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무엇이 ‘부정하고 깨끗함’이며, ‘죄이고 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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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무엇이 부정하고 무엇이 깨끗한가?

유대인들은 사람이 몸의 양피(foreskin, 陽皮)를 베는 ‘육체의 할례(the circumcision of flesh)를 행했느냐 행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안 되고, 천국과 지옥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또 그들은 음식 먹을 때 ‘손을 씻고 안 씻고’에 따라 사람이 부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그들은 위생 때문에 손을 씻은 것이 아니라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으면 사람의 영혼이 더러워진다고 믿었다).

이러한 그들의 ‘손 씻는 결례 의식(purification ceremony)’은 ‘사람의 깨끗하고 더러움’에 대한 왜곡된 개념을 확산시켰다.

예수님은 이러한 ‘그들의 왜곡’에 대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고,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며 ‘사람의 정·부정(淨不淨)의 기준’이 ‘육체(肉體)’가 아닌 ‘사람의 마음’에 있다고 했다.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하시고… 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느냐 이는 마음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배에 들어가 뒤로 나감이니라 하심으로 모든 식물을 깨끗하다 하셨느니라 또 가라사대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막 7:15-20).”

예수님이 유대인들을 향해 ‘소경, 우맹(마 23:17)’이라고 비난한 것도 이러한 그들의 ‘왜곡된 맹신(盲信)’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들은 하나님이 ‘깨끗하다’ 한 것을 ‘부정하다’고 했고, ‘부정하다’고 한 것을 ‘깨끗하다’고 했다.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의 제자가 된 베드로조차 ‘유대교(Judaism)’의 물이 안 빠졌을 때, 하늘로부터 ‘부정한 짐승들을 잡아먹으라’는 음성을 듣고선 ‘그것들을 먹어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행 11:7-8)’고 항거했다.

이에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말라(행 11:9)’는 책망의 소리를 들었다. 이는 장차 이방인들이 복음 전도를 받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하게 될 것을 말 한 것이다.

사람이 ‘정(淨)’하고 ‘부정(不淨)’하고는 ‘먹는 음식’이나 ‘손 씻는 결례의식’에 의해서가 아닌 오직 ‘믿음의 여부(與否)’에 의해 결정되며, ‘사람의 부정’을 씻는 것도 ‘믿음으로 말미암은 마음의 씻음’에 있다.

“믿음으로 저희 마음을 깨끗이 하사 저희나 우리나 분간치 아니하셨느니라(행 15:9)”, “깨끗한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깨끗하나 더럽고 믿지 아니하는 자들에게는 아무 것도 깨끗한 것이 없고 오직 저희 마음과 양심이 더러운지라(딛 1:15)”.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약대는 삼키는 이들

유대인들은 ‘사람의 정(淨)·부정(不淨)’에 대해 무지했을 뿐더러, ‘죄(罪) 아닌 것을 죄로, 죄(罪)를 죄 아닌 것’으로, ‘큰 죄를 작은 죄로, 작은 죄를 큰 죄’로 왜곡시켰다. 그들은 ‘모세의 율법’ 하나를 어긴 것은 큰 죄로 여기면서도, 이에 비할 수 없는 ‘예수를 부인(否認)하는 가공할 죄’는 죄로 여기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율법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음’을 알지 못했을 뿐더러, ‘모세의 법을 무시한 죄’와 ‘아들과 성령을 욕되게 한 죄’는 그 무게에 있어 비교 불가하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요 1:45)”.

“모세의 법을 무시한 자도 두 세 증인을 인하여 불쌍히 여김을 받지 못하고 죽었거든 하물며 하나님 아들을 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하는 자의 당연히 받을 형벌이 얼마나 더 중하겠느냐 너희는 생각하라(히 10:28-19)”.

여기서 “하나님 아들을 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하는 자(28절)”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믿지 않아 ‘그가 흘린 피’와 ‘그 피를 증거 한 성령’을 욕되게 한 자”를 뜻한다.

성경이 가르치는 이런 ‘죄’와 ‘죄의 경중(輕重)’의 기준은 유대인이 가르치는 ‘기준’과는 전혀 달랐다. 다음의 예수님의 ‘죄·의·심판’의 가르침 역시 그러하다.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 ‘죄에 대하여’라 함은 저희가 나를 믿지 아니함이요. ‘의에 대하여’라 함은 내가 아버지께로 가니 너희가 다시 나를 보지 못함이요 ‘심판에 대하여’라 함은 이 세상 임금이 심판을 받았음이니라(요 16:8-11).”

풀어서 말하면 ‘믿는 것이 의(義)고 믿지 않는 것이 죄(罪)요, 예수 그리스도가 있는 곳에 의(義)가 있고 그가 없는 곳엔 의가 없으며, 세상의 임금에 대한 심판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 이미 시행됐다(창 3:15)’는 말이다.

이 ‘새로운 기준’은 ‘성전에서 기도하던 바리새인과 세리에 대한 예수님의 평가’에 그대로 적용됐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지 아니한(눅 18;11-12)’ 자기의 율법적 의를 내세운 바리새인보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긍휼(유 1:21)’을 의지한 세리(稅吏)를 더 의롭다고 해 주셨다(눅 18:14).

이 둘의 예는 ‘율법’은 아무리 ‘죄인’이 그것을 철저하게 준수한다 해도 그것이 결코 그를 의롭다고 해 주지 않는다는 것과, ‘죄인의 구원’은 오직 오직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긍휼에 의존돼 있음(유 1:21, 롬 8:39)’을 말한 것이다.

성경 역시 시종(始終) 죄인은 결코 ‘율법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가르치며, 그러한 만족을 모르는 ‘율법의 속성’을 ‘아이 배지 못하는 태’, ‘물로 채울 수 없는 땅’, ‘족하다 하지 아니하는 불(잠 30:16)’에 비유했다.

사도 바울이 과거 유대교에 몸담고 있었을 때 사람들로부터 ‘율법의 의(義)로는 흠이 없는 완전한 자(빌 3:6)’라는 평가를 받았고, 자신도 스스로를 그렇게 인정했다.

그러나 후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의 의(義)’를 얻고 ‘만족을 모르는 율법의 속성’을 깨달은 후, 그런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직 ‘믿음의 의’만 신뢰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적나라한 그의 고백이다.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0-24)”.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아는 고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나니 이는 우리가 율법의 행위에서 아니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서 의롭다 함을 얻으려 함이라 율법의 행위로서는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없느니라(갈 2:16)”.

예수님이 유대인들을 향해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약대는 삼킨다(마 23:24)”고 하신 말씀은 그들이 ‘율법의 조문 하나’를 어기는 것은 대죄(大罪)로 여기면서, ‘율법의 마침(롬 10:4)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안 믿는 것’에 대해선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을 빗대서 하신 말이다.

오늘도 ‘도덕(율법)의 중요성’에 대해선 피 튀기며 열변을 토하면서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믿음의 의(義)’에 대해선 함구하거나 소극적으로 말하는 이들 역시 예수님으로부터 그런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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