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평화축제 준비위, ‘통일선교언약’ 선포하며 컨퍼런스 폐회
인도적 北 지원, 北 인권 해결, 탈북민 강제 북송 항의
1988년과 1996년 선언 용해하되 급변화한 상황 반영
무언가 선언하는 것뿐 아니라, 연합해 함께하길 결심
구체적 통일 지침 담긴 언약이라는 점에서 큰 이정표
정전 70년 평화축제 준비위원회(의장 박동찬 목사) 주최로 국군중앙교회에서 진행된 ‘국제 평화 컨퍼런스’ 마지막 날인 27일, 한국교회 통일선교 방안과 통일 한반도 시대 구상을 담은 ‘통일선교언약’이 선포됐다.
선포식에서는 조기연 교수(통일선교아카데미 사무총장)의 사회로 유관지 목사(북한통일연구원 원장)의 취지 및 경과 보고에 이어 한지민 목사와 송유리 전도사의 통일선교언약 전문 낭독, 통일선교언약 서명식, 정종기 목사(전 기독교통일포럼 사무총장)의 연구위원 및 집필위원 소개, 하충엽 교수(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장)의 준비 여정 소개, 오성훈 박사(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사무총장)의 향후 과제와 비전 발표 등이 진행됐다.
유관지 목사는 “70년 전 바로 오늘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정전 협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로부터 꼭 70년 만인 오늘 통일선교언약을 보고하게 돼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다”며 “통일선교 기관들 연합 컨퍼런스에서 이야기가 나와 7년 만에 열매를 맺게 됐다. 2017년 7년 이후 오늘까지 총 39차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모여 논의한 결과, 이 언약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 언약이 하나님의 인도와 통일선교 사역자들의 최선의 수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는 지난 1988년에는 민족의 통일과 화해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1996년에는 ‘한국교회 통일정책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통일선교언약은 과거의 선언들과 달리 정부에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북한 인권 문제 해결’, ‘중국 당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항의’를 촉구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통일 한국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통일 정부’가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도 새롭게 명시됐다.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유관지 목사는 “탈북민 강제 북송과 한인 디아스포라 역할 등은 88선언과 96선언 당시에는 대두되지 않았던 쟁점”이라며 “두 선언을 용해하되 급격히 변화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이 이번 언약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명식에는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정형신 목사,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회장 천욱 목사, 선교통일한국협의회 공동대표 김철봉 목사, 숭실대학교 기독교통일지도자센터 실행이사회 의장 지형은 목사,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대표 정성진 목사, 통일선교아카데미 공동대표 정규재 목사, 한국교회통일선교교단협의회 김종길 목사가 참여했다.
하충엽 교수는 “통일선교언약은 2017년 10월 24일 숭실대학교 창학 120주년을 기념해 열린 ‘통일선교기관 연합 컨퍼런스’ 참석자 일동이 ‘통일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시대 통일운동의 지침이 될 만한 선언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하충엽 교수는 ‘선언’이 아닌 ‘언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 관련, “1974년 열린 로잔회의에서 발표된 ‘로잔언약’을 통해 기독교계에 많이 알려진 용어인데, 통일선교언약에는 로잔언약의 정신이 많이 반영돼 있다. 즉 존 스토트가 말한 대로 ‘언약’이란 단어는 성경적인 면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계약의 통상적 의미로 통일선교언약에도 사용됐다. 본 통일선교언약은 무언가를 선언하는 것뿐 아니라, 무엇인가 연합해 함께하기를 결심했다. 즉 통일선교의 임무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와 집필을 맡은 정종기 교수는 “7년 전 작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늘의 상황을 다루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면서, ‘당시에도 미래를 바라보면서 작성했구나’ 느끼게 됐다. 동시에 수정해야 할 부분들도 함께 보였다. 이것은 개인이 할 수 없고, 많은 분들이 동역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함께해 온 동역자들이 정말 귀하다는 생각이 들고, 개인적으로 이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돼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향후 과제와 비전 발표를 맡은 오성훈 박사는 “기독교 신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도래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우리 통일선교언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7년이라는 생활 동안 많은 분들이 땀을 흘리고 머리를 맞대 온 결과로 통일선교언약이 나왔으나,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 목사는 “첫째, 통일성의 문제로 4개 분과로 진행하다 보니 분과를 넘어선 한도 안에서의 통일성이 마지막까지 다듬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발견했다. 둘째, 100%로 시작해서 100%로 끝이 나야 완성인데, 통일선교언약을 선포하는 이 자리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탈북민교회와 목회자, 해외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목회자 및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함께 포함되지 못한 점이다. 처음부터 모든 목소리를 담기 어려운 구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통일선교언약이 더욱 발전될 때, 이분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탈북민들 가운데서도 박사분들이 나오기에 그분들도 함께 참여시켜서, 더욱 발전되고 마음이 모이는 통일선교언약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감사예배는 통일선교아카데미 원장 임헌만 교수의 사회, 기독교통일포럼 대표 김병로 교수의 기도,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정형신 목사의 성경봉독, 숭실대학교 기독교통일지도자센터 실행이사회 의장 지형은 목사의 설교, 통일선교아카데미 공동대표 정규재 목사와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대표 정성진 목사의 축사, 선교통일한국협의회 공동대표 김철봉 목사의 축도로 드렸다.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대표 정성진 목사는 기자간담회에서 “통일은 참으로 방대한 사역이다. 저도 40년 전 중국에 학교를 설립해 탈북민을 돕다가, 25년 전부터 교회 안에서 탈북민 사역자들을 길러 왔다. 참 중요한 것은, 우리 기독교인들도 세상의 가치관을 가지고 양쪽으로 나뉘어 이쪽과 저쪽이 대화하지 않았다. 어떻게 우리 마음에서 먼저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해 왔는데, 지금은 극좌와 극우를 제외하고 서로 만나며 마음이 넓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반드시 지침이 필요한데, 이 귀한 통일선교언약이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정 목사는 “이것이 나라적으로 봤을 때에도 3번째 큰 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선언이 7번 나온다면 통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 담긴 언약이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