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주자선교포럼·CTS기독교TV, ‘초국가 시대의 이민정책’ 포럼
IFMM(국제이주자선교포럼)과 CTS기독교TV가 주관한 제16회 국제이주자포럼 ‘초국가 시대의 이민정책’이 26일 CTS 사옥 11층에서 열렸다.
이날 유종만 목사(IFMM 이사장)는 “이제는 현상을 관찰하고, 새로운 이민정책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외국인 대거 유입이 확실시되는데, 신이민정책이 사회의 구현을 위한 촉매제가 되고 그 초석을 놓는 포럼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초국가시대의 이민정책’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에서 박찬식 소장(IFMM 상임이사)이 ‘한국인들과 이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제목으로 이민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소장은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인구 유지선 2.1명의 37%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16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약 280조 원의 예산을 시행했지만, 출산율은 최악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사회 각층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노력이 실효성을 보여 상황 개선이 된다 해도 정상 궤도를 회복하는 데 20~30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양질의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일정 기간 후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 5년 이상 장기 체류가 과반이 됐고, 영주권·시민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학생은 20만 명이 넘어서고 있으며, 상당수는 한국에 직장을 얻고 결혼해 가정을 이루어 살길 원한다. 우리 사회가 심화된 이민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인구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일본, 중국, 유럽은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각종 이민제도를 이민 친화적 방향으로 개선하고 각종 규제 턱을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민 친화정책을 펼친다면 국내 외국인 수는 2030년 경 400만명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상록 교수(상명대)는 ‘초국가시대의 이민정책, 한국교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제목으로 기조강연했다. 신 교수는 “인간의 역사는 이민의 역사였고, 세계는 이민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으며, 지구촌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민정책은 국가를 경영하고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의제”라고 했다.
신 교수는 “초 국가시대의 이민 현상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수용국 사회에서는 사회통합 요구와 함께 이민의 사회화, 이민의 경제와, 이민의 정치화, 이민의 안보화, 이민의 문화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이는 이민정책 영역이 전 사회영역으로 점차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우리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정부와 유관기관, 시민단체가 이주 초기에 있는 이주민에게 개입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회도 이주민 사회화에 힘써야 한다. 교회는 복음 전파와 사회적 책임인 문화 회복의 사명을 받았다. 이주민의 사회화를 위해서는 두 사역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이주의 정치화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한국교회의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다문화사회가 진전될수록 교회도 이민의 정치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와 교회는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 정부는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고, 한국교회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며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남자나, 여자나 어느 누구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국가의 사회통합정책은 여론에 따라 변동성이 많고,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믿음’의 통합정책은 완전하고 영구적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원리를 적용한 신앙적인 사회통합정책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몽골인 마랄이 간증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마랄은 “태어나면서부터 불법체류자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았지만, 한국은 언제나 저에게 친숙하고 따뜻한 곳이었으며, 한국에서 형성한 모든 인간관계에선 저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신분 없는 상태로 삶을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비자 없이 대학을 갈 수 없었다”고 했다.
마랄은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못한다는 사실은 저를 매우 위축되게끔 했고, 원망하기에 바빴다. 하나님께 나는 왜 불법체류자로 태어났느냐고 했고, 원망은 그토록 사랑하던 한국에 대한 반감으로 변해갔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던 차에 기적 같은 소식을 들었다. ‘국내 출생 장기체류 아동 체류자격 부여 구제대책’이 생겼고, 곧 시행될 것이란 소식이었다. 하나님께서 저의 애통함과 눈물, 서러움을 들으신 것 같았다. 이민 정책 덕분에 또래 친구와 발맞춰 2023년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1학년에 입학하게 됐다. 사람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제 상처가 마음 속에서 별이 된 것 같이, 같은 처지로 낙망한 친구와 후배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후 ‘이주민 청년과의 동행’ 세션에서는 이병수 총장(고신대)이 ‘초국가시대의 유학생을 위한 이민정책’, 정한나 전도사(GPM선교회)가 ‘이주근로자의 한국정착을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 베르나르도 누그로호 야흐야 교수(부산외대. 인도네시아)가 ‘나의 삶의 길은’을 발제했고, 유근영 목사(대청글로벌미션센터 센터장)가 논찬했다.
