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한일 관계, 예수님이 정복자 로마 백부장 칭찬하셨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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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 (3)

일본과 외교에서 주지해야 할 점
1. 적개심 탓 책임소재 간과 안 돼
2. 반일감정 편승 정치집단 경각심
3. 미래 위해 한미일 동맹의 발전

▲지난 5월 7일 답방 형식으로 방한한 기시다 총리와 확대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대통령실

▲지난 5월 7일 답방 형식으로 방한한 기시다 총리와 확대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대통령실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그리고 독립유공자에 대한 식민지배 피해배상이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데는 미진하고 성의없는 배상으로 역사적 책임을 회피한 일본 정부의 허물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미진한 수준의 배상을 가납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피해배상을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았던 박정희 정권, 식민지배 피해자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는 성노예 피해자들을 멸시했던 대다수 한국 국민들, 그리고 배상 문제를 가지고 정치적 이익이나 사익을 취하려 했던 정치 지도자들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식민지배 피해배상 문제를 두고, 더 나아가 일본과의 외교관계 전반에 있어 우리가 주지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일본에 대한 맹목적이고 실체없는 적개심을 가지고 피해배상 책임소재의 사실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각종 전쟁범죄를 저지른 일본 측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 뒤처리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들 역시 피해자들의 실제 처지는 외면한 채 안일하게 대처한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향후 정부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이와 유사한 형태의 강압과 폭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내부적인 반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둘째, 과장된 반일감정을 조장하여 이익을 얻는 정치집단과 시민단체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국내 진보정치 세력은 반일감정을 지지율 확보와 이권 창출의 기회로 본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겉으로 주장하는 바와는 다르게 내심 식민지배 피해배상과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의 이익의 재료가 끊어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정대협-정의연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압박을 가한 것이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셋째, 인구구조상 향후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성장동력을 점차 잃어가는 우리 한국의 불안정한 미래 사정을 고려하여 한미일 동맹관계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식민지배 피해배상 문제를 양국 국민들 사이 적개심을 조장하는 구실로 삼는 일차원적 정치공학에 의존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그쳐야 한다.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거사 청산의 기준을 마련하고, 한일 양국이 이를 수용하여 호혜적 협력과 교류를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데만 급급한 정치구호가 아니라, 식민지배 피해의 실상과 그 배상 과정에서 양국 정부가 저지른 각각의 실책을 엄밀하게 되돌아보는 신중한 학문적·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구원(舊怨)을 감정적으로 표출하려는 행태를 멈추고, 대화와 화해를 위한 태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자유민주주의 동맹은 이런 발전적 미래를 위한 외교적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를 전후해 일본과 셔틀외교를 진행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이 보다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기회를 포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는 국제정치적 관점으로 볼 때 지극히 정상적이고 적절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런 외교적 접근법은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더라도 바람직하다. 복음의 기본정신은 죄악의 회개를 통한 용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민족의 구분에 연연하지 않고 만방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타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책무에 있어 특정 민족에 대한 적개심은 복음 전파 사역의 커다란 장애 요소가 된다. 특히 그 적개심이 애초 해소를 고려하지 않는 맹목적 적개심, 오로지 미워함 그 자체를 위한 적개심인 경우에는 더더욱 큰 문제로 대두된다.

구약에서는 요나가 민족적 적개심을 가지고 앗수르 니느웨 백성들의 회개 기회를 박탈하려다 하나님의 징계를 받았다.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스라엘에 파견돼 임무를 수행하던 로마군 백부장의 믿음을 극찬하신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로 대입하면, 식민지 통치를 위해 한국에 파견된 일본군 고위 군관의 믿음을 칭찬한 격이다. 직전 언급한 성경의 두 사례는 복음이 민족 간 갈등과 원한 감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해서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 야욕을 되살리고 양국 간 우호를 고의적으로 훼방하려는 일본 극우 세력 행태까지 수긍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본 극우 세력은 민족적 아집에 붙들려 있어, 복음이 가르치는 회개와 용서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이들이다.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페이스북

그러나 그 외 다수를 차지하는 일본 국민들에 대해 우리 기독교인들은 식민지배 역사를 바탕삼는 민족감정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기보다, 복음 전파 대상으로서 그들의 심성과 정서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교회가 반일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세력에 부화뇌동하여 일본인들에 대한 민족적 적개심에 함몰되는 순간, 복음의 정신이 훼손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사실 한국교회가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진정으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한국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일제에 대해 분개하는 지점과는 크게 다르다. 한국교회가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제기해야 하는 사안은 바로 신사참배 강요 문제이다.

많은 교회들이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세속적 민족감정을 내세우기는 해도, 막상 신사참배 강요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반성을 촉구하는 노력을 경주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이 사안이 일제강점기 한국교회의 진정한 치부인 친일파 목회자들의 신사참배 이력을 들춰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신사참배 강요 문제야말로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되짚어보고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와 반성을 촉구해야 하는 사안이다.

일본인들은 민족적으로 명백한 이방인들이고, 따라서 그들이 이교적 우상숭배 전통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군국주의 위정자들이 그들의 우상숭배 전통을 기독교인들에게 강요하고 불응시 투옥과 고문을 가했던 것은 기독교 신앙의 관점으로든 종교적 다원성의 관점으로든 명백한 범죄행위로서 일본 정부의 면밀한 역사적 반성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기독교적 관점으로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도 태평양 전쟁 전범들에 대한 숭배에 대한 분노보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일본의 전근대적 정치전통에 대한 비판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상숭배 행위가 국가 보위를 위한 이데올로기로 둔갑했고, 그것이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순교와 교회 분열의 비극을 가져다준 사실에 대한 예리하고 통렬한 비판의식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복음은 특정 민족 간 원한의 감정을 뛰어넘는 인간애, 영혼에 대한 긍휼을 기본 정신으로 삼는다. 그래서 한국 기독교인들은 정부의 대일외교를 바라볼 때도 과거의 원한보다 미래의 협력과 선교의 기회를 모색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한미일 동맹을 바탕삼아 식민지배로 인한 거국적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한일 양국에 향후 이익이 될 관계개선의 길을 찾으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외교 방향은 전반적으로 바람직하다 평할 수 있겠다. <계속>

박욱주 박사
연세대 연구교수,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기독교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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