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사실상 국경 봉쇄 해제… 탈북민 강제북송 ‘초읽기’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북한인권단체들,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단 촉구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국민연합’이 28일 낮 12시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송경호 기자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국민연합’이 28일 낮 12시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송경호 기자

北 “귀국 승인”, 사실상 국경봉쇄 해제

지난 주말 북한이 사실상 국경 봉쇄 해제를 발표함에 따라 중국에 현재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2,600여 명의 탈북민들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 북송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들에게 난민의 지위를 부여하라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6일 북한 정권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공민들의 귀국이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2020년 1월 봉쇄한 지 3년 7개월 만에 공식 개방한 것이다.

북한 공식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세계적인 악성 전염병 전파 상황이 완화되는 것과 관련해 방역 등급을 조정하기로 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공민들의 귀국이 승인됐다”며 “귀국한 인원들은 1주일간 해당 격리시설들에서 철저한 의학적 감시를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국경 봉쇄 해제가 본격화되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과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해 왔던 북한이 외부인 입국을 승인하는 것은, 국경 봉쇄 완화의 마지막 조치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이러한 조치를 단행한 것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순차적으로 북한 외교관과 노동자, 유학생 등이 대거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들의 송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북한인권단체들, “난민 지위 부여” 촉구

에스더기도운동, 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등 북한인권단체들이 연대한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국민연합’은 28일 낮 12시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한 어린아이가 재중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시위에 참여해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송경호 기자

▲한 어린아이가 재중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시위에 참여해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송경호 기자

이들은 “(2,600여 탈북민들은) 자유와 생명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 땅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소수 중국인은 탈북민이 불법체류자 신분임을 악용하여 각종 협박과 폭력, 심지어 노동착취, 성폭력, 인신매매 등으로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탈북민은 이들을 색출하려는 중국 공안에 대한 두려움으로 숨어 지내다 마침내 체포되어, 이제는 강제 북송의 공포 가운데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북한으로 강제 북송되면 비법국경출입죄(북한 형법 233조)로만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중형에 처해지는 조국반역죄(62조)와 민족반역죄(67조)로 가중 처벌된다”며 “반역자라는 오명으로 북한보위부에 의해 말할 수 없는 잔인한 고문을 당하고, 죽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강제북송을 한다면, 북한과 똑같은 인권 유린의 공범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든 국가는 UN헌장에 언급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 준수해야 한다”며 “UN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며, UN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인 중국은 UN 헌장을 준수하는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다. 특히 UN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은 ‘최고 수준’의 인권 상황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중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강조하며,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북한으로의 강제 송환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도 중국 내 탈북민은 최소한 현장난민이거나 난민 여부를 불문하고 북송되면 고문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라 하였고, 중국정부에 강제북송 중지를 요청한 바 있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 통일부의 김영호 장관은 지난 16일 재중 탈북민의 구금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였고,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을 전원 수용할 것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재중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 ⓒ송경호 기자

▲재중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 ⓒ송경호 기자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 정부가 탈북민을 세계인권선언 정신에 따라 공포와 굶주림으로부터 자유를 얻도록 인권을 보장할 것 ▲죽음을 무릅쓰고 중국 땅에 온 탈북민들의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온정을 베푸는 인류애로 UN인권이사국으로 존중받을 것 ▲‘유엔 난민협약’과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따라 탈북민에게 유엔난민의 지위를 인정해 대한민국으로 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에는 2,600명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 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바른교육교수연합, 에스더기도운동, 북클럽, 전국탈북민강제북송반대국민연합, 전국통일광장기도연합, 탈북민강제북송반대세계연합, 탈북민자유연대 등이 참여했다.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국민연합’이 28일 낮 12시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송경호 기자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국민연합’이 28일 낮 12시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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