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한 中 리바이광 변호사의 유족, 감시·통제 피해 미국 땅 밟아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한메이(한나) 슈(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칭신(순수한 마음) 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차이나에이드 자원봉사자들에게 둘러싸여 피켓을 들고 있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한메이(한나) 슈(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칭신(순수한 마음) 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차이나에이드 자원봉사자들에게 둘러싸여 피켓을 들고 있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기독교 비영리단체 차이나에이드와 한국순교자의소리(VOM:Voice of the Martyrs Korea)는, 중국에서 의문사한 인권변호사 리바이광의 아내 한메이슈 사모와 아들 칭신리가 얼마 전 미국으로 도피했다고 전했다.

순교자의소리에 따르면 리바이광은 1968년 중국 중남부 후난성 산촌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베이징대학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하이난대학에서 1년간 가르친 뒤,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반체제 모임들에 점점 더 깊게 관여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 다음에는 서양의 자유 민주주의 전통을 번역한 책들을 중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해 대중에게 민주주의를 교육하는 것을 꿈꾸며 출판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리바이광 변호사는 17세기 프랑스 개신교 위그노의 핍박과 인내에 관한 책을 읽고 번역하면서, 자신의 삶이 철두철미하게 변화됐다고 고백했다.

미국에 있는 차이나에이드의 설립자 겸 회장이자 리바이광 변호사 가족의 오랜 친구인 밥푸 목사는 “그는 2005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공개적으로 고백했고, 스스로 ‘개미 전략’이라고 일컬은 목표를 위해 정부 개혁과 헌법 개정에 대한 원대한 꿈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리바이광 변호사는 논문과 발표문을 통해 “최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기꺼이 개미가 되고자 한다. 책 속에 담긴 권리와 자유를 취하여 시민들의 개별적인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현실 세계로 가져오고 싶다. 이것이 나의 개인적인 입장이다. 법적인 절차를 지켜가며 이를 이루고 싶다. 개미는 여름에 식량을 비축한다. 나도 오늘 권리 옹호라는 틀 안에서 식량을 운반하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다가올 그날을 위한 경험과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일명 ‘개미 전략(ant strategy)’으로 유명하게 된 그는 중국 전역을 다니며 수백 건의 개별 사건을 맡아 일반 시민들의 종교적 자유와 인권을 위해 일했다. 2008년 워싱턴에 위치한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 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세 차례 방문 초청을 받은 뒤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국 전역을 다니며 일반 시민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옹호한 리바이광 인권 변호사(오른쪽)는 2018년 2월 26일 장쑤성 동부의 한 군 병원에서 의문사를 당했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중국 전역을 다니며 일반 시민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옹호한 리바이광 인권 변호사(오른쪽)는 2018년 2월 26일 장쑤성 동부의 한 군 병원에서 의문사를 당했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그러다 2015년 여름, 리바이광 변호사의 아내 한메이슈 사모와 아들 칭신리는 중국 경찰에 소환돼 당국자들에게 심문을 받았으며, 2017년 10월 리바이광 변호사는 정부에 토지를 압류당한 농민들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저장성에서 중국 관리들에게 납치돼 구타를 당했고 신체 절단 위협을 받았다.

2017년, 워싱턴 D.C. 의회 도서관 연설에서 리바이광 변호사는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예견하면서 “이 시점부터 중국의 인권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밥푸 목사는 “리바이광 변호사가 기독교 신앙이 있기 때문에 로마서 13장을 인용하면서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다”고 말하며 낙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결국 2018년 2월 25일, 리바이광 변호사는 가벼운 배탈 증세로 검사를 위해 중국인민해방군 제81병원을 찾았다가 몇 시간 뒤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병원 측은 리바이광 변호사가 간 질환으로 인한 내출혈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리바이광 변호사의 친구와 동료들은 당시 49세였던 리바이광 변호사가 사망 발표 직전까지 건강했다고 증언하며 부검 요청을 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를 거부하고 그의 시신을 재빨리 화장했다.

밥푸 목사는 “2018년 초, 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내 한메이슈는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했고, 해외에 있는 누구와도 접촉하지 못하도록 중국 공산당이 배치한 요원들에게 엄격한 통제와 감시를 당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도착한 한메이슈 사모는 “중국에서 많은 고난을 당한 뒤, 차이나에이드와 순교자의소리의 도움으로 이렇게 자유의 땅 미국에 도착하게 되어 기쁘다”며 “제 남편과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또 보살펴 주신 국제적인 기독교 공동체의 모든 형제와 자매들, 그리고 도움을 주신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현숙 대표는 “차이나에이드가 리바이광 변호사 가족의 출국을 계획했고, 미국에서의 정착 및 망명 절차를 조율하고 있으며,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재정을 지원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도왔다”며 “지금 우리는 리바이광 변호사님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돕고 있다. 전에는 리바이광 변호사님에게 핍박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쳤었데, 이제 변호사님의 아내와 아들을 위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숙 대표는 “리바이광 변호사가 의심스러운 정황에서 사망했지만, 아내와 아들이 미국에 무사히 도착한 사건은 과거 리바이광 변호사의 낙관론이 정당화될 것이라는 거룩한 신호로 여겨진다. 시편 146편 9절은 ‘여호와께서 …… 고아와 과부를 붙드시고 악인들의 길은 굽게 하시는도다’라고 말한다”며 “주님께서는 2018년 2월부터 ‘한나(한메이슈)’와 ‘순결한 마음(칭신리)’을 지켜주셨다. 결국 주님께서는 악에 맞서는 작은 개미의 끈질긴 인내의 싸움도 지지해 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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