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방송 선구자’ 팻 로버트슨 목사, 93세로 별세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복음 전파, 이웃 섬김, 다음 세대 교육에 평생 헌신”

▲팻 로버트슨 목사. ⓒCBN 뉴스 캡쳐

▲팻 로버트슨 목사. ⓒCBN 뉴스 캡쳐

저명한 보수 기독교 방송인이자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팻 로버트슨(Pat Robertson)이 8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버지니아 비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3세. 유족으로 4명의 자녀, 14명의 손주, 24명의 증손주가 있다.

CBN뉴스는 “유명한 기독교 방송 네트워크 프로그램인 ‘The 700 Club’의 장기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로버트슨은 복음을 전파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고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 “팻은 주님에 대한 지식에 갈망이 있었고, 예수님의 사랑과 신실하심을 세상과 나누기를 원했다. 그의 마음의 소망은 모든 이들이 예수님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고 했다.

1930년 3월 22일 버지니아주 렉싱턴에서 마리온 고든 로버트슨(Marion Gordon Robertson)으로 태어난 로버트슨은 1950년 워싱턴과 리 대학교에서 우등으로 예술 학사 학위를, 1955년 예일 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1959년 뉴욕신학교(New York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로버트슨은 미 해병대에서 예비군으로 있던 중, 1950년대 한국전쟁에 파견돼 주로 전선에서 몇 마일 떨어진 본부에서 복무했다.

1960년 로버트슨은 버지니아주 노포크에 있는 프리메이슨 스트리트 침례교회에서 남침례회 목사로 안수를 받았다. 이후 1988년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안수 서약을 종료했다.

1954년에는 아델리아 엘머와 결혼해 2022년 사망할 때까지 함께했으며, 현재 ‘The 700 Club’의 진행자인 고든 로버트슨을 포함해 4명의 자녀를 뒀다.

1960년에는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를 설립했다. 주력 프로그램인 ‘The 700 Club’은 현재까지 정규 프로그램으로 남아 있다. 버지니아주 포츠머스의 지역 TV 방송국으로 시작된 CBN의 프로그램은 이제 전 세계에서 시청할 수 있다.

오늘날 CBN은 24시간 전화 기도 라인을 통해 약 200개 국가에 케이블, 방송 및 위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다방면의 비영리 조직이다. CBN은 중국어에서 스페인어, 터키어에서 웨일스어에 이르기까지 122개의 다른 언어로 국제 사역을 하고 있다.

로버트슨은 1977년에는 버지니아 비치에 리젠트대학교(Regent University)를 설립해 수 년 동안 총장을 역임했다. 이듬해 그는 국제구호단체인 OB(Operation Blessing International Relief and Development Corporation)를 설립했다.

1990년에는 국제가정엔터테인먼트(International Family Entertainment)를 설립하고 공동 의장을 맡았다. 이후 회사는 폭스 패밀리 채널(Fox Family Channel)이 됐다가 2001년 디즈니가 인수하면서 ABC 패밀리(ABC Family)가 됐다.

로버트슨은 또한 1990년에 보수적인 법률 회사인 미국법과정의센터(American Center for Law & Justice, ACLJ)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픽션과 논픽션을 포함해 거의 20권의 책을 저술했다.

1986년 로버트슨은 1988년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자금이 풍부했고 아이오와와 미네소타에서 강세였지만, 결국 조지 부시(George HW Bush)에게 졌다.

1987년 로버트슨은 보수적 정치 단체인 기독교연합(Christian Coalition)을 설립했다. 1990년대 기독교연합(Christian Coalition)은 초당파 유권자 안내서를 제작해 교회에 배포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제작한 유권자 가이드가 당파적이라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1999년 IRS에 의해 면세 지위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로버트슨은 공인으로서 사회 문제, 종교 및 정치에 대해 자주 논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The 700 Club’를 진행할 때 도발적인 발언을 하여 종종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이틀 후, 로버트슨은 ‘700 클럽’에 제리 파웰 목사를 초청했다. 방송 직후 로버트슨은 성명을 통해 “이 나라에 대한 공격의 책임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그들을 숨겨준 테러리스트와 국민과 국가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2010년 대지진이 아이티를 강타한 후에는 카리브해 국가가 부두교를 수용하고 건국 당시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면서 아이티를 비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0년대에 로버트슨은 마리화나 비범죄화를 지지했으며, 한때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결혼한 사람들은 질병 때문에 이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우고 차베스를 암살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논란이 되자 이를 사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자였던 그는 트럼프가 2020년에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그해 12월 민주당 도전자 조 바이든이 정당하게 승리했음을 인정했다 .

2017년 8월 말에서 떨어져 로버트슨은 경미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2018년에는 색전성 뇌졸중을 앓았고, 이로 인해 며칠 동안 입원해야 했다. 그는 같은 달 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돌아와 자신의 회복을 하나님의 ‘기적적인 치유’의 예로 언급했다.

2021년 10월 1일 ‘The 700 Club’ 60주년 기념식의 일환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로버트슨은 55년 만에 은퇴를 발표했다. 이후 가끔씩 방송 게스트로 출연했으며, 리젠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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