓒmapswire

▲인도 지도. ⓒmapswire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Manipur)에서 최근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해 최소 73명이 사망했으며 약 400개의 교회가 불타거나 파괴됐다. 피해자는 대부분 기독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현지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마니푸르 정부의 보안 전문가 쿨딥 싱(Kuldeep Singh)은 20일(이하 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전투 중에 약탈된 488개의 무기와 약 6,800발의 탄약이 회수됐다”고 전했다.

인도 북동부 준군사조직인 ‘아삼 라이플’은 추가로 22파운드(10kg)의 폭발물과 2,000개의 BIPL 기폭 장치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3일 임팔 계곡에서 시작된 폭력 사태는 추라찬드푸르와 임팔 계곡을 중심으로 전역에 확산돼 약 4일간의 혼란을 야기했다.

추라찬드푸르(Churachandpur) 지역의 언덕에 거주하는, 쿠키-조 공동체에 속한 대규모 기독교인들은 공격의 배후에 힌두교 메이테이 공동체의 ‘검은 셔츠’로 알려진 아람바이 텡골(Arambai Tengoll)과 메이테이 리푼(Meitei Leepun)이 있다고 말한다. 메이테이 기독교 공동체는 주로 임팔 계곡에 정착해 왔다.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앞서 마니푸르 경찰 훈련 대학, 2개의 지역 경찰서, 임팔에 있는 IRB 대대 캠프에서 1,000개가 넘는 무기와 10,000발의 탄약이 메이테이 힌두교인들에 의해 도난당했다고 보도했다. 또 익명의 소식통은 추라찬드푸르의 경찰서도 쿠키 공동체의 공격과 약탈을 당했다고 전했다. 

▲인도 마니푸르주에 위치한 교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오픈도어

▲인도 마니푸르주에 위치한 교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오픈도어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의하면, 이 기간 폭력이 고조되면서 최소 73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그 중 약 64명은 기독교 부족이었다. 또 200명이 부상을 입었다. 1,700채 이상의 주택이 피해를 입거나 완전히 파괴되거나 화재 피해를 당했다. 이 혼란으로 인해 약 50,000명이 집을 떠나야 했으며, 그 중 약 35,000명이 기독교인이었다. 

기독교 부족이 다수인 추라찬드푸르 메이테이 공동체의 집도 손상되거나 파괴됐다.

현지 소식통은 CP와의 인터뷰에서 “폭력과 그에 따른 긴장으로 메이테이 기독교인 주민들이 임팔 계곡을 완전히 떠났다. 정부 및 경찰 관리를 포함해 과거 이곳에 거주하거나 근무했던 모든 메이테이 주민은 해당 지역을 떠났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 지역의 기독교 단체들은 폭력의 확산 속에 397개의 교회와 6개의 기독교 기관이 불타거나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한다. 이 교회들은 주로 메이테이 기독교인들을 위한 예배 장소로 사용됐으며, 이러한 구조물은 공격의 주요 표적이 됐다고.

마니푸르 전체를 관할하는 임팔의 도미닉 루몬(Dominic Lumon) 대주교는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섰다.

그는 “전 지역에 걸쳐 절망감이 만연해 있다”면서 “소속과 관계 없이 모든 공동체가 계속되는 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임팔 교구 감독 대리인 바르게세 벨리카캄(Varghese Velikakam) 신부는 지역 경찰이 공격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폭력의 현장이 기록된 영상에는, 경찰이 부족민에 대한 폭력을 그저 지켜보거나 오히려 이에 가담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리카감 신부는 “교회는 신중하게 행동하고 중립을 유지하면서 평화와 일치를 증진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한편 인도 북동부 지역은 오랫동안 민족 간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마니푸르에서 메이테이 힌두 공동체와 부족 공동체는 토지 소유권 및 차별 철폐 정책과 같은 이슈를 두고 오랫동안 대립해 왔다.

2017년 주 선거에서 승리한 힌두 민족주의자 바라티야 자나타당(Bharatiya Janata Party)은 대다수의 부족 정착지를 보호림으로 재분류하여 사실상 불법 이민자로 취급해 왔으며, 이 움직임은 부족으로 인정받기 위한 메이테이 공동체의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두 단체 사이의 긴장을 상당히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마니푸르 최고 법원이 지난달 정부에 메이테이족의 법적 인정 요구를 부족 집단으로 인정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부족 공동체 사이에 불안감을 더욱 불러일으켰고, 최근 폭력사태는 부족의 학생 단체가 이러한 요구에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CP는 “힌두 메이테이 부족과 기독교 부족은 각각 주 인구의 약 42%를 구성한다. 이러한 균형에도 불구하고 힌두 메이테이는 역사적으로 국가의 정치 및 경제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해 왔다”며 “비평가들은 정부 소유 토지에 대한 불법 건축 혐의로 임팔에 있는 교회를 철거하라는 싱 주총리의 과거 명령이 지역 사회의 관계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광범위한 폭력과 표적 공격은 이 지역에서 종교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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