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학회 등, 목회자를 위한 통일학술대회 개최
기독교통일학회와 하나와여럿통일연구소가 21일 산정현교회에서 제33차 기독교통일학회 및 제1회 목회자를 위한 통일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기독교적 통일, 어떻게?’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권상아 박사(코리아통합연구원, 성균관대)가 좌장을 맡고, 안인섭 교수(총신대 신대원, 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와 장동민 박사(백석대 역사신학)가 각각 ‘우리가 지향하는 성경적 통일’과 ‘북한 교회 재건을 꿈꾸다’를 주제로 기조발제했다.
통일, 성경적 가치 아래 시작해야
민족 구원과 복음화, 하나님 나라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 이뤄야
안인섭 교수는 “기독교적 통일은 성경의 절대적 가치 아래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기독교통일학회가 강조하는 성경적 통일은 정부의 통일 정책에 의해 좌우되거나 정치적 이념에 의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방향”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성경적 통일에 대해 △북한이라는 새 포도주를 담기 위해 새 부대를 준비하는 것 △가난한 이웃, 북한을 위해 손을 움켜쥐지 말고 필요한 것을 넉넉히 주는 것 △하나님께서 분단 상황을 회복시켜 주시고 통일을 이뤄 주실 것이라는 것 △돌아온 탕자의 비유처럼 아버지의 마음을 품을 것 △원수를 갚지 않고 선으로 악을 이길 것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심을 힘써 이뤄나가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성경적 통일이란 절대적 가치는 성경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민족 구원과 복음화에 대한 준엄한 성경의 메시지를 경청해야 한다. 성경만이 절대적 가치,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에 성경이 아닌 정치, 이데올로기, 전통은 성경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며 “하나님나라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북한에도 하나님나라가 자라고 있다. 하나님나라가 자랄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다. 종말론적 하나님나라에서는 우리가 하나님에 의해 순종하고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인은 우리를 화해하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화해의 직분자가 돼야 한다. 또 청지기 정신을 갖고, 유대 기독교인이 기쁜 마음으로 구제에 힘쓴 것처럼 디아코니아의 정신으로 민족을 섬겨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북한 형제자매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이들의 존엄성과 인권 증진을 위해 교회가 매개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안 박사는 개혁교회 중심의 연방공화국을 세운 네덜란드를 언급하며, 근대적 연방제 방식의 교회 형태와 국가 체제에 대해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
끝으로 안 교수는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성경적 통일관은,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을 하나님과 화해시킨 중보자 되시며 교회의 머리가 되셔서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사명을 주신 그리스도의 삼중직에 근거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부나 정치권의 주장을 절대화하지 않고, 역사 속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선지자이자 제사장이었던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가 이뤄지는 성경적 통일관을 가지고 구체적인 통일 방안을 논의하고 찾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북한교회 재건 꿈꾸며 역사 반성
자립과 신학 등 논의하고 방안 마련해야
북한선교 준비하는 단체·교단 연합해야
장동민 교수는 “기독교인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통일 후 이뤄질 세계를 전망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행위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현실 극복을 위한 동력”이라며 “미래를 기획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통해 가능하다. 역사적 전거를 돌이켜 보며 대한민국 교회를 반성하고 미래 북한교회의 바람직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고 했다.
장 교수는 “북한은 한국전쟁 시 124만 명이 사망했고, 전쟁 후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높아지고 기독교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됐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기독교를 제국주의 앞잡이, 미신의 일종으로 가르치고, 기독교를 믿는 것이 발각되면 교화소로 보낸다고 한다. 북한교회가 재건되고 북한 주민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이 오명을 벗어야 한다”며 “우선적 목표는 기독교가 침략자의 선봉에 선 서구의 종교가 아닌 북한의 인민 종교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또 북한교회의 자립을 위해 외부 자금이 북한에 흘러 들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성도들이 헌신하게 하는 것이 자양이고 자전”이라고 했다.
또 “남한의 기독교가 북한교회 재건에 개입하게 되면 기독교와 이념 문제가 대두될 것인데, 북한 주민들이 수십 년간 이어오던 공산주의 사상을 하루아침에 버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재건될 북한교회는 이념과 얽히지 않으면서도, 국가의 방향과 정책을 인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 북한에 일정 부분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면, ‘공산주의에 순응한 교회’와 ‘순교의 길을 택하며 저항한 지하교회’ 간 갈등과 분열이 생길 수 있는데, 정죄하지 않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 또 북한 내 기독교인 가운데 신학자가 출현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 전까진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일운동의 목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일일 것인데, 북한선교을 준비하는 각 교단과 선교단체들은 연합해야 한다”며 “북한교회 자립을 위한 방안, 기독교 신앙와 공산주의의 관계, 관제교회와 가정교회의 갈등, 북한교회를 위한 신학 등을 논의하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계획하고 세운다고 해서 그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완전한 세상은 주님이 종말에 세우실 완성된 나라에 가서야 가능하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볼 뿐, 미래를 여는 것은 오로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며 “그루터기와 같이 남아 있는 북한 성도를 통해 하나님의 역사가 번성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이후 오후 시간에는 이수봉 박사(하나와여럿통일연구소), 정진호 박사(포항공대), 김은득 박사(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가 각각 ‘복음통일이란 무엇인가?’, ‘통일복음으로 복음통일 이루자’, ‘세속(화) 시대의 한국교회을 위한 공공신학’을 주제 발표하고 강미란 박사(로뎀나무교회), 정지웅 박사(아신대), 임상순 박사(평택대)가 논평했다. 끝으로 조별 토론 및 종합 토론의 시간도 마련됐다.
한편 앞서 김주한 박사(총신대, 기독교통일학회 총무)의 사회 아래 드린 개회예배에서는 노인수 변호사(기독교통일학회 부회장)가 기도하고,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 담임)가 ‘아버지의 마음’을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관선 목사는 “10여 년 만에 평양을 가게 됐을 때 달라진 모습을 봤다. 상당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가서 분단의 고착화가 심화되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연결될 줄이 끊긴 점이 안타까웠다. 적대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통일 이야기가 가능할지 생각했다”며 “집 나갔다가 아버지의 재산을 털고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가 기뻐하며 맞아 준다. 그러나 형은 투덜댔다. 아버지의 마음을 가슴속에 품고 통일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원수에 대한 자세를 분명히 말씀하셨다. 성경이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남북관계가 막혀 있을 때, 오늘 이 자리가 유익된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격려사를 전한 주도홍 박사(총신대, 기독교통일학회 설립회장)는 “남북 분단을 넘어서는 일은 한국교회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숙제이기 때문에 피하려는 경우가 많고, 분단은 원수를 미워하는 걸 합리화하기 쉬운 현장이라 생각한다”며 “저는 공산주의를 반대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고 싶다. 독일교회는 통일을 이야기할 때 이념을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복음 오직 성경 이야기를 했다. 서독은 집사로서의 행동, 섬김의 신앙을 꾸준히 했다. 그리고 통일로 이어졌다. 통일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때일수록 성경에 입각해서 통일관을 갖길 바란다.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축사를 전한 천욱 목사(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회장)는 “다양한 통일 행사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의 통일을 준비하고 계신단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기독교통일학회가 한국교회를 깨우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뚫어내는 사역을 잘 감당하시길 축복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