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정교회, 그레고리 달력으로 전환해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러시아 영향력 벗어나려는 종교 생활 구조조정 가속화

우크라이나정교회 소속 애보트 욥 올샨스키(Abbott Job Olshansky)는 최근 50명의 교구민들을 만나 왜 공동체가 9월 1일에 그레고리력 전례력으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랜 역사를 형성해 온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전국적인 종교 생활의 구조 조정을 가속화했다. 러시아정교회 지도자인 키릴 총대주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땅과 문화가 근본적으로 러시아의 것”이라는 크렘린의 견해를 열렬히 지지해 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의하면, 올샨스키는 최근 교구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세계’의 침략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인의 영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확인하려는 열망은 시기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수 세기 동안 정통 우크라이나인들은 전통적인 율리우스력을 교회 정체성의 닻 중 하나로 여겨 왔다. 처음에는 서부 우크라이나를 통치하는 가톨릭 군주의 라틴어화에 대한 저항으로, 그 다음에는 소련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율리우스 달력은 우크라이나정교회가 아닌 러시아정교회를 지원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왔다.

달력 변경은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와 일부 다른 정교회가 기념하는 1월 7일 대신 12월 25일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게 됨을 의미한다. 서방 기독교 세계는 부활절 계산을 수정하기 위해 1582년 교황령으로 수정된 달력을 채택했고, 세계 대부분의 동방 정교회는 1924년 총회 이후 이를 따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인의 거의 80%가 정통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충성심은 두 개의 경쟁 지파로 나뉜다.

우크라이나정교회는 역사적으로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속해 있었지만,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 침공 몇 달 후인 2022년 5월에 스스로 그 관계를 끊겠다고 했다. 그리고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2019년에 공식적으로 자치교회로 인정한 우크라이나정교회가 있다(우크라이나 최초의 자치교회는 1921년에 형성됐으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중요한 세력이었으나 소련의 박해로 자산이 청산되고 성직자들이 추방됐으며 추종자들이 지하로 강제 유입됐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1943년에 러시아정교회와 우크라이나 지부를 부활시켰다).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은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키예프)에서 러시아정교회가 탄생했고 그 교회가 러시아에 기반을 둔 정교회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교회를 고수하고 싶어한다. 오늘날까지도 독립교회보다 우크라이나에 등록된 교회가 더 많다.

그러나 2022년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인의 약 4%만이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소속돼 있으며, 최소 1,500개의 교회가 자치 우크라이나정교회로 전환했다. 한 가지 영향은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어에 가까운 전례보다 우크라이나어 전례를 듣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지방 및 지역 수준에서 러시아 관련 교회를 금지함으로써, 많은 역사적인 교회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가 새로 자치하는 우크라이나 정교회에 임대를 양도할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고려 중인 이 법안의 초안은 오래된 우크라이나 교회를 금지할 수 있다. 르비브(Lviv)는 이미 그것을 금지한 첫 번째 도시가 됐고, 4월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교회) 건물을 철거했다.

올샨스키는 “러시아가 교회를 그토록 통제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국가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르비브에 친러시아인이 있다면 그들은 수가 적고 조용하다. 우크라이나정교회 교회의 수는 매달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올샨스키가 주재하는 ‘거룩한 부활 새 아토스 수도원’(Holy Resurrection New Athos Monastery)은 지난해 3월 독립교회로 전환한 르비브의 수십 개의 교회 중 하나였다.

리비우와 갈리시아의 메트로폴리탄 필라레를 돕기 위해 2019년에 고용된 올샨스키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몇 주 후 약 20명의 우크라이나 정교회-모스크바 총대주교 성직자 회의에서 자신이 단 두 명의 사제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르비브는 수 세기 동안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문화 중심지였다.

올샨스키는 “그들은 미국이 우리에게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고 러시아는 결백하다고 말했다. 이르핀(Irpin)과 부차(Bucha) 근처의 가족이 폭격을 당했을 때, 이들과 계속 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정교회의 키이우 총대주교인 필라레트 데니센코(91) 대주교는 시와의 법적 싸움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환하는 교구의 수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릴리전뉴스서비스(RNS)는 “전통적인 우크라이나 교회를 선호하는 리비우의 평신도들은 전례를 위해 아파트에서 비밀리에 만나고 있다”며 “최고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침략을 더 강력하게 규탄하기를 바라고, 우크라이나 방위군을 지원하는 키이우의 여러 우크라이나정교회(이전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교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정교회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침략을 비판하며 우크라가 부당하게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키이우의 메트로폴리탄 오뉴프리(Metropolitan Onuphry)는 재빨리 침략을 ‘재난’으로 선언했고, 리비우 성직자는 모스크바의 키릴 총대주교를 기념하는 것을 가장 먼저 중단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인들과 협력했거나 러시아 침공을 정당화한 것으로 밝혀진 성직자 몇 명을 체포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또 이달 초 키이우 법원은 1051년에 설립된 슬라브정교회(Slavic Orthodoxy)의 성지인 동굴수도원(Monastery of the Caves)에 대한 정부의 임대 취소 결정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보리스필의 블라드키아 안소니(Vladkya Anthony) 메트로폴리탄 및 우크라이나정교회 주교는 과거 RNS와의 인터뷰에서 “독립교회와의 갈등은 종교적 노선이 아닌 민족주의 노선에 관한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의 민족, 영적 뿌리와 싸우고 있다. 우리는 어떤 특권도 요구하지 않고, 단지 민주주의 국가에 존재하기를 요구할 뿐”이라고 했다.

55세의 리우드물라 이바노바(Liudmula Ivanova)는 거룩한 부활수도원에서 예배하며 “러시아정교회가 우크라이나인 살해를 용인했기 때문에 독립된 우크라이나 정교회로 개종했다”고 말했다(러시아 미디어 모니터와 같은 사이트는 우크라이나교회 TV 채널에서 우크라이나인 대량 학살을 옹호하는 러시아 성직자를 보여 준다).

르비브는 최전선에서 수백 마일 떨어져 있고 폴란드와 국경에 가깝지만, 러시아 미사일은 정기적으로 주거용 건물을 공격하고 민간인을 살상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발생한 공격으로 이 지역의 100개 이상의 건물이 손상되고 10세 어린이를 포함해 3명이 사망했다.

7월 말,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정교회 지도자들은 그레고리력을 도입하기로 투표했지만, 이를 채택하기 위해 회원 투표의 3분의 2를 얻어야 한다. 

모든 이들이 달력 변경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거룩한부활(Holy Resurrection)교회의 사제인 파블로 다비덴코(Pavlo Davydenko)는 “새 달력을 채택하면 집에서 기도하는 이들은 수도원을 차단하고 교회를 바티칸에 더 가까이 끌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것을 행하는 것과 믿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사람들이 새 달력으로 변경하고 이에 익숙해질 시간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했다.

불과 몇 달 전, 커뮤니티 텔레그램 채팅에서 교구민의 약 절반만이 그레고리오 축일과 공휴일로 번경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샨스키는 “우크라이나어로 기도하는 데 익숙해져야 했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며, 일정 과정은 단계별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 구 우크라이나 교회가 하향식으로 운영되는 반면, 새로 형성된 우크라이나 교회는 진정한 시민 교회이며 국가 교회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토론 후 투표가 소집됐고 압도적 다수가 새 달력을 채택하기로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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