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모은 ‘다음 세대 선교 동원’, 적극적 이해와 과감한 결단 요청
“시대가 변했는데 읽지 못하면서 이 시대를 이끌고 가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다음 대회에선 적어도 한 명씩 후배(다음 세대)를 데려와 이 자리를 채우자.”
다소 급진적인이었던, 하지만 많은 선교 지도자들에게서 호응을 이끌어냈던 이 메시지는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주최로 진행된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이하 엔코위) 폐회 직전인 16일 발표됐다.
대회 기간 참가자들은 10가지 세부 주제로 나뉘어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모인 전략과 방향성을 대회 말미 이틀에 걸쳐 소개했는데, ‘다음 세대 선교 동원’은 가장 마지막 순서에 위치했다. 발표를 맡은 CCC 김장생 선교사(해외선교팀장)는 “많은 말들을 했지만, 다음 세대가 유업을 이어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단연코 가장 관심을 모은 주제였다.
먼저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은 어두웠다. 한국선교연구원의 통계를 따르면, 장기 선교사의 연령분포에서 2, 30대의 비율이 1994년 70%에서 갈수록 낮아져 최근엔 7%까지 떨어졌다. 2, 30년 전 헌신했던 2, 30대가 그대로 중년이 됐고, 그 아래로 젊은 선교사들이 수급되지 않음을 보여 줬다.
학생선교단체와 주일학교 사역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전국에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가 50%를 넘었고, 대형교회조차 다음세대 사역은 힘들고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캠퍼스 사역의 가장 큰 어려움이 과거에는 기독교에 대한 무관심이었지만, 요즘에는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이라고 사역자들은 입을 모은다.
절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 청년 트랜드 리포트를 보면 전체 기독대학생의 14.5%가 해외 선교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경우 선교 헌신 의향이 25.5%에 달했다. 김 선교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선교 자원의 고갈은 밭의 문제가 농부의 문제다. 청년들은 영적인 목마름으로 스스로 우물을 파는데, 이들의 영적 수요에 대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 한국교회에 없는 건 ‘청년’ 아닌 ‘비전’
김 선교사는 다음 세대 선교 동원을 위해 6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교회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초대교회는 그리스로 옮겨 철학이 됐고, 로마로 옮겨 제도가 됐다. 유럽으로 옮겨 문화가 됐고, 미국으로 옮겨 드디어 기업이 됐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됐다.
그는 “청년이 교회에서 이탈하는 것은 복음의 본질을 듣지 못하고 교회에서 가르치는 말씀이 청년의 삶의 고민과 동떨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하고, 청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한국교회가 영적인 갱신과 십자가의 중심이 된 공동체인가. 선교적 비전을 청년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느냐”며 “한국교회 청년에게 비전이 없는 게 아니라, 한국교회에 비전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2. 교회와 선교단체의 콜라보레이션
둘째로는 ‘교회와 선교단체의 연합’을 요청했다. 그는 “그간 교회와 선교단체는 물과 기름 같기도 했다. 이젠 컬래버레이션을 해야 한다”며 “일반 교회는 선교 훈련, 가끔의 단기선교는 하지만 그 이후가 없다. 신학을 하고 교단 파송선교사가 될 수 있지만, 평신도로서 선교사로 헌신할 프로세스가 없다”고 했다. 반면 “선교단체는 선발부터 파송, 케어까지 모든 시스템을 갖췄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3. 다음 세대 문화를 배우고 수용하라
김 목사는 “다음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낮은 자세로 배우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흔히들 결혼, 연애, 출산, 취업 다 포기한 N포세대라 하지만, 이는 기성세대의 이해다. 포기가 아니라 거부한 것이다. 신조어를 얼마나 아는가.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문화가 밀려온다.
MZ세대를 다양성, 여가 중시, 가치 기반 소비, 자기중심적 재미 추구, 디지털 네이티브 등으로 이해하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그 이면에 훨씬 많은 상실감, 두려움,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를 이해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그는 “청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 상실감, 박탈감을 이해 못한다면 ‘라떼’, ‘꼰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4. 어릴 때부터 선교를 가르치라
김 선교사는 “아이들은 대학 전에 이미 진로와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학창 시절에 선교에 대해 듣지 못한다면 진로에 선교가 옵션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주일학교부터 아이들과 단기선교, 비전트립을 다니고, 다른 나라의 국기도 보고, 음식도 과자도 먹어 보고, 그 나라의 언어로 인사도 하며, 다양한 형태로 복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원색적으로 깨달아야 한다.
그는 “선교와 관련된 교육들이 단체별로 있지만 공유되지 못한다”고 했다. 퍼스펙티브스(PSP), 카이로스, 커넥션스쿨 정도가 공유되지만, 나머지는 교단별로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누구나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5. 시대에 적합한 선교학을 정립하라
그는 “대회 기간 풀뿌리 선교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동안 선교는 풀타임, 전임사역자의 분야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제는 일반적인 모든 성도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돼야 선교의 영역이 넓어진다. ‘타문화권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것’에서 총체적 선교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반면 그는 ‘선교적 교회’가 교회를 갱신하는 개념으로, 정작 선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미셔널 라이프(missional life)를 강조하니 타문화 파송은 약화된다는 것이다.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지상대위임령은 여전히 최우선 순위인가. ‘모든 것이 선교이면 모든 것이 과연 선교인가’. 그는 선교의 확장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6. 다음 세대로 리더십을 이양하라
그는 “이 표현을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이 가져야 할 기회를 우리들이 쓰고 있진 않는가”라며 “저는 CCC에서 시니어에 속하는데, 이곳(엔코위)에서는 막내 수준이다. 다음 대회에 여러분들이 꼭 와야 한다면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려, 한 명 이상의 후배(다음 세대)를 데려오라”고 말해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다음 세대 트랙 모임에서는 “잃어버린 청년 시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어른들이 좋은 자리를 다 쥐고는 청년들에게는 부스러기만 주기도 한다. 내 줘야 기회가 주어진다. 기성세대가 재정을 대고 청년 세대가 주도하게 하자”는 자성 어린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 선교사는 “시대가 변했는데 읽지도 못하면서 이 시대를 이끌고 가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시대를 이해하는 젊은 세대에게 배턴을 내 주자. 다음 세대가 사역의 대상이기만 하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신뢰하고 존중하자. 기성세대는 안전한 울타리, 지지자, 조력자가 되자”고 말했다.
한편 ‘다음 세대…’ 트랙은 여주봉 목사(포도나무교회), 최욥 선교사(선교한국 사무총장), 김장생 선교사(CCC 해외선교 팀장), 김성희 목사(학복협 캠퍼스청년연구소장), 박성민 목사(사단법인 청년선교 본부장) 등이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