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여성, “스스로 무가치하게 느껴져” 토로
캐나다의 한 병원 의료진이 정신과적 도움을 요청한 여성에게 ‘의료 조력 사망’(Medical Assistance in Dying, MAID)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여성은 “스스로가 무가치하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캐나다 여성인 카트린 멘틀러(Kathrin Mentler·37)는 지난 6월 밴쿠버 종합병원의 한 센터에서 자살 충동과 관련된 상담을 받았다. 평가를 진행하는 동안 의료진은 그녀에게 “이용이 가능한 병상이 없고, 외래 환자로 진료를 받으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크리스천 인스티튜트’(The Christian Institute)에 따르면, 한 임상의는 멘틀러에게 MAID를 고려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의 조력 사망 후 ‘안도감’에 대해 나눴다.
멘틀러는 크리스천 인스티튜트와 인터뷰에서 “내 인생이 무가치하고, MAID를 선택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만성적인 자살 충동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삶의 기쁨을 찾는 데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2024년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병원이 MAID를 제안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고 했다.
밴쿠버 종합병원은 CP의 논평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으나, 크리스천 인스티튜트에 “그녀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에 대해 사과했으며, MAID 제안은 환자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기 위한 ‘절차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캐나다는 2016년 의사 조력 자살을 합법화했다. 당시 의회는 그 자격을 ‘지속적이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포함한 ‘심각하고 치료할 수 없는 질병 또는 장애’를 앓고 있는 18세 이상 시민 또는 영주권자로 제한했다.
2022년 캐나다 의회는 해당 법안에 ‘위협적이지 않은 신체 장애’를 포함하도록 확대했으며, 이후 3월 17일 MAID 자격을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를 일시적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고, 오는 2024년 3월 17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크레이튼대학교 의과대학의 인문학 의학 교수인 찰리 캐모시(Charlie Camosy) 박사는 미국 가톨릭대학교 인간생태학 연구소의 패널 토론에 출연해 “조력 자살은 ‘미끄러운 경사’”라고 경고했다. 즉 의사가 조력 자살을 받아들이면 종종 신체적 고통, 그리고 결국 정신 건강상의 고통에 대한 안락사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캐모시 박사는 “일단 허용하면 원래의 의도대로 이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의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이를 의도한 특정 인구에게만 제한하는 것은 부당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건강한 신체를 가졌으면서도 의료 조력 자살을 요구한 캐나다의 타일러 던롭(Tyler Dunlop)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그는 자신이 노숙자이고 살 이유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조력 자살을 요청했다. 그는 자신이 이러한 결정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릴리아 군인기념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 물, 쉼터 등을 거부했다.
던롭은 당시 오릴리아 매터스(Orillia Matters)와의 인터뷰에서 “난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조력 자살을 선택했다. 난 재활 치료를 받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중 일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캐나다 MAID에 관한 2021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된 MAID로 인한 사망은 10,064건으로, 이는 캐나다 전체 사망자의 3.3%를 차지했다. 2016년 캐나다 의회가 조력 자살을 합법화한 이후 MAID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31,664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