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수감돼 위기에 처한 자녀를 지원하는 아동복지단체,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 오는 9월 2일까지 망원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엑스프레스(마포구 포은로 99, 1층 XXPRESS)에서 인식개선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6년간 세움과 수용자자녀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함께해 온 예술교육 전문기관 ‘1-5디자인랩’ 학생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아티스트를 꿈꾸는 청소년들로 구성된 34명의 참여작가들은 사회의 편견과 낙인을 마주한 수용자 자녀의 목소리를 설치미술, 드로잉, 조각, 영상, 사진, 페인팅 등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해 전달한다.
올해 전시는 특별히 시민들과 함께 수용자 자녀 지원을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2024년 12월,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는 시기를 수용자 자녀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의 골든 타임으로 보는 세움은 전시 관람객들에게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수용자자녀의 지원 필요성을 알리고, 유엔아동권리 협약 이행 촉구 서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8월 22일부터 2주간 열리는 이 자리에 문화예술 인권 활동가들도 시민초대 프로그램으로 합류한다. 제주도에서 인권 활동가들의 쉼터이자 베리어프리 문화공간 ‘삼달다방’을 운영하며 지난 7월 <사람을 잇다 사람이 있다, 삼달다방>(난다·류승연·박미리 등, 미니멈) 책을 출간한 이상엽 작가는 8월 24일(목) 전시 공간에서 북토크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뒤이어 8월 25일(금)에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운동을 모색해 온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권준호 대표의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권준호, 안그라픽스) 북토크도 개최된다.
“외면받을 줄만 알았던 우리의 목소리를 34명의 예술가들이 표현해 주었다는 사실에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라며 전시장을 방문해 소감을 전한 수용자 자녀 당사자 지연(가명)양은 좀 더 많은 목소리들이 발화돼 단지 ‘범죄자의 자녀’라는 한 가지 꼬리표로 여겨지는 수용자자녀에 대한 단편적인 인식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34명 학생들의 재능기부와 엑스프레스의 공간 협찬, 그리고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수용자자녀가 세상의 중심에 당당하게 서도록 돕는다는 세움의 미션, ‘당당하게 서다, Stand Firm’를 컨셉으로 거울, 엽서, 티셔츠 등의 후원 굿즈도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모인 후원금은 위기 수용자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성장지원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세움의 공식 홈페이지(www.iseum.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15년에 설립된 세움은 부모의 수감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수용자 자녀의 교육비, 심리상담, 면회 동행 등을 지원한다. 세움은 부모 얘기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비밀친구’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으며, 이영표 해설위원, 이지선 교수, 가수 션, 방송인 송은이도 비밀친구로 아이들을 만난 바 있다.
세움의 이경림 대표는 기독교 간증 프로그램에서 “아동 관련 일을 30년을 했는데, 아이들과 멀어진 것 같고 기쁘지 않았고 아이들 곁에 있고 싶어졌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감옥에 간 부모를 둔 아이를 만나게 됐다. 그 아이는 이웃에게 맡겨졌다가 성폭행을 당해 결국 쉼터로 온 아이였다.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2차, 3차 피해를 받는 아이를 만나고 싶어서 세움을 설립하게 됐다”고 세움을 설립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제 부모님은 항상 제게 ‘귀한 하나님의 딸’이라고 해주셨고, 다른 이도 하나님의 자녀임을 당연히 여겨 왔다. 제가 다섯 번 유산을 했는데, 하나님께서 다른 아이를 돌보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아이는 아이일 뿐 아이들을 차별이나 편견의 눈으로 보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