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을 원하는 선교사, ‘이양’을 원하는 현지 목회자
선교 현장의 방향성과 리더십 이양 등을 두고 선교사와 현지인 사역자 간의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13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진행되는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엔코위) 둘째 날에는 아프리카와 몽골 선교지 현황에 대한 브리핑도 있었다.
아프리카 급성장… “타잔·부시맨은 옛날 이야기”
현지 지도자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맡겨 달라”
둘째 날 주제강의에서 ‘세계 기독교: 아프리카의 실제’를 주제로 발표한 김영섭 선교사(GMS)는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NGO들의 구호 광고에서처럼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선입견을 벗어 달라”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여주면서 블랙이 아닌 컬러풀 아프리카로 인식이 바뀌고 있고, 젊은이들은 유학으로, 상인들은 비즈니스로, 종교인들은 선교로 북미와 유럽과 아시아에 가고 있다. 타잔 시대, 부시맨 시대, 아웃 오브 아프리카 시대는 벌써 지났다”고 했다.
김 선교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아프리카 기독교는 괄목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아프리카의 기독교 인구는 100년 전에는 무슬림의 4분의 1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에는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회심을 강조하고, 성경의 가르침에 신앙의 기본을 두며, 아주 활동적이다. 그는 “아프리카가 사회 문화 전반을 주도하는 세계를 의미하는 ‘크리스텐덤(Christendom)’에 가장 어울리는 대륙이자 새로운 기독교 중심 세계로 부상했다”고 소개했다.
2001년 발족한 아프리카 교회들의 대표적 협의체 MANI(Movement for African National Initiatives)를 중심으로 미전도종족 복음화에 힘쓰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륙 간 전략을 협의하는 등 세계 선교 과업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 이민자들이 디아스포라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김 선교사는 “2023년 여호수아 프로젝트 보고에 의하면, 아프리카의 3,707 부족 가운데 아직도 1,000여 미전도종족들이 남아 있기에 선교의 필요성이 큰 대륙”이라면서도 “동시에 아프리카 교회는 부흥하고 성장했으며, 이들 스스로가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돼야 하는 필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외국 선교사들이 주도하는 선교를 원치 않는다. 기독교 나라들인 동부 아프리카에서 선교사 비자를 받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프리카 기독교 지도자들이 전해 온 조언을 소개하며 △우리(아프리카 기독교 지도자들)가 할 수 있는 것(교회 개척, 신학교·교단 운영)은 우리가 하도록 두라 △우리가 어려워하는 사역들(무슬림 사역, 미전도종족, 제자 양육, 성경 번역, 문해사역, 전방개척, 전문인사역)에 협력하라 △현지 문화와 현지어를 배우고 함께 사역하라 △한국인들만 모여 사는 게토화를 만들지 말고 현지인들과 더불어 살라고 권고했다.
김 선교사는 “우리는 그 동안 아프리카 대륙을 너무 경제적인 기준으로만 바라보고, 우리가 무조건 줘야만 하는 나라로 봤다”며 “우리나라에서 하는 식으로 지교회를 개척하는 자기중심적 선교를 하지 말고, 기존의 현지 복음주의 교단 및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사역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몽골 지도자 55.6%가 “지금은 이양·철수 단계”
한국 선교사는 18.8%만 그에 동의… 인식차 커
‘개척 부모 단계에서 동역 이양 단계로’를 주제로 발제한 이대학 선교사(국제풀뿌리선교회 몽골 대표)는 “30년 전 몽골은 단 한 명의 기독교인, 단 한 개의 기독교회가 없는 곳으로 보고됐지만 1990년 공산·사회주의에서 체제 전환 이후 현재 700여 기독교회가 세워졌고 2020년 현재 전체 몽골 인구의 1.4%인 46,331명이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 선교사는 “몽골 선교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끼친 영향이 실로 크다고 자타가 인정한다. 지리적인 인접성, 인종적인 유사성, 언어적인 친연성, 한국인에 대한 환대, 한국교회의 선교적 열정, 한국 선교사들의 연합과 협력 등의 요인으로 몽골 땅에서 많은 선교적 열매를 거뒀다”고 했다.
올해 4월과 5월 몽골 지도자 106명과 한국 선교사 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몽골교회 상황에 대한 양측의 인식은 온도차는 꽤 컸다. 선교사와 현지 교회의 관계에 대해 몽골 지도자는 55.6%가 ‘이양·철수 단계’라고 답했지만 한국 선교사들 중 그 같은 답변은 18.8%에 불과했다. ‘동역 단계’라고 답한 몽골 지도자는 25.9%인 반면, 한국 선교사는 57.8%였다.
몽골 선교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몽골 목회자들은 ①제자훈련 및 양육(22.4%) ②복음 전도(14.6%) ③주일학교‧청소년 교육(13.7%) ④목회자 및 지도자 훈련(12.1%) 순으로, 한국 선교사들은 ①목회자·지도자 훈련(25.6%) ②제자훈련 및 양육(21.9%) ③주일학교 및 청소년 교육(15.0%) 순으로 답했다.
사역의 가장 중요한 사항에 대해 몽골 목회자들은 지속적인 재훈련(30.6%)과 사역적 지도와 멘토링(26.9%), 재정적 지원(21.3%)을 요청하고 있지만, 한국 선교사들은 사역적 지도와 멘토링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을 훨씬 넘었다.
“이양 후 실수하더라도 간섭 말고 신뢰해 달라”
현지인 존중 않고 군림하는 등 부정적 영향도…
몽골 목회자들은 선교사들이 이양과 철수 이후에도 사역적 지도와 멘토링을 계속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만에 하나라도 실수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끝까지 간섭하지 말고 신뢰해 주기를 선교사들에게 요청했다.
안타깝게도 선교사들이 끼친 부정적 영향도 있었다. 이는 현지인을 존중하지 않는 선교(24%), 군림하고자 하는 자세(22.2%), 개인주의적 선교(17.4%), 교단 및 교파 분열(14%), 돈으로 하는 선교(10.3%)라고 몽골 목회자들은 답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주도권을 겸손히 내려놓고 선교지의 필요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몽골 목회자들을 더 인정하고 존중하고 신뢰하며 그들과 동반자적 선교 사역을 해야 한다”며 “동역과 철수 및 이양 단계에 맞는 전문적이고 선교 현지의 필요 중심적인 사역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