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세상 대신 목자의 음성에 귀 기울이기
고통의 길에서 은혜를 만나다
데이비드 폴리슨 | 권명지 역 | 토기장이 | 144쪽 | 12,000원
고통 없는 삶은 없다. 사람이 하나님을 떠난 첫날부터 모든 인생은 강건하면 팔십을 살아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다(시 90:10).
하나님께 돌아온 인생은 다른가? 그렇지 않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은 하나님 언약의 축복을 받은 자였지만, 험악한 인생을 살았다고 고백한다(창 47:9). 의로운 자의 대명사 욥의 삶은 어떤가? 왜 의인의 삶에 고통이 이렇게 많을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데이비드 폴리슨은 우리의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권면한다. “왜 당신이죠? 왜 생명의 주인이신 당신이 오신 건가요? 왜 이 악한 세상 속으로 들어오려 하시나요? 왜 이런 상실, 나약함, 고난, 슬픔, 죽음을 통과하려 하시나요? 이 모든 사람 중 하필 왜 저를 위해 이렇게 하시나요(138-139쪽)?”
폴리슨은 우리의 시선을 고난과 그것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자신에게서 돌려, 고난 속에 임하시는 하나님과 그분의 은혜를 바라보게 한다.
데이비드 폴리슨은 제이 아담스가 시작한 성경상담학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성경상담학자이자 뛰어난 저술가이다. 그가 쓴 책은 무엇이든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성경적이다(토기장이에서 나온 <악한 분노, 선한 분노>를 반드시 읽어보라). <고통의 길에서 은혜를 만나다: 하나님의 은혜는 어떻게 고난 속에 임하는가>는 폴리슨이 쓴 그 어떤 책보다도 개인적인 책이다.
먼저 이 책이 쓰여진 동기부터 저자가 경험한 고난이었다. 50세가 되었을 때 심장 수술을 받고 장기 후유증으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고통받은 저자는 그 과정을 통해 이 책을 시작했다.
둘째, 각 장에서 폴리슨은 ‘나의 이야기’라는 소제목 아래 자신이 겪은 고통과 그 가운데 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눈다. 친구들의 조언, 날마다 묵상한 시편, 찬송시, 출석하는 교회 목사의 설교 등을 통해 하나님 은혜를 실질적으로 누렸던 저자의 간증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방편이 실제로 고난 중에 크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한다는 확증을 준다.
셋째, 흥미롭게도 이 책의 2장부터 8장까지의 내용은 ‘얼마나 견고한 토대인가(How Firm a Foundation)’라는 찬송가 가사를 한 절씩 묵상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심한 고난 중에 우리가 부르는 찬송이 얼마나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지, 특히 찬송 시에 담겨있는 진리가 슬픔과 절망 속에 있는 영혼을 일으켜 세우고, 바랄 수 없을 때 바라게 하는 소망을 준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데이비드 폴리슨이라는 탁월한 성경상담학자가 자기 영혼이 회복되는 과정에 일반적인 찬송과 시편 묵상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에 공감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일상에서 듣고 묵상하고 부르는 찬송이 얼마나 귀한 은혜의 방편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겐 고난 중에 부를 찬송과 시편이 참 많이 주어졌다.
넷째, 폴리슨은 “하나님의 은혜가 주는 선물은 당신의 필요에 딱 맞게 주어진다. 이 책의 절반은 당신 몫이다. 당신이 맡은 부분을 잘 해내면 더 나은 절반이 될 것이다(21쪽)”라고 말했다.
이 책엔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항목이 굉장히 많다. 빈칸을 채우고 자기 삶을 돌아보고 현재 당하는 고난 중에 느끼는 것과 바라는 것, 구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 등을 구체적으로 적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간증을 구체적으로 나눈 저자는 독자가 자신처럼 그들의 간증을 나누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절반을 완성하기를, 고난 속에 임하는 하나님 은혜를 자신처럼 풍성하게 누리기를 간절히 원한다.
바울과 베드로는 그리스도인이 고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하여 동일한 목소리를 낸다. 바울은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 1:24)”라고 했다. 베드로는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4:13)”라고 말했다.
고난이 기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영광스러운 하나님께서 고난 중에 우리에게 더욱 분명히 나타나시기(임재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 은혜가 고난 중에 우리에게 풍성히 임하여 “우리가 받는 위로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넘치”기 때문이다.
C. S. 루이스가 말한 것처럼, “고통은 귀먹은 세상을 불러 깨우는 하나님의 메가폰이다”. 그 은혜롭고 자비로우며 사랑스러운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질 때, 귀를 막고 오직 몰아치는 고난의 소리와 자기 영혼의 탄식 소리에만 빠져있는 독자에게, 데이비드 폴리슨이 전하는 이 책의 메시지가 큰 위로와 격려와 소망과 회복이 되기를 간절히 구한다.
하나님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 때에도 해를 입지 않도록 우리와 함께하시는 선한 목자이시다. 고난의 소리, 내 영혼의 소리, 세상 사람의 소리가 아닌 목자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동행하시는 목자를 바라보는 은혜를 누리게 하시길 바란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