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은 언제 시작되고 끝나는가” 성경적 대답은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이상원 박사, 서울대학교 세계관*복음 초청집회서 강의

▲복음 초청을 맡은 김상복 목사. ⓒ주최측 제공
▲복음 초청을 맡은 김상복 목사. ⓒ주최측 제공

2023년 여름 서울대학교 세계관*복음 초청집회가 16-18일 서울대 가온홀에서 열리고 있다.

첫날 ‘생명윤리’ 주제를 맡은 이상원 박사(총신대,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생명의 시작점과 종결점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종주의’, ‘출생시설’, ‘뇌파설’, ‘원시선설’, ‘수정란설’ 등 생명의 시작점에 대한 입장과 대뇌사, 뇌사, 심폐사 등 생명의 종결점에 대한 입장을 소개하고, 생명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는 ‘본 어게인(Born Again)’이라는 제목으로 복음 초청을 했다.

이 박사는 “인간은 살아갈 때 생명의 존폐가 걸린 두 차례의 큰 위기를 맞이한다. 한 번은 태어나는 시점이고 다른 한 번은 이 세상을 떠나는 시점이다. 두 시기에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자기방어능력이 거의 없는 미약한 상태에 들어간다. 전자는 태아나 영아를 생각해 볼 수 있고, 후자는 노화나 질병 때문에 죽음을 앞두고 있는 노인이나 말기환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경계선상의 상황’(the borderline situations)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경계선상의 상황에 처한 인간 생명의 존폐 여부는 전적으로 외부인들에 의해 좌우된다. 외부인들은 의료진, 가족, 임산부 등을 뜻한다”며 “만일 외부인들이 ‘경계선상의 상황에 처한 인간도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엄한 인간’이라는 인간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면 경계선상의 인간은 생명 존폐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지만, 외부인들이 ‘물질이 세계의 전부이며, 물질을 넘어서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입장을 가진 ‘유물론’과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이 주어질 때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쾌락을 가져다 주는 행동을 선택’하는 ‘공리주의’가 결합된 사람이라면 경계선상의 생명은 죽음의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계선상의 생명의 존폐 문제를 논의할 때 중요한 준거점은 이 생명이 과연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인가 아닌가의 여부다. 만일 경계선상의 생명이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경계선상의 생명을 종결시키는 행위는 살인행위로 판단될 것이며,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라면 이 행위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로 정당화될 것”이라며 “어떤 시점이 생명의 시작점과 종결점이 되기 위해서는 불연속성이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 불연속성이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는 말은 이 시점 이전과 이후에는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다가 이 시점부터는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특징이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종주의의 위험성과 출생시설·뇌파설·원시선설의 한계
생물학·유전학·성경·교회사적으로 타당한 ‘수정란설’

▲첫날 특강을 맡은 이상원 박사. ⓒ주최측 제공
▲첫날 특강을 맡은 이상원 박사. ⓒ주최측 제공

이어 프린스턴대학교의 무신론자이자 진화론 생물학자인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제시한 ‘종주의’의 위험성을 언급한 이 박사는 “종주의란 인간이 되기 위해 언어구사능력, 도덕적인 판단능력, 과거를 기억하는 능력,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 생각하는 능력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기준들은 특정한 불연속점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유아, 언어 장애인, 혼수상태의 환자, 치매환자 등이 인간의 범주에서 배제된다. 도덕적 판단능력이 시작되는 시점도 사람마다 다 다르고, 미래를 계획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고,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종주의를 전제할 경우 대다수의 인간들을 대량 학살하는 길이 열린다”고 지적했다.

또 출생시점부터 법인격으로 보호받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제시된 이론인 ‘출생시설’에 대해 “법적인 관점은 사회적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정한 시점에 불과하다. 살아 있는 인간생명인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타당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출생시점 이전과 이후를 다르게 보아야 할 이유가 거의 없다. 출생시설을 전제할 경우에 임신 전 기간의 낙태가 정당화된다”고 했다.

또 뇌의 활동이 뇌파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을 인간 생명의 시작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론인 ‘뇌파설’에 대해서는 “뇌는 뇌파가 감지되기 시작하는 시점 훨씬 이전부터 점진적으로 형성되므로 이 시점은 뇌형성이 시작되는 결정적인 시점이 아니고, 뇌가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도 아니다. 뇌의 활동은 훨씬 전 시작되어 점점 더 활발해지다 더 활발해진 것뿐이다. 또 이 이론은 뇌로부터 인간의 영혼이 시작된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성경은 영혼이 뇌로부터 떠오른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정 후 14일 무렵 X레이 촬영에 의하여 약간 거무스름하게 감지되는 척추선을 가리키는 ‘원시선설’에 대해서는 “원시선은 수정 후 24시간 이내에 이미 발생을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자라오다가 14일 무렵이 되면 조금 커지고 단단해지는 정도에 지나지 않고, 더욱이 조금 지나면 없어져 버린다. 뇌와 척수가 나뉜다는 것은 비좁은 공간 안에 있던 두 조직이 방을 따로 얻어 더 넓은 방을 쓴다는 것 정도의 변화일 뿐, 분리의 순간이 뇌가 최초로 생성되는 순간이 아니므로 결정적인 불연속점이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수정란설’에 대해서는 “정자가 난자와 만나서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부터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 생명이 시작된다는 이론으로서, 생물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나 성경적으로나 교회사적으로 강고하게 뒷받침되는 인간 생명 시작점”이라며 “첫째로 생물학적으로 볼 때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 자기 복제와 단백질 생성 작용이 나타난다. 유전학적으로도 수정이 이루어지면 부계에서 온 염색체와 모계에서 온 염색체의 부분적 유전자 교환이 일어나고, 염색체 자리배열이 끝나면 이후에는 염색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 이처럼 수정 순간은 완벽한 불연속점으로서 생명의 시작점이 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시점”이라고 했다.

