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78주년 8·15 광복절의 현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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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서 광(光)은 빛을, 복(復)은 되찾다는 뜻으로, ‘잃었던 빛(나라)을 다시 찾은 날’이라는 말이다. 광복절은 잃었던 주권을 되찾고 민주주의 국가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날이다.
78주년 광복절은 또 다시 그 날의 감격과 희망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열정을 다짐하게 한다. 이렇게 귀한 날 태극기를 게양하고 흔들며,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하고 광복을 이루기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며 다음세대에 물려주려 해야 한다.
우리는 오늘 수많은 이들이 희생하고 헌신한 결과로 이 땅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누리고 민주주의의 원칙과 가치가 기본이 되는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36년간의 일본 식민지에서 온갖 고통을 당하면서도 조국의 광복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나 순교자들의 애국정신과 그들의 피흘린 희생정신을 어떻게 오늘 되살릴 것인가.
해방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태평양 전쟁에서의 일본 패망이다. 그러나 8·15 해방이 단순히 연합국이 한국에게 준 선물로만 본다면, 일제강점기 동안 한국 민족의 줄기찬 민족해방운동을 외면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200만여 명의 인원이 참가한 1919년 3·1운동은 그동안의 산발적인 해방운동을 집결시킨 쾌거로, 그 연장선상에서 해방을 이룬 것이다.
그렇다고 8·15 광복을 건국일로 이해하려는 것도 역사의 연속성에 있어 치명적 오류이자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광복절과 건국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대단한 역사적 착오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8·15가 건국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개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8·15 해방을 맞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과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새로운 자주독립국가 건설의 토대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8·15 해방은 민족의 힘으로 이루어낸 것만은 아니었기에, 자주 주권을 갖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이래 독립투쟁에 매진해 왔지만 일제를 몰아낸 연합국 일원이 되지도 못했다. 따라서 해방 정국의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지도 못했다. 이렇게 민족 통합운동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6·25 전쟁을 거친 지금까지도 통일에 대한 민족적 염원은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고 있다.
사실 8·15 광복절은 미래로의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자유대한민국과 민주주의, 자주와 주권국의 소중한 가치 등 위대한 역사적 유산을 잊지 않고 다시 이어가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이제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때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다시 다짐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미래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현재가 자랑스러운 것이기에,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노력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앞으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광복절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새기는 소중한 날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이날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다짐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광복의 역사를 다음세대에게 자랑스럽게 전달하여 자유와 번영의 민주주의 국가를 계승,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냉엄한 국제질서 가운데 자유와 주권국가로의 길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 지금의 상황은 주변 4대 강국이 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패권다툼에 열중하고 다시 침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글로벌 생존외교와 남북한 관계는 화해와 통일보다는 긴장과 갈등만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광복의 역사적 의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희망과 자유의 삶을 영위케 하고 있다.
78주년 광복절의 현재적 의미는 우리 민족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며, 우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시간이 된다.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한다. 분단과 갈등을 넘어,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기나긴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아무리 꽃샘추위가 몸부림을 쳐도 결국 새봄은 막을 수 없다. 슬기로운 농부는 새봄이 오기 전 논밭을 갈고 농사를 준비한다. 논에 있는 돌덩이를 골라내고, 밭을 갈아엎고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도랑을 만들고 물을 공급하고 종자씨를 준비해야 한다.
통일의 시대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노아처럼 방주를 준비하거나 만드는 사람이 되자.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처럼 깨어 기름 준비를 해보자. 분단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만 있다면 상호 존중과 협력이라는 틀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자.
분단 역사를 마무리짓고, 제2의 광복이라 할 수 있는 민족의 ‘통일한국 시대’가 와야 한다. ‘통일한국 시대’는 역사의 대의이며, 우리의 시대적 소명이다. 남과 북이 다같이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 통일의 길로 나가는 것은 민족적 염원이며 진정한 광복의 실현이다.
이효상 원장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다산문화예술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