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청문회서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 재지정 촉구
나이지리아 가톨릭 주교가 미 의회 소위원회 증인으로 참석해 “나이지리아 기독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집단 학살 폭력에 대해 정부와 국제사회가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글로벌 보건·인권 및 국제기구 소위원회는 18일(이하 현지시각) ‘전 세계 종교 자유의 끔찍한 상태’라는 제목의 청문회를 열었다.
나이지리아 베누에주 마쿠르디 로마가톨릭 교구의 윈프레드 아나그베(Winfred Anagbe)주교는 자신의 교구에서 발생한 대량 학살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었지만, 이 청문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CP에 따르면, 그는 서면 증언에서 “(나이지리아에서는) 오랫동안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을 뿐 아니라 현재 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캠프로 피신한 난민이 수백만 명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진료소, 교회, 시장 등이 모두 파괴됐다. 내가 주교가 된 2014년 이후, 목동으로 가장한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영토를 잃었고, 위험 때문에 14개 본당을 폐쇄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베누에주가 2009년 이후 ‘이주 및 토지 점령’으로 이어진 대량 학살로 인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이후 그와 베누에의 다른 주교들이 거의 매일 교구민을 잃었다고 전했다.
아나그베는 “임산부와 어린이를 포함한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땅을 점령해 모든 경제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은 나이지리아의 다른 지역에 있는 보코하람과 같은 지하디 요소의 패턴을 반영한다”고 했다.
수 년 동안 인권운동가들과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은 최근 몇 년간 베누에를 포함한 나이지리아 미들 벨트 주 전역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력에 대해 “급진적인 목자들이 주로 기독교인 농업 공동체를 공격했다”고 우려를 제기해 왔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번 공격에 종교적 요소가 있다고 보고 있으나, 나이지리아 정부는 폭력이 수십 년 된 농민-목자 충돌의 일부일 뿐 종교적 ‘대량 학살’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주교는 그의 증언에서 이 사건을 ‘계산된 대량 학살’로 규정했다. 그는 “잔혹 행위가 시작된 이후로 가해자들에 대한 심판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는 살인을 끝내기 위한 설득력 있는 태도나 진정한 약속을 보여 주지 않았다”고 했다.
아나그베 주교는 위원들에게 “베누에주에서 97%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이 종교적 동기의 지하드에 해당한다”며 “너무 늦기 전에 베누에주의 기독교 공동체와 나이지리아 전체를 도와 달라”고 했다.
그는 “1989년 나이지리아의 무슬림 회의는 오늘날 ‘아부자 이슬람 선언’으로 알려진 선언문을 채택했다. 나이지리아 이슬람 협의회에서 채택한 이 선언은 나이지리아 사회에서 이슬람의 역할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고, 이슬람 국가를 설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부자 이슬람 선언은 이집트 무슬림형제단과 이란 혁명 사상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이 선언은 이슬람이 정치, 경제, 문화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측면을 인도해야 하는 완전한 삶의 방식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또 “나이지리아가 ‘종교적 편견으로 꾸준히 쇠퇴하는’ 이유는 ‘아부자 선언’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노골적인 살해와 이동은 이슬람 국가 설립에 열중하는 나이지리아 근본주의 이슬람 단체의 오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 국무부가 나이지리아를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에 가담하거나 묵인하는 국가들을 의미하는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가 서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해 온 문제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도록 하기 위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 특사를 임명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아나그베 주교의 증언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나이지리아를 CPC에서 제외시킨 것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12월 나이지리아를 CPC에 추가했지만, 이듬해 바이든 행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 오픈도어가 발표하는 2023년 세계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나이지리아는 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백악관에 제출된, 나이지리아를 CPC에 지정할 것을 국무부에 촉구하는 청원서에는 32,000명이 서명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아브라함 쿠퍼(Abraham Cooper) 위원장은 18일 청문회에서 나이지리아 상황을 언급하며 이 나라를 CPC에 포함하고 이곳에 특사를 세우라는 아나그베 주교의 요청을 되풀이했다.
그는 “나이지리아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가 됐고, 신앙인과 비신앙인은 더욱 더 심한 괴롭힘, 투옥, 폭력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며 “5월에 발표된 국무부 자체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 분명히 나와 있듯이, 나이지리아는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른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 기준에 분명히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또한 USCIRF가 잔혹 행위 위험과 종교 자유 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극대화하고자 나이지리아와 차드 호 유역을 위한 특사 임명을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원 결의안 82’는 나이지리아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지독한 침해에 가담하고 이를 용인하는 데 대해, 이 나라를 특별 우려 국가로 지정해야 할 필요성을 담고 있다”고 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글로벌 보건, 글로벌 인권 및 국제 기구 소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Chris Smith) 하원의원이 제안한 이 법안은 클라인, 헨리 쿠엘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마크 그린, 프렌치 힐, 존 제임스, 덕 램본, 덕 라말파, 제이크 라터너, 마이클 맥카울,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의원 등의 지지를 받았다.
투표권이 없는 미국 하원의원 아메리칸사모아의 오무아 아마타 콜맨(Aumua Amata Coleman) 공화당 대표도 이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