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는 명예·권력의 상징?… “섬기며 희생하는 자리”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장로 10명 중 8명, ‘임기제’ 필요성에 동의

▲현직 장로들에게 물은 결과, 성도에 대한 상담과 돌봄보다는 주요 정책 결정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컸다. 사진은 한 교회에서 장로 임직이 진행되는 모습. ⓒ크투 DB

▲현직 장로들에게 물은 결과, 성도에 대한 상담과 돌봄보다는 주요 정책 결정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컸다. 사진은 한 교회에서 장로 임직이 진행되는 모습. ⓒ크투 DB

평신도에게 가장 명예로운 직분으로 여겨지는 ‘장로’들은 본인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대다수가 교회 정책 주요 결정자, 부서 책임자라는 ‘권한’에 대한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성도에 대한 상담과 돌봄’의 섬기는 역할에 대한 인식 혹은 실제 감당하는 수준은 크게 낮았다.

또 10명 중 8명은 장로 임기제의 필요성에 찬성했다. 장로 한 사람이 오랫동안 교회 의사 결정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스스로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장로신문사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예장 통합 교단 장로 1,0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로 신앙의식 조사를 22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올해 4월 13일부터 20일간 이뤄졌으며, (주)지앤컴리서치가 수행했다.

▲장로의 역할, 중요도 평가.

▲장로의 역할, 중요도 평가.

‘성도 돌봄’의 인식은 3순위

시무장로 본인에게 장로직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답변은 65%(매우 8%+약간 57%)였으며,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35%(약간 29%+매우 6%)였다. 장로 대부분(82%)는 사역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 원인은 ‘교회 비전이 안 보일 때(28%)’, ‘교인과 갈등(27%)’, ‘담임목사와 의견 충돌(25%)’로 다양했다.

주변에 ‘신앙의 모범이 되는 장로가 있다’는 답변은 91%였으며, ‘명예욕이 있는 장로가 있다’도 79%나 달했다. 모범이 되는 유형으로는 ‘교회 예배/집회에 빠짐없이 참석’, ‘신앙과 교회생활에 모범’, ‘자기 희생적’ 등이었으며, 부정적인 사례로는 ‘명예욕’, ‘교인 전체 의견보다 자기 생각 고집’, ‘장로가 된 후 권위적’, ‘장로를 계급직으로 여김’ 등이었다.

장로의 역할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할은 ‘당회원으로서 교회 정책 결정(92%)’, ‘부서장으로서 각 부서 사역 책임(87%)’, ‘성도들에 대한 상담과 돌봄(79%)’이었다. 스스로 매우 잘하고 있다고 평한 역할은 ‘부서장으로서 책임(31%)’, ‘교회 정책 결정(27%)’, ‘상담과 돌봄(16%)’으로 역시 성도 돌봄을 장로의 주된 역할로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일반 성도들은 장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최근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조사기관 한목협)’에 따르면 ‘목사님을 잘 보좌’, ‘솔선수범’, ‘섬김’ 등에서 긍정적 평가가 평균 60% 수준이었다. 앞서 스스로 장로직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한 수준과 비슷했다. 이는 40%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장로 임기제에 대한 찬반 의견.

▲장로 임기제에 대한 찬반 의견.

‘스스로 견제’ 필요성 대부분 공감

장로 임기제란 ‘임기를 정해서 시무하고 임기가 끝나면 시무장로에서 물러나는 제도’다. 시무장로들에게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 82% 반대 18%였다. 찬성 이유는 ‘특정인의 오랜 의사 결정권 방지’, ‘시대 변화에 부응’, ‘젊은 세대에 기회’ 순이었다. 반대 이유는 ‘충분한 역량의 장로의 중도 이탈’, ‘총회 헌법에 항존직임으로’ 등이었다.

담임목사와 장로의 관계에 대해선 장로 대부분(88%)은 ‘협조적이다’(매우+대체로)라고 답했다. 하지만 의견 충돌 정도에 대해선 10명 중 4명이 ‘의견 충돌이 있다(자주+가끔)’고 했다. 이는 100명 이하의 소형교회보다 101~1,000명 규모의 중형교회에서 높은 특징을 보였다.

장로와 담임목사 간 의견 충돌 시 ‘담임목사 의견을 존중한다’는 답은 38%에 그쳤으며, ‘당회에서 충분히 토의 후 다수결(34%)’, ‘특정 장로가 의견을 모아 목사님과 조율(14%)’이 뒤를 이었다.

담임목사와 장로 간의 갈등에 장로 3명 중 1명 정도(34%)는 ‘담임목사의 일방적 당회 운영’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목회 정책 및 프로그램 문제’ 31%, ‘교회 재정 문제’ 28% 등의 순이었다.

장로 임직 후 교육 이수여부를 물은 결과, 교육 경험률이 68%, 3명 중 2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장로에게 필요한 교육을 한다면 받을 의향에 대해서는 92%가 ‘있다’고 응답해 교육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받고 싶은 교육은 ‘장로의 자세 및 직분수행교육’, ‘다음세대 전략’, ‘한국교회 현황과 흐름’, ‘성도 상담 및 심방 방법’ 순이었다.

▲주변에 있는 장로 유형.

▲주변에 있는 장로 유형.

장로들은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교회 지도자(목사/장로)의 윤리/도덕성’(47%)과 ‘이웃과 사회를 위한 사회적 책임 역할 부족’(46%), ‘말만 앞세우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 교인들의 삶(34%)’을 꼽았다. 한국교회의 향후 집중 과제는 ‘다음세대(교회학교, 청년부) 사역(45%)’, ‘교회의 사회적 책임(21%)’이라고 생각했다. 섬기는 교회의 올해 중점 사항은 ‘교회 공동체성 회복(42%)’을 우선으로 꼽았다.

‘권한’ 아닌 ‘섬김’의 자리로 인식해야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장로직을 ‘권한’(정책 결정권, 사역 책임권)으로 생각하는 데 앞서서 ‘섬김’, 즉 성도들을 돌보는 것과 상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 사실을 명심하고 장로직을 수행할 때 성육신으로 오시고 희생하신 예수님과 같은 리더십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장로는 목사를 견제하는 직분이 아니다. 당회를 목사 대 장로의 대립 구도로 이해하지 말고, 당회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되 개방된 자세로 임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며 양보하는 자세를 가질 때 당회가 보다 효율적이 되고 교회가 평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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