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구속(救贖)과 구원(救援)이 별개인가: 김세윤 박사의 구원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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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성경은 그리스도가 택자의 죄를 위해 ‘단 한 번 속죄 제사’를 드림으로 ‘그의 원죄(original sin, 原罪)’ 그리고 ‘그의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자범죄(actual sin, 自犯罪)’를 다 구속(救贖)했으며, 그 결과 그가 구원(救援)받는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구속(redemption, 救贖)’과 ‘구원(salvation, 救援)’을 연속선상에 두지 않고, 전혀 별개로 구분지어 그리스도의 구속을 입었다고 절로 다 구원받는 것은 아니며, 구속을 받아도 구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속받은 자’가 구원을 받을지 못 받을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그가 삶을 다 산 후에라야 결정된다고 한다. ‘로마가톨릭(Roman Catholicism)’을 비롯해 ‘안식교(Seventh Day Adventist Church)’ 등이 그렇게 가르친다(한국의 김세윤 박사 역시 이들의 견해를 추종하는 듯하다).

안식교 창시자 ‘엘렌 지 화잇(Ellen G. White)’의 ‘조사 심판론(調査審判論)’은 이들의 주장을 잘 대변해 준다. 이러한 그들의 주장의 배경엔 두 가지 논거가 있다.

◈‘구속’과 ‘구원’을 별개로 봄

그들은 ‘구속’은 ‘오직 그리스도의 주권 영역’이지만, ‘구원’은 ‘하나님의 영역인 동시에 인간의 영역’이라고 한다. 따라서 누가 ‘구속’을 받았다고 자동적으로 ‘구원’받는 것은 아니며,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성경은 ‘구속’도 ‘구원’도 다 ‘그리스도의 주권 영역’에 속한다고 가르친다. 또 그리스도가 택자를 ‘구속’만 해놓고 ‘구원’은 인간에게 떠넘기질 않으며, 구속한 자들을 반드시 구원해 내신다고 한다. 다음 구절은 ‘구속’은 물론 ‘구원’도 ‘사람의 일’이 아닌 ‘그리스도의 일’로 규정한다.

“그러면 이제 우리가 그 ‘피(구속, 엡 1:7)’를 인하여 의롭다 하심을 얻었은즉 더욱 그로 말미암아 진노하심에서 ‘구원’을 얻을 것이니 곧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 아들의 죽으심(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으로 더불어 화목되었은즉 화목된 자로서는 더욱 그의 살으심을 인하여 ‘구원’을 얻을 것이니라(롬 5:90-10).”

성경이 하나님을 ‘구속자(救贖者)’인 동시에 ‘구원자(救援者)’로 일컫는 것 역시 ‘구속’과 ‘구원’을 동일시 한데서 나온 결과물이다. “네가 열방의 젖을 빨며 열왕의 유방을 빨고 나 여호와는 네 구원자, 네 구속자, 야곱의 전능자인줄 알리라(사 60:16).”

실제로 성경은 어휘상 ‘구속’과 ‘구원’을 동일시하기까지 한다. 영어번역에서도 구속(redemption, 救贖)을 구원(salvation, 救援)으로, ‘구원(salvation, 救援)을 구속(redemption, 救贖)으로 서로 혼용한다.

물론 '구원의 서정(Order of Salvation)’에선 논리상 ‘구속’이 앞에 위치하고 ‘구원’이 마지막에 존치되지만, 실제로 둘은 동일선상 위에 있으며 ‘시간차(時間差)’가 없다. 이는 ‘구속’의 효과가 최종의 ‘구원’에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값으로 사서 소유한다’는 ‘구속(救贖)’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구원’개념이 함의 돼 있다. ‘구속을 받아 하나님의 소유가 된 자’는 그의 절대적인 주권과 보호아래 있어 그의 구원이 실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는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 43:1)”. “산들이 예루살렘을 두름과 같이 여호와께서 그 백성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두르시리로다(시 125:2)”. “주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그의 천국에 들어가도록 구원하시리니 그에게 영광이 세세 무궁토록 있을찌어다 아멘(딤후 4:18).”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구분함

그들은 ‘구원의 확신(confidence of salvation)’을 주장하는 이들을 비합리적이라고 비난한다. 그에 대한 그들의 논거는 ‘구원’은 인생 최후에 결정되는데, ‘구속’만 받아놓고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구원'을 미리 예단할 순 없다는 것이다.

