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된 中 교회, ‘기독교의 중국화’ 위한 ‘시범 장소’ 변질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삼자’ 주창자 네비우스 선교사가 세운 쓰청교회, 아시안게임 위한 행사 개최

“기독교를 사회주의에 잘 적응시켜야 할 것” 주장
스스로 서고, 이끌고, 번성해야 한다는 의미 빼고
중국 문화와 공산주의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

▲중국 지도.
▲중국 지도.

미국의 존 네비우스(John Nevius) 선교사는 비전통적인 교회 개척과 선교 방식으로 유명하다. 그런 네비우스 선교사가 1850년에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설립한 교회가 최근 새로운 사명을 발표했다.

그 새로운 사명이란 바로 기독교의 중국화를 위한 ‘시범 장소’가 되는 것이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올 가을 개최될 제19회 항저우 아시안 게임 카운트다운을 기념하기 위해 그 교회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그 새로운 사명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쓰청교회는 중국 정부에 등록된 국영교회다. 작년에 쓰청교회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의 정신을 이행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조직했다. 이 교회는 또한 2022년 12월 중국 정부 통일전선부에서 조직한 전국대회에서도 크게 칭송받았다. 그리고 이 교회는 지난 6월 16일, 올 가을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제19회 아시안 게임 ‘100일 카운트다운’ 행사를 열었다. 그 행사의 어떤 내용도 기독교와 관련이 없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 교회는 아시안게임 카운트다운을 위해 일련의 문화 행사와 운동경기를 개최했고, 그 교회 오케스트라는 비기독교 음악을 연주했다. 그 행사는 중국의 전통 예술 형태와 음악, 즉 촌극과 태극권, 무용과 운동 시범 및 경극 같은 것들을 선보이는 행사였다”고 했다.

그 교회를 담임하는 황밍커 목사는 교회 웹사이트에서, 그 교회가 중국 정부의 중국화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쓰청교회는 법률의 대중화를 위한 저장성의 시범 장소로서, 그리고 법률의 통제를 받는 종교를 교육하고 홍보하기 위한 저장성의 본부로서, 또한 기독교의 중국화를 위한 시범 장소이자 안전한 종교 장소로서, 기독교의 중국화를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기독교가 진정으로 중국의 기독교가 되도록 기독교를 사회주의 사회에 잘 적응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이러한 적응이 소위 ‘일방적 방향’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점에 대해 순교자의소리 같은 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공산당의 중국화 과정에는 기독교와 중국 문화 사이의 상호 적응 과정이 없다. 오직 기독교만 공산주의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지, 기독교에 적응하는 공산주의 같은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쓰청교회 같은 국영 교회가 개최하는 대중 행사에 공산주의 원칙과 관행을 지지하는 발표만 있고 복음 전파는 없는 것이다. 소위 ‘중국 기독교’의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중국이 놓여 있다. 그리스도가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공산주의를 칭송하는 치어리더 자리밖에 없다”고 했다.

▲쓰청 교회 교인들이 올 가을 개막될 아시안게임을 축하하고 있다.
▲쓰청 교회 교인들이 올 가을 개막될 아시안게임을 축하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만약 쓰청교회를 설립한 존 네비우스가 있었다면, 이러한 과정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은 쓰청교회 설립자인 존 네비우스 선교사로부터 ‘삼자’(three-self)라는 표현을 받아들였지만, 그가 의미한 내용은 싹 빼 버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의미로 대체했다. 네비우스 선교사의 ‘삼자’ 방식은 교회가 스스로 서고, 스스로 이끌고, 스스로 번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 목적은 정부와 문화를 진흥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복음 전파에 방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사실 네비우스 선교사의 방법은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과 성경 전파에 전적으로 집중했기 때문에 당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네비우스 선교사에게 교회란 오직 복음이 전해질 때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중국 땅에 개척한 쓰청교회가 이제는 복음이 아니라 중국 문화와 공산주의를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이러한 초점의 변화 때문에 쓰청교회의 전임 목회자 첸펑성 목사가 사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첸펑성 목사는 7년 동안 쓰청교회를 섬겼지만, 지난 7월 1일 공식적으로 사임했다. 그는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때가 쓰청교회가 중국화를 위한 ‘시범 교회’로 그 정체성을 확대해 나가던 시점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쓰청교회는 항저우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교회 가운데 하나로, 미국 북장로교회에 의해 시작됐고, 1859년 네비우스 선교사에 의해 설립됐다. 1868년에는 중국인 목사 장청자이가 항저우 피쉬 레인에 주택 한 채를 임대해 ‘설교하는 장소’라는 이름으로 사역했고, 4년 후에는 펭글 브리지에 있는 방 세 개짜리 공간을 구입하여 예배 장소로 사용했다.

교인들 숫자가 늘어나면서 1927년에는 같은 자리에 새로운 교회 건물을 완공했고,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항저우 도서관 창고로 용도가 변경됐다. 1981년 새로운 종교 정책이 시행되면서 교회 재산을 반환받았고, 쓰청교회는 다시 문을 열었다. 같은 해 8월 30일에는 교회가 문을 다시 열게 된 것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현숙 폴리 대표는 “쓰청교회는 교회가 시작된 이래 여러 차례 믿음의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는 쓰청교회가 현재 직면한 어려움도 잘 통과하기를 기도한다. 존 네비우스 선교사는 ‘교회가 딸기 나무와 똑같이 순을 옆으로 뻗으며 성장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쓴 적이 있다. 사실 쓰청교회를 담임했던 첸펑성 목사와 그 교회를 떠난 성도들은 실제로 옆으로 뻗어나가는 딸기 나무 순과 같다. 주님께서 그들을 사용하셔서, 장차 어느 날 쓰청교회와 중국의 ‘삼자’ 국영 교회를 존 네비우스 선교사의 진정한 ‘삼자’ 방식으로 회복시키시고, 이 교회들이 중국화된 기독교를 보여주는 ‘시범 장소’가 아니라 복음의 시범 장소가 되게 하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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