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성구 올린 파키스탄 기독교인, ‘신성모독’ 기소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인근 마을 기독교인들, 무슬림 공격 두려워 피신

▲파키스탄 라호르에 위치한 성심가톨릭교회 앞에서 무장한 남성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Aid to the Church in Need

▲파키스탄 라호르에 위치한 성심가톨릭교회 앞에서 무장한 남성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Aid to the Church in Need

파키스탄의 한 기독교인이 페이스북에 성경구절을 게시했다가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파키스탄 펀자브주 사르고다시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하룬 샤흐자드(Haroon zad·45)는 무슬림들이 이드 알아드하 축제를 시작하는 지난 6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상에게 바쳐진 음식에 관한 말씀’인 고린도전서 10장 18-21절을 게시했다.

이드 알아드하는 아브라함이 이스마엘 대신 희생할 양을 주신 알라를 기념하는 무슬림들의 축일이다.

샤흐자드가 게재한 말씀에서 사도 바울은 이교도의 제물이 귀신에게 바쳐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 무슬림 주민은 그가 올린 게시물을 찍어 지역의 소셜미디어 단체 채팅창에 올렸고, 샤흐자드가 동물을 희생하는 아브라함 전통을 무시하고 무슬림을 이교도에 비유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기독교인이자 전 국회의원이면서 사르고다에 거주하는 타히르 나드 쵸드리(Tahir Naveed Chaudhry)는 모닝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동적이든 아니든 샤흐자드는 게시물에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쵸드리는 “29일 무슬림들 사이에 이 게시물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모스크 확성기에서 집회를 촉구하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기도를 마친 후 긴장된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28일 저녁부터 다른 지역 기독교 지도자들과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으며, 지역 행정 및 경찰 당국과 접촉하고 있었다”며 “모스크 집회 촉구 이후 다른 마을의 폭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르고다 지역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마을에 있는 250~300명의 기독교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파견대를 보냈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제 시간에 마을에 도착해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이나 재산 피해를 막았다. 그러나 경찰은 폭도들이 선동적인 구호를 내세우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을 두려워한 대다수의 기독교인 가족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집을 떠났다”고 했다.

쵸드리는 “이날 자녁 샤흐자드도 아내와 여섯 자녀들과 은신처에 들어갔다며 “경찰은 28일 극단주의자 TLP의 지원을 받은 폭도들의 압박으로 해당 사건을 제295조 A 및 제298조에 따라 등록했다”며 “하룬이 성경구절만 공유했을 뿐, 신성모독적이거나 선동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개인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최초 정보 보고서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295-A조는 ‘종교 또는 종교적 신념을 모욕해 모든 계층의 종교적 감정을 격분시키려는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와 관련이 있으며, 최대 10년의 징역이나 벌금 또는 둘 다에 처해질 수 있다. 298조는 종교적 정서를 해치는 경우 최대 1년의 징역이나 벌금 또는 둘 다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쵸드리는 이날 밤 경찰이 “샤흐자드에게 항복하라는 압력을 가하기 위해 두 명의 시누이를 구금했고, 샤흐자드의 여섯 형제도 목숨을 걸고 지하로 피신했다”며 “두 여성이 중풍병에 걸린 연로한 시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남겨졌다. 두 사람 모두 아들과 함께 떠날 수 없었다. 7월 2일 마침내 시누이들이 구금에서 풀려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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