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의료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이용한 인공 배아 생성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생명 윤리 전문가들, 관련 연구 규제법 필요성 지적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으로 합성해 만든 인간 배아의 모습.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교수 연구진 홈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으로 합성해 만든 인간 배아의 모습.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교수 연구진 홈페이지

미국과 영국 연구진이 난자와 정자가 아닌 줄기세포를 이용해 합성 인간 배아를 만드는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줄기세포 배합만으로 인간 발달의 가장 초기 단계의 배아를 생성하는 데 성공한 연구진은, 이것이 선천적 유전 질환과 유산, 난임 등의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러한 과학적 연구를 규제해야 할 즉각적인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미국·영국 및 기타 많은 국가들의 경우 합성 배아의 생성이나 분석을 감독하는 법률이 없는 실정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생물학 및 생물공학 교수인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Magdalena Zernicka-Goetz) 연구진이 14일(이하 현지시간) 미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 연례 회의에서 해당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제르니카-괴츠 교수는 회의에서 “우리는 (배아 줄기) 세포의 재프로그래밍으로 인간 배아와 같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아직 학술지에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에 생성한 배아 모델은 뇌와 심장 등 기본적인 신체 장기가 생겨나기 직전인 ‘배엽형성’(Gastrulation) 단계다. 보통 배아기 2주차쯤 나타나는 현상으로, 세포 분열과 증식을 거듭해 세포층을 형성하는 단계다.

연구진은 이 모델이 자연적으로 착상한 배아의 14일에 해당하는 발달 단계를 약간 넘어서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은 태아 발달 과정의 ‘블랙박스’로 여겨진다. 현대 과학이 완전히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실험에 사용된 배아줄기세포는 불임클리닉 환자에게서 기증받은 것이다.

제르니카-괴츠 교수는 연구 목적이 생명 창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배아가 수정과 착상 후 때때로 발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파악해 이로 인한 손실을 차단하고자 한다”며 “임신이 왜 실패하는지를 발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로저 스터메이(Roger Sturmey)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원도 “우리는 이 단계의 인간 발달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지만, 이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수정란 착상에 가장 많이 실패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합성 배아가 단기간 내에 임상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없다. 발달 초기 단계를 넘어설 잠재력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행법상 연구실에서 배아를 배양할 수 있는 기한은 최대 14일까지로, 그 이후에는 기증된 배아를 연구해야 하거나 임신부 검사 촬영본을 관찰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국가는 줄기세포로 제작된 인공 배아의 자궁 이식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이 연구가 진행된 영국은 물론 다른 대부분 국가에서 사실상 법의 범주를 벗어난 인공 배양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는 심각한 법적·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런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의 줄기 세포 생물학 및 발달 유전학 책임자인 로빈 러벨-배지(Robin Lovell-Badge)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러한 모델이 정상 배아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전체 의도라면, 정상 배아와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법률은 그렇지 않아 연구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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