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법 제정과 돕스 판결의 의미’ 생명윤리세미나 개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이하 협회)가 22일 오후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생명존중법 제정을 위해 ‘생명존중법 제정과 돕스 판결의 의미’라는 주제로 생명윤리세미나를 개최했다.
태아 생명 보호, 크리스천의 사회적 책임
생명문화 정착 위해 한국교회가 일어나야
‘생명존중법을 만들자!’를 제목으로 기조강연한 김길수 목사(협회 공동대표, 생명운동연합 대표)는 “2019년 4월 11일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낙태죄를 통해 태아를 보호하던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이로 인해 태아의 생명 보호가 사실상 없어졌다. 낙태율은 상승하고 출산율은 떨어졌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로 낮아져서, 이대로 진행된다면 대한민국은 멸절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잠언 31장 8절에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고 하셨다”며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인 태아는 교회, 시민사회,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생명존중법을 제정하고, 우리가 함께 나서서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것은 세상의 빛과 소금인 교회와 크리스천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태아보호법과 태아인권법, 태아반차별법을 제안하며 “태아는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권의 주체이며, 태아 역시 생명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낙태는 힘없고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행위이며,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생명문화를 정착시키고 생명을 보호하는 조국 교회가 선도해야 할 일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일어나야 한다. 매년 낙태로 죽어가는 70만의 태아를 가슴에 품고 슬픔과 회개의 노래를 부르며 소리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명진 원장(명이비인후과, 협회 상임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장지영 교수(이화여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사무총장)와 정소영 변호사(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가 각각 ‘돕스 대 잭슨 판결의 의의와 후속과제’, ‘돕스 판결의 의미와 전망’을 발제했고, 이승구 교수(협동신학대학원, 협회 공동대표)를 좌장으로 유영대 기자(국민일보)와 최화숙 목사(은혜와사랑의교회)가 토론했다.
미국교회와 프로라이프, 낙태 국민 의식 전환 기여
생명보호, 개인의 도덕성 호소 넘어 국가의 의무로
도덕적·문화적 세력 형성하고 정치 의견 행사해야
장지영 교수는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돕스 대 잭슨’ 판결을 통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공식 폐기했다. 판결을 요약하면, ‘낙태는 미 연방헌법이 보장하는 본질적 권리가 아님’, ‘낙태는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야기함’”이라며 “미국의 시기별 정치 사안과 주요 입법 사항, 미국 내 가장 큰 개신교단인 남침례회의 활동과 대표적인 프로라이프(Pro-life) 단체의 활동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생명존중법 제정을 위해 필요한 후속 조치들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있던 닉슨 행정부(1969~1974년) 당시 미국 교계는 현재의 대한민국처럼 낙태 문제에 무관심했다”며 “현재 복음주의 생명운동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는 남침례회 협의회는 아이러니하게 산모의 임신 중절권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가 급진적 자유주의 신학의 위험성을 목도했고, 로 대 웨이드 판결 후 급격히 증가한 낙태율(1969년 5만 건, 1970년 20만 건, 1975년 100만 건, 1980~1985년 160만 건)은 크리스천의 적극적 행동이 필요함을 일깨웠다. 그리고 1976년에 되어서야 낙태에 대한 성경적·도덕적·영적 문제를 인정하며 낙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또 수정란에 고유한 DNA가 존재한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도 복음주의 생명운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했다.
특히 장 교수는 프란시스 쉐퍼를 낙태에 대한 국민 의식을 전환한 핵심적 인물로 꼽았다. 장 교수는 “쉐퍼는 낙태를 ‘국가 부도덕의 결과이자 신학, 정치, 사회적 문제’로 인식했고, ‘낙태 반대는 기독교 고유 가치인 가정을 회복하는 것이며, 도덕적 무질서와 세속적 사법부에 대한 투쟁이자 법질서를 회복하는 길’이라 설파했다. 또 ‘낙태는 영아살 해 및 안락사와도 연결되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문제’임을 지적했다”고 했다.
그는 “이후 기독교 보수주의 운동은 레이건 행정부(1981~1989) 때 정치적 보수주의자의 협력을 통해 더욱 적극성을 보였고, 개인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설득을 넘어, 낙태를 방치하는 것은 생명권 보호에 대한 국가의 의무 위반이자 가족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는 견고한 반론적 틀을 확립했다. 조지 H. W. 부시 행정부(1989~1993년) 시기에도 공화당 중앙위원회의 3분의 2가 기독교 보수주의자로 구성되며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했다”고 했다.