또 “성경 속 시편 기자인 다윗은 잉태된 순간 뱃속의 자신을 ‘나’라고 표현하고 있다. 잉태로 번역된 히브리어 ‘야함’은 성교를 뜻하고, 여러 입장 가운데 가장 가까운 이론은 수정란설”이라며 “교회사 관점에서도 초대교회는 남아의 경우 40일, 여아의 경우 90일 경 영혼이 들어온다는 ‘40일-90일설’을 배격하고, 임신이 된 시점부터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 생명이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임신설을 받아들였다. 성경을 중시했던 교부들은 성경 안에서 임신 이후의 어떤 특정한 시점을 정하여 그 시점부터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본 근거를 찾을 수 없었고, 성경은 특정한 시점을 정하지 않고 임신 전 기간에 걸쳐서 뱃속의 생명을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경적 관점의 생명 종결점은 ‘심폐사’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 성립될 수 없어

생명의 종결점과 관련해서는 ‘대뇌사’, ‘뇌사’, ‘심폐사’ 세 가지 입장을 살폈다. 이 박사는 ‘대뇌사’에 대해 “대뇌가 기능을 상실하여 정신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소뇌는 기능이 살아 있어 호흡과 신진대사가 진행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에 따르면 식물인간상태(persistent vegitative state) 혹은 혼수상태(coma)를 죽음의 상태로 본다”며 “그러나 혼수상태의 환자가 영혼이 그 안에 머물러 있고 또한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는 임상적으로나 성경이 말하는 인간관의 관점으로부터 뒷받침받고 있다”고 했다.

그 예시로 그는 독일에서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24년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난 환자가 ‘나는 지난 24년 동안 내 주위에서 하는 모든 말들을 다 들을 수 있었다. 다만 나는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던 일화를 전하며 “영혼의 존재와 활동이 뇌를 포함한 신체의 어떤 부분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대뇌가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은 자기를 표현하는 메커니즘이 고장난 것”이라고 했다.

또 ‘뇌사’에 대해 “뇌사는 대뇌는 물론 소뇌까지 기능이 정지되는 시점을 죽음의 시점으로 보는 관점으로, 소뇌의 기능이 정지된 후에도 심장과 폐는 최대 2주 정도까지는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뇌사를 죽음의 시점을 정하고자 하는 유일한 이유는 효율적인 장기적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견지해 왔던 대로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정지되는 심폐사의 시점을 죽음의 시점으로 삼게 되면 심폐사 이후에 장기를 적출할 수 있는 시간이 단 몇 시간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효율적인 장기적출이라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 죽음의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수많은 살아 있는 인간 생명을 살해하는 길을 활짝 열어 놓는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했다.

‘심폐사’에 대해서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정지되어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고 온 몸의 신진대사가 정지되는 시점을 육체적 죽음의 시점으로 보는 관점이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정지된 후에도 세포는 몇 시간 정도 유기체적인 잔여생명을 유지하긴 하지만 이 세포는 자기복제와 단백질 생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살아 있는 인간의 세포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폐기능이 정지되면 피의 순환, 산소공급, 신진대사가 모두 이루어지지 않아 신체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정지된다. 성경은 육체적 생명을 피와 연결시키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수정이 이루어지는 시점부터 심장과 폐가 기능을 정지하는 시점까지는 영혼이 육체 안에 머물러 있고, 신체도 작동하는 살아 있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이 인간의 생명은 누구의 소유인가”라며 “수직적인 차원에서 보거나 수평적인 차원에서 보거나 인간의 생명은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인간의 생명은 절대적 소유권은 하나님께 있으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형성되었기 때문에 나의 생명에 대한 소유권은 타인들에게 상당한 지분이 있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성립될 수 없다. 타인의 생명이든 아니면 자기 자신의 생명이든, 한 인간이 자의적으로 종결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 세계관*복음 초청집회 둘째 날에는 박희철 교수(TTGU 평목원)가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제자 삼으라(요 13:34-35)’는 주제로 결혼과 가정 분야 세계관 특강을 전했고, 홍문균 목사(한국국제전도폭발본부 대표)가 복음 초청을 진행했다.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이요나 목사(서울 갈보리교회)가 ‘하나님의 뜻(마 18:14)’에 대해 탈동성애 분야 세계관 특강을, 송종완 목사(수원 삼일교회 원로)가 복음 초청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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