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마지막 소원’ 사직야구장 찾아가 응원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십이지장암으로 온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병동 입원한 김태현 씨

“와, 만세, 고향팀 신세계가 이겼다!”

십이지장암에 걸려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부산 온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 입원 중인 김태현(54) 씨는, 주말인 지난 20일 아내와 친구들과 함께 부산 동래구 사직동 사직야구장을 찾아 잠시나마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김태현 씨. ⓒ온종합병원 제공

▲김태현 씨. ⓒ온종합병원 제공

인천이 고향인 김 씨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열렬한 팬이다. 주말에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SSG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부인과 함께 직접 관람하기를 원했다. 환자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호스피스완화병동 간호사들이 예매를 시도했으나, 매진 상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김 씨가 실망할까 봐서 간호사들은 병원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 전략기획실 측이 롯데자이언츠 구단에 김 씨 사연을 설명하니 구단 측은 흔쾌히 받아들여 입장권 5장을 무료 제공해줌으로써 김 씨가 극적으로 당일 야구 관람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주치의로부터 특별외출 허가를 받고 사직구장에 도착하자마자 김씨 일행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홈팀 관중석에서 가슴 졸이면서 원정팀 SSG를 응원했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롯데팬들에게 둘러싸인 김 씨는 그들과 함께 롯데 응원가 떼창에도 합류했다. 고향팀은 처음부터 롯데를 압도했다. 좋아하는 팀 에이스 김광현이 호투할 때마다 그는 병색으로 가늘어진 어깨까지 들썩였다. 경기하는 두세 시간 내내 그는 고향 인천구장에서처럼 SSG를 향해 열띤 응원을 보냈다. 그는 내내 즐거워했고, 그에게서 ‘환자’라는 어떤 징후도 포착할 수 없었다. 경기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죽음을 깜빡 잊고 행복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태현 씨는 지난 2021년 12월 모 대학병원으로부터 바터팽대부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2월 같은 병원에서 원발암이 간 및 폐, 림프절로 전이된 것을 확인하고, 췌십이지장을 절제하는 ‘휘플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실시했으나 김 씨가 견디지 못해 1회 만에 중단했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기암 판정을 받은 김 씨는 지난 5월 9일 온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 입원했다.

이날 김 씨와 함께 사직구장을 찾았던 부인 윤경란 씨(54)는 “사직구장에서 남편은 아픈 이후에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다”면서, 특히 “예전에 남편과 함께 테니스동호회 활동을 했던 친구 두 분이 야구장까지 동행해줘서 남편은 더 기뻐했다”며 연신 남편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환자 김 씨는 “그동안 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고통이 너무 심했으며, 야구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놓고, “호스피스완화 병동에 입원한 이후 병원에서 마련한 각종 프로그램 덕분에 몸 컨디션이 정말 좋아지는 것만 같다”며 온종합병원 호스피스병동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 씨는 “SSG의 오랜 팬이라 매년 야구장에 갔는데, 뜻밖의 기회에 경기도 보고 SSG의 승리까지 즐길 수 있었다”며 병원 측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장)은 지난 2017년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24병상)을 개설·운영하고 있으며, 음악요법, 원예요법, 다도요법, 미술요법, 림프마사지요법, 간단한 손·발 마사지, 집밥 서비스, 생일잔치, 사별가족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의 정서안정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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