장 교수는 “빌 클린턴 행정부(1993~2001년)는 프로초이스를 옹호했지만, 남침례회 협의회는 정부를 비판, 총선 후보자들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년) 때는 대통령에게 낙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할 것과 부분 출산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고, 부분 분만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키고, 2007년 위헌 소송에서도 합헌 판정을 받아냈다. 2008년에는 가족계획협회의 비도덕적 행태 및 정부의 과도한 지원을 반대하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요청 예산 거부안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고 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2009~2017년)는 사회 전반에 반기독교적 제도 및 제약을 강화했지만, 미국 교계는 오바마의 반기독교적이고 프로초이스를 지향하는 입장에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도널드 프럼프 행정부(2017~2021년)가 들어선 후 낙태를 제한하는 여러 법률 및 제도가 통과됐고, 독실한 크리스천을 대법관으로 임명해 ‘로 대 웨이드 판결 무효화’에 큰 힘을 실었다. 결국 극단적인 프로초이스인 조 바이든 행정부(2021년~)에 들어서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장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는 생명운동 ‘프로라이프’는 70개 이상의 단체가 활동 중이며, 낙태 반대 행진, 위기임신센터 운영, 산언 무료 초음파검사 제공, 상담 서비스, 낙태 클리닉 앞에서의 시위, 피켓 시위, 청소년 교육, 생활 보조, 입양 연계, 프로라이프 지지 후보 독려, 입법 활동까지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성산생명윤리연구소에서는 프로라이프 활동과 기초 지식을 교육하고 지역 활동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 ‘Stand Up For Life(생명을 위해 일어서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생명존중인식도 조사, 홈커밍데이 등을 전개하고, 교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라이프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관심이다. 미국 사례처럼 생명존중법을 제정하기 위해 교회와 정계, 시민사회가 뜻을 모으고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전환하여 문화적 힘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라이프를 지지하는 정치인을 발굴, 후원하고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독교적 권리를 인식한 개개인이 대중 정치적 접근을 통해 도덕적·문화적 세력을 형성함으로써 정치적 의견을 행사하는 데까지 지경을 확장해야 한다. 펜스 부통령이 한 프로라이프 행사에서 ‘생명이 승리했다’고 외쳤던 것과 같은 날이 우리에게도 오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돕스 판결, 여성·태아·의료진 인권 보호 목적
‘로 대 웨이드’는 세속화·인본주의 확대 결과
낙태는 세계관 전쟁… 방황하다 제자리 찾아
정소영 변호사는 “2022년 6월 24일, 지난 50년간 낙태 이슈에 종지부를 찍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미시시피주의 임신 주기 법안의 위헌성을 다루고 있는 사건으로, 미시시피주의 법안은 ‘의학적으로 응급한 상황이나 태아의 심각한 장애를 이유로 하는 낙태를 제외하고 임신 15주 이후의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여성의 건강을 지키고, 태아의 존엄성과 의료진의 도덕적·인격적 건전성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낙태 찬성 진영과 진보적 미디어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미시시피주의 낙태법 위헌성은 6대 3의 의견으로 부인됐고, 앞으로 낙태에 관한 이슈는 각 주 정부와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게 됨으로, 연방 차원에서 낙태가 합법화됐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낙태 문제가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이유는 세계관 간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낙태 문제는 인간의 성과 생명, 그리고 사회 기초 단위가 되는 가정을 유지하고 보호하여 문명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일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만큼 인간의 존재론적·도덕적 사회적 문제가 서로 얽혀 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서구사회는 성경적 세계관의 토대 위에 세워진 사회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세속적인 인본주의로 바뀌어갔고, 사법부 판결도 변해 왔다”며 “인간의 생명에서 창조주의 존재를 배제하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토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화론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특별함과 존엄성을 빼앗아 갔다. 낙태 문제는 진화론적 세계관, 인본주의적인 세계관이 가장 극명하게 부딪히는 지점”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미국 사회가 ‘로 대 웨이드’ 사건을 계기로 낙태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 이유는, 이미 급속히 진행된 미국 사회의 세속화와 인본주의 세계관 확산이 주된 이유였다”며 “이후 미국 사회가 낙태 이슈를 대하는 흐름을 살펴보면 U자형으로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 낙태를 할 수 있는 자유권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었으나, 여성의 낙태권은 무제한적인 자유권이 아니며,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라는 인식이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방황하던 인간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의 도덕적 책임, 타인에 대한 배려, 정의감 등은 인간의 양심이 살아있는 한 시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의 근본적 토대가 되기 때문”이라며 “성경적 세계관에 대한 관심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대중요법으로 현상 차원에서 해결하는 데서 벗어나 근원적 문제의 본질을 탐색하고 해결해 보고자 하는 개인들의 각성이 일어나고 있는 증거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