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자들 “이란 대사가 유엔 인권 포럼 의장? 철회하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행사 함께한 WEA 향해서도 성토

▲예배드리고 있는 이란 여성들의 모습. ⓒ한국오픈도어선교회

▲예배드리고 있는 이란 여성들의 모습. ⓒ한국오픈도어선교회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유대인들이, 이란 대표단과 함께 유엔(UN)의 ‘종교와 인권에 관한 행사’를 조직한 세계복음연맹(WEA)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5월 바츨라프 발렉(Václav Balek)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은 이란 대표부와 함께 ‘인권 보호 및 증진에 있어서 종교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2023 유엔 인권이사회 사회 포럼’을 조직하고, 알리 바레이니(Ali Bahreini) 이란 대사를 의장에 임명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지자,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의 인권 센터를 포함한 여러 단체들은 “충격적인 윤리의 망각”이라며 UN에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기독교지도자회의(The Congress of Christian Leaders) 회장인 조니 무어(Johnnie Moore) 목사는 크리스천포스트(CP)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의 복음주의 교회 국제 조직이라고 자처하는 WEA가 잘못된 조치를 취했다”며 “WEA는 진지한 복음주의 단체가 전혀 가지 않는 길을 갔다”고 비판했다.

무어 목사는 “WEA가 전 세계 6억 명 이상의 복음주의자들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복음주의자들을 모독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제네바가 바뀌는 대신 제네바가 WEA를 바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저명한 유대인 인권 단체인 시몬비젠탈센터(Simon Wiesenthal Center)의 랍비 아브라함 쿠퍼(Abraham Cooper)도 성명을 내고 “이번 임명은 이란과 세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WEA가 유엔에서 알리 바레이니 이란 대사의 개회사를 주선함으로써 이란의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끼친 피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NGO, 특히 전 세계 수백 개의 교회 단체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NGO가 이란의 세계 무대 내 합법성을 제공할 때가 아니라, 살인적인 정권 속에 온전한 표현 및 종교의 자유를 위해 영웅적인 임무를 수행해 온 이란 여성들과 연대하고 그들을 돕고 격려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WEA가 기독교인과 기타 소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신성모독 금지법을 가지고 있는 이란 및 파키스탄과 협력하기로 한 결정은, 종교 박해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단체의 역사와 모순된다”며 “이 결정은 바로 지난달 WEA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의 무슬림 여성을 기리기 위해 주최한 행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WEA의 2020년 보고서는 페르시아어 예배 금지와 소수종교인의 ‘평화로운 활동’을 상대로 한 기소를 포함해 이란에서 벌어진 기독교인 박해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유엔 대변인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2023 사회 포럼은 유엔의 기치 아래 열리지만, 유엔의 공식적인 기구나 체제는 아니”라며 “바레이니 외 다른 어떤 지역 그룹에서도 후보를 제시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뉴욕시와 제네바에 UN 사무소를 두고 있는 WEA는 9개의 지역 교회와 143개의 국가 복음주의 교회 연합으로 구성돼 있으며, 6억 명 이상의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대표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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