‘이주민 청년의 라이프 스토리’ 세션에서는 몽골인 오랑거(서울벤처대학 박사과정), 몽골인 촐롱바타르 볼강알태(통번역회사 The Bridge 대표), 네팔인 티말시나 라주, 인도인 나래쉬, 베트남인 트렁 반 도안(세종대 박사후 연구원)이 각각 ‘외국인 유학생들의 출입국 이민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한 외국인 청년의 고백’, ‘한국 이민청 설립에 대한 의견’, ‘한국 문화를 품다: 축제, 전통, 곤습’, ‘한국에서의 일과 생활, 이민정책에 대한 제언’을 전했다. 논찬은 권주은 목사(구미국제교회 담임)가 했다.
한편 IFMM은 지난 2008년 제1회 국제이주자선교포럼을 개최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1. 이주자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섭리하신 때(카이로스)에 우리에게 보내신 사람들임과 이들을 향한 선교는 이 시대에 주어진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선교적인 부름임을 고백한다.
2. 우리는 이 부름에 응답함에 있어 게으름과 부족함, 사랑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경쟁 또는 무관심과 같은 잘못됨을 회개하며, 특별히 이 민족이 이주자들에 대하여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복음을 향해 문을 열지 못하도록 잘못행하였던 모든 죄악을 우리의 잘못으로 알고 제사장의 사명을 다해야 함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함과 동시에 회개한다.
3. 그럼에도 우리 민족에게 뜨거운 선교의 열정을 주셔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아보기 드문 이주자를 적극적으로 돌보고 섬길 수 있는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오직 그분께만(우리의 사역의 열심이나 열매로 인한 자랑이 아니라) 돌린다.
4. 우리는 한국 땅에 들어와 있는 이주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 안에서의 돌봄과 전도를 최종 목적과 방향으로 제시한다. 이 선교에서는 특별히 그들의 전 삶에 통전적(Holistic)으로 접근하고 진리를 사랑으로 말하는 것(엡4:15)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이를 선교의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하며 공감한다. 이를 위해 또 다른 이주자선교를 감당하고 있는 교회와 단체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계속해서 모색해 나갈 것이다.
5. 이주자 선교의 기초가 사역의 현장에서 이뤄진 필요와 이론을 바탕으로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함께 믿고 고백하며 따르고 가르침을 받기에(딤후3:16) 완전한 성경에 기초하여 보다 견고히 신학적 기반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며, 이번 발제에서 제시된 것처럼 구속사에서, 하나님 자녀로서의, 주체로서의 이주자 연구에 동감하며, 제시된 사회통합 모델 등을 더욱 발전시켜나가 앞으로 포럼이 계속 되어갈수록 성경적 기초와 하나님의 뜻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선언한다.
6. 우리는 이 이주자 선교를 통하여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잃어버린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세계화와 국제이주의 문제를 더 깊이 연구하고 그에 대한 한국교회와 미래선교의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바이다.
7. 우리 자신이 주체적인 나그네이며 이주자임을 개별적으로 고백함과 동시에 이주 선교가 한국적인 상황에서만 보고 이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보내는 국가와 또 다른 받는 국가들과 연대하여 함께 전략을 나누고 교제해야 함을 인정한다.
8. 우리는 이번 선교 포럼에서 다루어진 주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결과들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동안 다소 미약하였던 한국교회까지도 일깨워 다문화 시대의 목회를 감당하도록 도전하고, 세계 교회에 영향력을 끼치도록 노력하여 이주자 선교가 특수 선교가 아닌 이 시대의 중요한 선교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한다.
2008년 5월 20일
제1회 국제이주자선교포럼 참가자 일동
초안위원 : 문창선, 박찬식, 서기원, 이우성, 정노화, 한정국(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