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로 사랑하는 가족 떠나보낸 유가족 9명, 상실의 아픔 나눠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심리 지원 프로그램 시작

▲(왼쪽부터 순서대로) 도너패밀리 홍우기 씨, 도너패밀리 회장 강호 목사, CCC 이혜란 센터장, 본부 김동엽 이사 등이 심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왼쪽부터 순서대로) 도너패밀리 홍우기 씨, 도너패밀리 회장 강호 목사, CCC 이혜란 센터장, 본부 김동엽 이사 등이 심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2015년 7월, 홍우기 씨의 아들 홍윤길 씨(당시 33세)는 상견례를 닷새 앞두고 자신의 방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홍윤길 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뇌사를 판정받았다. 아들의 ‘뇌사’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헌혈할 만큼 이타적이었던 아들의 성정을 잘 알았던 홍우기 씨는 고심 끝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그 결정으로 윤길 씨의 생명은 죽음의 고비에 있던 6명의 환자를 구했다. 그러나 아들을 보낸 홍 씨의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야말로 폐인의 삶이었어요.” 하루아침에 소중한 아들을 잃은 홍 씨는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1년간 제대로 먹지도 못할 만큼 극심한 슬픔을 마주해야 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지난 7월 1일 서울특별시의 지원으로 CCC 순상담센터와 손잡고 홍우기 씨와 같은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 ‘도너패밀리’를 위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24일 본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CCC 순상담센터는 본부의 의뢰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8주간의 진행되는 이번 심리지원에는 자녀 사별을 경험한 강호·이경재 부부, 김선희·양탁모 부부, 박상렬, 이복주, 장부순, 홍우기 씨와 배우자 사별자 이황기 씨 등 9명이 함께했다.

▲도너패밀리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도너패밀리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지난 7월 29일, 5회 차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날은 홍우기 씨의 아들 윤길 씨의 기일이었다. 매해 아들의 기일이 되면 더욱 깊은 그리움에 사무친다는 홍우기 씨는 이날 교육에 참석해 “같은 슬픔을 경험한 분들과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것이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라\며 “가족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12년 전 여름날, 딸 여은영 씨를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도너패밀리 이복주 씨 역시 사별 후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씨는 “딸이 떠난 후 마음 둘 데 없이 하루하루 버거운 삶이었다”며 “딸을 잃은 아픔은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가정을 돌보는 데만 열중하느라 정작 내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는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은 자신의 슬픔을 온전히 마주하고, 같은 아픔을 경험한 구성원들과 사별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콜라주 작업으로 ‘고인에게 차려주고 싶은 밥상’을 만들고, 유품을 준비하여 고인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교육을 기획한 CCC순상담센터와 본부는 해당 과정을 통해 유가족들이 심리적, 정서적 치유를 경험할 뿐 아니라 기증인이 남기고 간 사랑의 가치를 거름 삼아 건강한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국내 뇌사 장기기증인은 2016년 57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 조금씩 감소하다 지난해 405명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저조한 수치를 보였으며, 올해는 지난 6월까지 266명으로 2022년에 비해 약 24% 정도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식대기 환자는 4만 9천여 명으로, 하루 평균 7.9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에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기증인 유가족 예우 및 심리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사회 전반에 퍼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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