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씨, 북·중 커넥션 주장하며 제도적 장치 요청
중국에서 붙잡힌 뒤 두 번 강제 북송을 당하고 세 번 탈북을 감행했던 김명희 씨(연세대 사회복지학 박사 수료)가 중국의 강제 북송과 인권 침해에 대해 증언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북한 정권의 무능 깨닫고 탈북 결심
김 씨는 최근 통일준비국민포럼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이 주최한 ‘재중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긴급 세미나’에서 “북한을 떠날 당시 심각한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친구들과 이웃, 사랑하는 부모님의 죽음을 직면하게 됐다”며 “더 이상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언니와 함께 탈북을 결심했다. 하지만 탈북 후 인신매매에 걸려, 하루 만에 언니와 생이별했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살아갔다.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정말 열심히 일해 땅과 집을 살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았다”며 “그러던 어느 날 밤 중국 공안들에 의해 입은 옷 그대로 수갑을 차고 잡혀갔다. 열심히 벌어들인 돈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북송됐다”고 했다.
이어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대략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누울 공간이 없어서 잠도 거의 앉아서 자야 했다. 창문도 없고 내부가 다 보이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모래가 씹히는 시래기 죽을 서너 숟가락씩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했다.
영하 2, 30도에 콘크리트 바닥서 취침
그는 “영하 2, 30도 내려가는 추운 겨울에도 난방이 하나도 되지 않아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을 잤고, 이불과 담요는 제공되지 않았다. 매일 시골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고, 남녀가 한 방에 수용됐다. 매일 통나무 벌목을 했는데, 안전모와 같은 안전장치는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어 “노동을 하며 어떠한 대가는 물론, 기본적인 생활용품도 제공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1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탈북자라는 꼬리표로는 직업을 구할 수 없었다. 이동의 자유가 없고, 감시 속에 생활했다. 후유증으로 심각한 영양실조와 폐렴이 왔고, 한쪽 다리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곪았다”고 했다.
그는 “다시 탈북을 감행했다. 다시 시도한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탈북하자마자 브로커의 이웃이 공안에 신고했고, 3시간 만에 다시 잡혔다. 하지만 잡혔다는 공포보다 더 환멸을 느낀 것은 중국의 공안이 했던 말”이라고 했다.
탈북민 체포 위한 북·중 커넥션 의심
그는 “그 공안은 저와 다른 사람에게 수갑을 채우고 뒤에서 웃으며 ‘북한 사람을 잡아서 승진을 하게 됐다’며 너무나도 좋아했다. 그동안 중국 공안들이 몇 번씩 찾아와서 조사하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대대적으로 잡아가기 시작했다. ‘북한 사람을 잡으면 승진하거나 통나무 같은 것을 포상으로 받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북한과 중국 사이에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커넥션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화소 등) 앞선 과정을 다시 겪었고, 세 번째로 탈북했다. 중국에서 중국 내 한국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게 됐다가 또 잡혔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풀려났다”고 했다.
김 씨는 “세 번째 공안에 잡혔을 때와 같은 일은, 사실 중국에서는 말 그대로 기적이고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지금 북송되지 않는 분들은 매일 기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고 운이 좋은 것일 뿐, 중국이 탈북자를 합법적으로 인정해 준 것은 결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에서 북송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인간으로서 받아야 할 절차와 법적인 과정을 받아본 적 없다. 최소한의 미란다 원칙도 적용되지 않았다”며 “북한 사람으로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한 경험자로서, 중국의 강제북송이 중단되지 않고 중국 내 북한 사람들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북한 인권 문제는 뿌리 뽑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인권선언 제15조에는 ‘모든 사람은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고, 회원국들은 국제연합과 협력해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편적 존중과 준수를 증진할 것을 서약한다’고 돼 있다. 중국은 회원국으로 세계인권선언을 준수하고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억압에 인한 탈북, 난민으로 인정해야
이어 “탈북민 중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려고 선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북한에서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릴 권리를 받지 못했고 경제적·정치적으로 억압당해 어쩔 수 없이 탈북했기에, 불법 체류자가 아닌 난민”이라며 “탈북민을 난민으로 바라보고 이에 맞는 법적 정치적 제도를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의 신분을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중국 내 유엔난민기구가 탈북민들과 면담을 통해 난민 심사를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달라. 이것이 어렵다면 중국 내 국제기구나 NGO라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