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세미나서 ‘정치 상황’ 아닌 ‘보편 가치’ 따른 정책 강조돼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구조 개편 및 국내외 협력 강화 방안”을 논하는 세미나 및 기자회견이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태영호 의원, 북한인권정보센터,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주최로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명섭 변호사(법무법인 한미)가 좌장을 맡고, 유영수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 조사자문위원, 한국인권학회 총무이사 및 편집이사), 윤여상 소장(북한인권정보센터)이 발제하고, 박원연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로베리), 백범석 교수(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상봉 대표(독일통일정보연구소), 손광주 이사장((사)한반도선진화연대)이 토론했다.
북한 인권, 전 영역 망라하는 문제
보편적 가치·규범·원칙 중시해야
먼저 유영수 교수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민관 및 국제사회 협력 강화 방안” 발제에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대한민국 정체성과 그에 기반한 가치외교에 국민들의 이해가 높아지도록 정부와 시민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국제인권 규범과 제도, 사상, 행동이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고 각각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을 취할지 의견이 다르다. 또 선진국의 인권 외교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냉전기 인권보다 안보, 정치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 속 국제 인권 협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북한뿐 아니라 다수 인권외교 대상국가들의 비협조적 태도에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는 인권의 전 영역을 망라하는 총체적 문제로, 20세기 역사 속 북한의 선택이 낳은 북한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 체제 문제, 북한 핵개발 문제, 자급자족 경제 문제 등,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핵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을 뿐 아니라 북한 문제 자체이기에 국내 및 국제사회의 태도와 정책 방향이 일관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민관 및 국제협력 방향으로, 보편적 가치, 규범, 원칙을 중시하며 그 수립과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또 즉각적인 변화가 없어도 장기적 비전을 중시하며, 국제적 가치, 규범, 원칙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새로운 협력 분야를 추구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과 인권 규범(공급망내 인권 실사)의 발전과 함께 북한 인권 증진·향상을 위한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북한 인권 정책은 현실의 남북관계와 국제 정세도 고려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그 핵심은 관여와 협력을 통한 북한 주민과 당국의 인식 변화, 역량 강화”라고 했다.
정치 상황 아닌 보편성 원칙… 통일 대비,
국가 기관 전체 차원 역할 기능 분담해야
윤여상 소장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 추진 체계 개편 방안’ 발제에서 북한 인권 정책 추진 체계의 개편이 논의 된배경에 대해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 인권 정책은 존재감이 없거나, 북한 인권 민간단체를 탄압하고 통제하여 국내외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2022년 새 정부가 출범했으나,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부 강제북송 사건 등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하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또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이산가족, 북한인권 민간단체, 유엔 등 국제사회와 국제민간단체와의 소통과 협력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6년 북한인권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음에도 사문화된 점,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기능과 역할이 정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 점, 통일부 장차관이 북한인권 민간단체와의 공식 면담 기회를 거부한 점, 탈북민 입국자가 1/20 수준으로 급감한 점, 북한 인권 문제가 특정 정당과 정권의 이슈로 인식되는 부작용을 야기할 위험이 있는 점 등을 문제로 언급했다.
윤 소장은 “통일부의 역할과 업무는 정권 교체와 대통령의 남북관계 인식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지난 정부는 보편성과 국제인권규범을 근간으로 추진돼야 할 북한 인권 문제, 북한 주민의 생명에 대한 사안을 정치적 측면에서 추진하는 근본적 문제를 야기했다”며 “북한인권, 국군포로, 납북자, 북한이탈주민 업무는 통일부 업무 영역을 넘어 국가 전체 정부조직 차원에서 역할과 기능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통일부 조직과 인력 보존 차원에 국한돼 논의하는 측면은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헌법과 통일 방안은 현재까지 정권 교체와 관계 없이 문민정부 이후 지속되기에 해당 부분의 통일부 업무와 조직은 정권 교체에 영향받지 않아야 하며, 통일 정책과 대북 정책 등은 대통령과 총선 결과에 의해 변경될 수 있기에 관련 조직은 신축적 개편이 가능해야 한다”며 “통일은 통일부만의 업무로 한정될 수 없고, 제로 베이스에서 통일부 조직 개편과 타 부처와 업무 이전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한인권,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억류자 업무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면서 정책 추진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고, 국제 인권 규범과 인권의 보편성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실 이관이 합리적”이라고, 북한이탈주민 업무에 대해서는 “1997년 당시는 탈북민이 100여 명이었으나 현재는 3만 4천여 명의 규모로 증가했고, 이들은 전국 각 지역에 거주하기에 지역 주민, 행정 서비스와 지원을 담당하고 지방 하부 조직을 갖춘 행정안전부로 이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북한 지역 각 정보와 상황을 모니터링, 분석, 자료 축적하는 기구로 북한지역 담당 통일기반조성실(가칭)을 신설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민족의 소망을 담고 있는 통일은 국가 중요 정책 사항이며, 통일 대비 업무는 통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기관 전체 차원에서 역할과 기능이 분담돼야 한다”며 “북한 인권 및 인도적 사안은 남북관계, 정권교체 등 정치적 상황에 관계 없이 국제 인권 규범과 지속성, 일관성, 보편성 원칙하에 추진될 수 있도록 정책 추친 체계를 갖추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성숙한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태영호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탈북민 강제 북송이 명백한 인권 침해임을 강조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중국 정부를 압박해 탈북민의 한국행 길을 열어야 한다”고 전했다.
환영사를 전한 신영호 이사장(북한인권정보센터)은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부속 NGO 위원회 특별 협의 지위를 부여 권고를 최종 채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를 계기로 북한 인권 탄압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 더욱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축사를 전한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한국, 일본, 미국 3국 정상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라는 비전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하며,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 의지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 밖에 최재형 국회의원과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영상으로 축사를 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