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내무부, 복음주의 단체들에 비자 발급 중단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예루살렘 국제 기독교 대사관 “이유 못 들어… 전례 없는 일”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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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내무부가 최근 예루살렘에 있는 ‘국제 기독교 대사관’(International Christian Embassy in Jerusalem, ICEJ) 등 저명한 복음주의·시온주의 단체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이는 향후 이들 단체들이 이스라엘 내에서 활동하는 데 위협이 된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1980년부터 이스라엘에서 활동해 온 ICEJ는 90개국 이상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이민하는 것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또 250개 이상의 폭탄 보호소를 제공하고 수백 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돌보며 국가의 다양한 인도주의 프로젝트에 연간 2,500만 달러(약 334억 원)를 투자해 왔다.  

예루살렘 ICEJ의 부대표 겸 수석 대변인 데이비드 파슨스(David Parsons)는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내무부에 의해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레츠는 “이스라엘에서 복음주의 단체들은 주로 이민을 장려하고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지원을 제공하는 등 자선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들의 노력의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집중돼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귀환이 하나의 문제라고 믿고 있다. 이는 예수님의 재림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ICEJ 회장인 위르겐 부엘러(Juergen Buehler) 박사는 ‘올 이스라엘 뉴스’(All Israel News)와의 인터뷰에서 “내무부가 왜 ICEJ와 다른 복음주의 단체에 대해 이러한 정책 변경을 했는지 아직 듣지 못했다”면서 “현재 직면한 상황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이스라엘 국가를 지지하는 우리의 사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특히 우리의 TV 및 미디어 부서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비자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부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좋은 소식을 전하는 ‘하스바라’(홍보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표현)와 관련돼 있고, 반유대주의와 싸우고 있는 ICEJ의 주요 부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내무부의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며, 실망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한 빨리 과거의 운영 모드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파슨스에 따르면, 정책 변경은 예고 없이 이뤄졌다. 이스라엘 내무부는 코로나19 유행병 기간 동안 ICEJ의 해외 직원들에게 취업 및 종교 비자 발급을 중단했으며, 이스라엘 새 정부 구성 이후 종교 비자 발급을 완전히 중단했다.

ICEJ는 몇 주 전 ‘기독교 협회’로 등록됐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기관 자격이 없기 때문에 종교 비자 요청이 거부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스라엘침례교총회와 ‘이스라엘의 기독교인 친구들’(Christian Friends of Israel) 등 다른 복음주의 단체들도 최근 몇 달 동안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다. 

파슨스 부대표는 “우리가 이름도 성격도 기독교 단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런 거부를 당했다”며 “남은 유일한 선택은 이스라엘의 자원봉사 비자를 요청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민 법률 회사인 ‘칸-토르 & 아코’(Kan-Tor & Acco)에 따르면, A-3 종교비자는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의 인정된 종교시설에서 봉사하는 비이스라엘 국민에게 발급되며, 전 세계의 종교 인사가 종교적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A-3 비자는 1년 동안 유효하며, 매년 갱신이 필요하다.

‘칸-토르 & 아코’ 고객 중 일부인 이 단체들은 수 년간 이스라엘에서 활동해 왔으며, 이러한 결정에 대한 이유는 제공되지 않았다. 이것이 현 이스라엘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정책적 변화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ICEJ를 대표하는 칼레브 마이어스(Calev Myers) 변호사는 하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며, 그것이 기각될 경우 이를 법정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내무부의 인구이민국은 하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인구이민국 에얄 시수(Eyal Sisu) 신임 국장이 이 문제를 재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CP는 “갑작스러운 탄압으로 인해, 이스라엘 우익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복음주의 단체와 옹호자들은 혼란스러워졌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 복음주의 공동체와의 강력한 관계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해 왔다.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기독교 인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증가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 인구의 약 2%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중앙통계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 기독교인의 75.8%가 아랍인이며, 이는 이스라엘 내 아랍인 인구의 6.9%를 차지한다.

이스라엘의 토라연합유대교당 의원들은 앞서 기독교 전도를 범죄화하는 법안을 제안했으나,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미 기독교인들이 다수의 유대인 미성년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기독교 개종을 목적으로 유대인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성지의 로마 가톨릭교회 수장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Pierbattista Pizzaballa) 총대주교는 “최근 기독교 지구에서 공격이 증가한 것은 급진적인 유대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라며 “이러한 극단주의자들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네타냐후 정부 하에서 권한을 부여받고 ‘보호받는다’고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자발라(Pizzaballa) 총대주교는 “성직자에 대한 괴롭힘과 종교 재산 피해의 증가가 우려스럽다”면서 “현재의 문화적·정치적 분위기는 기독교인을 상대로 한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용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P는 “부활절 주간 동안 이스라엘 당국은 안전과 화재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예루살렘에 있는 성묘교회 방문 허용 인원을 10,000명에서 1,800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해,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을 실망시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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