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의 투병 속에서 싹튼 소망, ‘장기기증’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본부 근조기가 세워진 故 김주성 씨의 빈소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본부 근조기가 세워진 故 김주성 씨의 빈소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지난 8월 11일 故 김주성 씨가 향년 62세로 세상을 떠나며 각막기증과 시신기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생전 약속을 지킨 파킨슨병 환자의 마지막 나눔

지난 12일, 광명성애병원에 차려진 故 김주성 씨의 장례식장에 놓인 근조기가 조문객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세상에 빛을 남긴 고귀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각막과 시신을 기증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본부에서 설치한 근조기였다.

광명 주향한교회를 섬기고 있는 김 씨의 아내 조송남 권사(57세)는 “근조기를 보고, 많은 분들이 정말 따뜻하고 귀한 일을 했다고 격려해 줬다”며 “담당 장례지도사 역시 장기기증 및 시신기증자는 처음 만났다며 존경을 표해 작은 위로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28년간 사다리차를 운전하며 성실한 가장으로 살아온 김주성 씨는 지난 2006년 아내 조송남 권사와 함께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서약했다. 이후 2012년 5월,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김 씨는 조 권사를 따라 신앙생활을 하며 11년간의 고된 투병 생활도 믿음으로 버텨냈다. 하나님을 만난 이후, 복음전파와 전도가 일상이 된 김 씨는 그리스도의 제자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다른 환자를 살리는 장기기증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각막,시신기증인 故 김주성 씨의 생전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각막,시신기증인 故 김주성 씨의 생전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그동안 혼수상태에도 빠지는 등 수 차례 고비를 넘겨온 김 씨는 지난 8월 초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며 8월 11일 영면에 들었다. 오랜 기간 질병으로 고통받던 고인의 곁을 지킨 아내 조송남 권사는 “남편은 항상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 한 줌의 재로 돌아갈 육신을 통해 암흑 속에 있는 귀한 생명을 살리고 싶은 뜻을 밝혀왔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결정으로 지난 11일, 故 김주성 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양쪽 각막을 기증하며 생전의 뜻을 이뤘다. 어려운 형편에도 나누는 일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김 씨는, 아내 조 권사와 함께 취약계층 지원 단체와 어린이구호단체 등에 꾸준히 기부할 정도로 나눔에 관심이 많았다. 일평생 나누는 삶을 살아온 고인은 12일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까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고 하나님 곁으로 떠났다.

각막기증 및 시신기증 동의서에 서명한 아내 조 권사는 “생전 함께 꿈꾸던 장기기증의 소망을 마지막 순간 이뤄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오랫동안 아팠지만, 누구보다 눈이 맑고 선한 사람이었으니 남편의 각막을 이식받은 이들도 앞으로 아름다운 것들만 보며 은혜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지난해 사후 각막기증자는 25명으로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2,128명인 데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에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고인의 참된 뜻을 잊지 않겠다”며 “고인의 각막기증과 시신기증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도하겠다”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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