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스 성경, 140년 만에 북한 땅에 다시 들어가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순교자의소리, ‘21세기 독자판’ 누가복음 최근 반입

현재의 북한, 존 로스 당시 조선처럼 기독교 핍박
존 로스 성경, 북한 말투로 백성들에게 복음 전달
성경에 기반 둔 북한 사역, 더 많은 교회 참여하길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을 들고 있는 현숙 폴리 목사(왼쪽)와 에릭 폴리 목사(오른쪽). ⓒ크리스천투데이 DB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을 들고 있는 현숙 폴리 목사(왼쪽)와 에릭 폴리 목사(오른쪽). ⓒ크리스천투데이 DB

1882년, 조선인 몇 명이 최초의 한국어 번역본 성경을 중국의 선양(Shenyang)에서 지금의 북한 지역으로 밀반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경이 바로 스코틀랜드에서 중국으로 파송된 존 로스(John Ross) 선교사가 조선인 몇 명과 함께 번역한 누가복음이었다.

전 세계 핍박받는 성도들과 동역하는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는 “그때로부터 1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순교자의소리에서 새로 펴낸 ‘21세기 독자판’ 누가복음을 가지고 그 때와 동일한 업적을 이뤄가고 있다”고 전했다.

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우리가 새로 번역한 존 로스 누가복음이 이번 달 북한에 반입돼 지하교인들 손에 전해졌고, 그 성도들이 크게 기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성경 수령자들과 단체의 안전을 위해 정확한 세부 사항은 기밀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 북한에서는 남한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로부터나 디지털 성경, 인쇄된 성경, 오디오 성경 등 어떤 형태로든지 성경을 반입하는 것은 범법 행위로 간주된다”며 “북한에 반입된 존 로스 성경을, 남한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 단체가 보급했던 성경과는 의도적으로 다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오늘날 북한의 상황은 최초의 조선어 성경을 조선 땅으로 운반했던 성도들과 존 로스 선교사가 사역했던 시대의 조선의 상황과 여러 가지 면에서 동일하다. 북한에서 성경을 소유하거나 선교사와 접촉한 것에 대한 처벌은 140년 전의 조선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바로 죽음이다. 따라서 최초의 조선 기독교인들에게처럼 오늘의 북한 성도들에게도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하나님 말씀의 능력이 140년 전과 똑같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존 로스 성경이 북한에 다시 반입되고 있다는 소식을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는, 한국 교회와 전 세계 교회가 성경에 기반을 둔 북한 사역에 참여하도록 권면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북한을 마음에 품고 있는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북한의 대학에서 가르치고, 북한 정부에서 허가한 인도주의 사역을 위한 돈을 보내고, 북한에 복음의 문이 ‘열릴 때’를 준비하며 훈련하는 것만이 북한 주민을 위한 유일한 선교 활동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이 디모데후서 2장 9절에 기록한 것처럼 ‘하나님 말씀은 매이지 않는다!’ 성경은 오늘날 북한 내부에 계속 들어가고 있으며, 실제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성경을 읽고 변화되고 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중립적인 기관들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성경을 기반으로 하는 북한 사역이 활발히 전개됨에 따라 북한 내부에서 성경을 목격한 북한 주민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비영리 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Information Center)는 2000년에 북한 내부 주민 가운데 눈으로 직접 성경을 본 사람이 사실상 0%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단체는 그 연구를 계속 업데이트해 왔는데, 2020년 말에는 그 수치가 약 8%로 올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가 20년 동안 매년 4만 권에서 5만 권의 조선어 성경을 한국 외부의 북한 주민에게 인쇄본과 전자책 형태로 배포해 왔고, 매일 다섯 차례 북한에 송출되는 단파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성경을 낭송하고 있지만, 이번에 존 로스 성경이 북한에 다시 들어가게 된 것은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존 로스 성경은 그리스도의 음성을 한국의 평범한 백성들에게 처음 들려 준 방법이었다. 존 로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을 비롯한 모든 등장 인물이 북한 말투로 말한다. 그 성경을 번역한 분들이 북한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평범한 한국인들도 초창기 기독교인들에게 들렸던 그리스도의 음성을 다시 듣고, 원래의 성경 번역본에 담긴 영적 능력을 체험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이어 “존 로스 성경은 국어가 표준화되기 이전에 완성됐기 때문에, 북한 사람이나 남한 사람이나 원래의 번역본을 읽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현대 독자들이 140년 전에 출간된 존 로스 성경을 쉽게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글자 방향(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과 어순, 문법 및 맞춤법을 조정했고, 원문의 표현을 유지하면서 생소한 어휘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주해를 첨가했다”고 덧붙였다.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은 원래의 크기와 판본 그대로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녀는 “이 성경은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독자판이다. 이 성경은 누구나 어디에서든 쉽게 읽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이 성경은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가방에 편하게 넣어 뒀다가 지하철에서 꺼내 읽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모든 한국인이 적어도 한 번은 존 로스 누가복음을 읽어야 할 것”이라며 “존 로스 성경은 처음 20년 동안 한국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유일한 한글 신약성경이었다. 한국교회가 형성되던 시기에 사용되던 존 로스 성경은 평신도가 성경 하나만으로 하나님을 온전히 배울 수 있는 교회 형태를 한국교회에 영구적으로 남겼다. 하나님께서는 서양 선교사들이 한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 관한 지식을 한국 기독교 1세대에게 전하기 위해 존 로스 성경을 강력하게 사용하셨다”고 했다.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은 순교자의소리에서 향후 2년간 출간할 신약성경 3권 가운데 첫 번째 책이다. 순교자의소리는 2023년 중반에 누가복음과 요한복음과 사도행전 세 권을 합본으로 출간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2024년에는 신약성경 전체를 담은 ‘21세기 독자판’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 번역본들도 북한 내부에 들여보낼 계획이다.

구입 문의: www.vomkorea.com/store, 02-206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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