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 데살로니가에 다시 방문하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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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94] 제2차 전도여행(22) 데살로니가(6)

데살로니가에 2천 년 전 뿌려놓은
바울의 ‘아로마’ 맡으려 거리 누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보이는 것

▲화이트 타워.

▲화이트 타워.

사도 바울이 2천 년 전에 데살로니가에 뿌려 놓은 아로마(향기)의 냄새를 곳곳에서 맡으려고, 필자는 데살로니가 시내를 걸어 다녔다. 어디선가 바울의 은은한 향기가 코에 잡힌다.

자유광장을 거쳐 테르마익 만(灣)과 면해있는 해안도로에 이르러 멀리 동쪽에 보이는 데살로니가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화이트 타워를 향해 주위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걸어가 본다.

멀리서 작은 점처럼 보이던 이 탑은 막상 다가가자 엄청난 크기의 둥근 석조탑으로 나타나 주위를 압도한다. 이 탑 주위에는 가족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주위를 돌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참고로 이 탑은 6층 크기로 높이가 34m이고, 맨 위에는 포탑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는 없어졌으나 탑 주위에는 8각형 방어벽이 있었다.

▲20세기 초 화이트 타워 사진. 탑 주위에 1535년경 만든 8각형 방어벽과 여러 개의 초소가 보인다.

▲20세기 초 화이트 타워 사진. 탑 주위에 1535년경 만든 8각형 방어벽과 여러 개의 초소가 보인다.

이 탑을 지나 해안을 따라서 조금 가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상이 있다. 대왕이 망토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있는 이 동상 역시 큰 규모이다.

‘북(北)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Skopje)에 있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상을 보지 않았다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다. 유고슬라비아 연방 해체 이후 1991년에 독립한 나라인 ‘북(北)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 시내 한가운데에 서 있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상에 비하면, 이 동상은 그 크기가 너무 작고 옹색하다.

그리스와 북마케도니아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서로 자기 나라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그리스는 이미 그리스에 마케도니아주(州)가 있으므로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바꿀 것을 마케도니아에 요구하였다. 알렉산드로스의 고향과 마케도니아 이름 사용에 대해 두 나라는 한동안 심각한 외교적인 마찰을 빚었다.

이와 관련하여 데살로니가에서는 2018년 1월 대규모 시민시위가 열려 마케도니아(나라)에 나라 이름을 변경하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리스 출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요구하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동상(기마상).

▲알렉산드로스 대왕 동상(기마상).

그리스인들은 데살로니가가 포함된 마케도니아주와, 마케도니아주에 지리적으로 북쪽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립국 마케도니아를 구별하기 위해, 독립국 마케도니아를 피롬(FYROM)이라고 부르고 있다. FYROM은 Former Yugoslavic Republic of Macedonia의 약자로, ‘과거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라며 자기들의 마케도니아주와 구별하는 것이다.

그리스의 항의를 받은 마케도니아는 결국 2019년초에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라고 변경하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동상을 지나 계속 동쪽으로 해안을 따라 1km를 가면 6·25 한국전쟁에 그리스가 군대를 파병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993년에 주한(駐韓) 그리스 명예영사(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기증한 한국 정원이 있다. 그리스는 우리나라를 공산군의 침략으로부터 구해주기 위해 한국전쟁에 육군과 공군(수송기 편대)을 파견해 주었다.

바울은 빌립보, 네압볼리 그리고 데살로니가, 베뢰아 등 마케도니아(마게도냐) 지역을 방문한 뒤 남쪽으로 내려가 아테네에 이르게 된다.

▲한국 정원 안에 있는 한국전쟁 그리스군 참전 기념비.

▲한국 정원 안에 있는 한국전쟁 그리스군 참전 기념비.

바울은 데살로니가에 뿌려놓은 복음의 씨가 어떻게 자랐는지 알기 위해 디모데를 보낸다. 디모데는 이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아테네 남쪽에 위치한 고린도에서 서기 50-51년경 바울과 만난다.

여기서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데살로니가전·후서)를 쓴다. 편지를 쓴 목적은 데살로니가의 유대인들로부터 박해받고 있는 기독교인들의 믿음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바울은 데살로니가를 다시 방문하고 싶었으나 당시 주위 형편이 허락하지 않았다. 바울이 데살로니가전서 2장 17절(형제들아 우리가 잠시 너희를 떠난 것은 얼굴이요 마음은 아니니 너희 얼굴 보기를 열정으로 더욱 힘썼노라)에 기록한 것은 사회의 일반적 생각에 반대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서양의 금언(金言)이 있으나, 바울은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는 보인다(Out of Sight, but not Out of Mind)”고 데살로니가 형제, 자매들에게 말한 것이다. 바울의 데살로니가 교인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이 말 한 마디에서 넘쳐흐르고 있음을 본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0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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