설사 누가 이제껏 ‘자신의 구원을 확신’할 만큼 완전한 삶을 살았더라도, 아직 그에겐 도래하지 않은 미래가 남아 있으며, 그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예컨대 그가 어떤 심대한 도덕적인 타락을 할지 혹은 배교하고 하나님을 떠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가변적인 미증유(未曾有)의 미래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구원에 대해 확신을 갖는 것은 ‘미신’에 가깝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그들이 이렇게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나누어, 그것들이 마치 단절된 불연속선(Iine of discontinuity, 不連續線)상에 있는 것처럼 만드는 그들의 논거가 비과학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시간이란 그렇게 무우 자르듯 토막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시계 초침이 ‘째깍’하는 순간 ‘현재’는 이미 ‘과거’로 넘겨지고, 과거로 넘겨진 ‘현재의 공석(空席)’에 ‘미래’가 곧 바로 들어와 또아리를 튼다.

이런 점에서 ‘현재 없는 미래만의 미래, 미래 없는 현재만의 현재는 없다’고 함이 옳으며, 그 사람의 ‘과거·현재·미래’를 토막내 그의 신앙을 평가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지성적이고 위험하다.

그가 지금 그리스도를 믿고 있다면 곧바로 현재로 유입될 미래에도 그를 믿을 것을 예단할 수 있다. 아니 ‘구속의 효력(the effect of redemption)’이 그로 하여금 계속 믿음을 견지토록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설사 그에게 일시적인 ‘도덕적 타락과 배교’가 있을지라도 그가 받은 구속과 그의 믿음은 무효화되지 않고 ‘회개와 새 출발’을 가능케 하며, 구원에 대한 확신도 여전히 견지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구속’이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한 영원 속에서 성취됐다’는 사실에서 ‘구원의 확신’은 더 ‘설득의 근거’를 갖는다. 자기가 기여한 것이 없는 ‘자신의 원죄’를 소급해 속(贖)할 수 있다면, 아직 맞닥뜨리지 않는 ‘미래의 자범죄’를 앞당겨 속(贖)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를 인하여 그는 새 언약의 중보니 이는 첫 언약 때에 범한 죄를 속하려고 죽으사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히 9:15).”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조상의 유전한 망령된 행실에서 구속’된 것은 은이나 금 같이 없어질 것으로 한 것이 아니요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한 것이니라(벧전 1:18-19).”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 가셨느니라(히 9:12).”

‘오직 자기(그리스도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뤘다’는 말은 ‘그리스도의 피의 속죄의 효력이 완전하고 영원하다’는 뜻과 함께 ‘택자의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죄를 다 속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도 바울도 ‘구원’에 ‘과거, 현재, 미래의 죄’를 동시에 다 포함시켰다. “하나님이 그처럼 큰 죽음의 위험에서 우리를 건져 주셨으니 앞으로도 건져 주실 것이며 또 건져 주시리라 믿습니다(고후 1:10).”

이는 다만 ‘현세의 환난에서의 구원’에 한정하지 않고, ‘구속사적(救贖事的)인 구원’까지 다 함의한다. 호크마(Chokmah) 주석은 이 구절을 “하나님은 자신을 의지하는 자를 구원하시되 시간과 횟수에 제한 없이 영원히 보살피신다”고 해석했다.

‘그리스도의 속죄의 영원성’에 대한 다음의 한 신학자의 말 역시 적절해 보인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는 영원한 속죄다. 하나님은 영이시기에 영 안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없고 영원한 현재 뿐이다. 시간의 흐름 안에서 시간을 느끼고 사는 것은 육체를 입고 있는 동안이다. 영 안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죄가 영단번에 사함을 받았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진리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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