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홍수를 겪었던 파키스탄에서 아동의 권리가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1년 전 대홍수로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7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800만 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컸다. 특히 올해도 몬순 우기 동안 같은 지역에 비 피해가 발생하면서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작년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현재 대부분의 이재민은 가정으로 돌아갔으나, 노숙인 수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임시 대피소에 살고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조차 없다. 피해를 본 학교 중 일부는 여전히 휴교 중이다.
이달 말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 지역에 방문한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 잉거 애싱은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가장 소외된 지역의 아동이며, 파키스탄의 피해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대홍수 이전부터 기후 변화에 취약한 국가 8위로 꼽혔으며, 홍수 외에도 일부 지역은 올 봄 최고 온도가 섭씨 50도에 달하는 등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년도 봄에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탓에 토지가 빗물을 흡수하지 못해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하며, 기후변화의 가속화와 엘리뇨 현상이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각심을 요구했다.
홍수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파키스탄 중남부에 위치한 카이르푸르 지역은 파키스탄 내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으로, 평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들어 아동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카이르푸르시가 속한 신드 주에서만 아동 80만 명이 심각한 폭염 위기에 노출됐다. 지체장애로 외출이 어려웠던 사피르(12세, 가명)는 “최근 들어 기온이 높아지고 햇볕이 강해졌다. 햇볕이 너무 강해서 밖에 잘 나가지 못한다”며 폭염으로 인한 어려움을 전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 가격은 전년 대비(7월 기준) 40% 상승했으며, 가정 내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피해지역 아동 350만 명의 영양실조 위험 또한 증가했다.
지난해 홍수로 익사의 위험에 놓였던 아메드 칸(8세, 가명)은 “모든 게 물에 잠겨 죽는 줄만 알았는데, 부모님과 삼촌이 무너지는 벽 밑에 있던 저를 구해 줬다. 두 달 넘게 병원 치료를 받고서 나아졌지만, 지금까지도 두통이 남아 있다. 또 건물이 무너질까 봐 옆에 서 있기 무섭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닭고기와 빵이다. 하지만 홍수가 났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픈 채로 자러 갔다. 석 달 동안 쌀만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잉거 애싱은 “홍수로 인해 아동의 가정, 학교,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을 비롯한 삶의 전반에 큰 피해를 당했다. 여전히 많은 아동이 집 밖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학교 3만 곳이 긴급한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파키스탄 아동 수백만 명의 삶을 회복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기후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현재 진행 중인 인도적 지원을 비롯해 파키스탄이 수립한 기후 회복력 및 복구 계획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올해 개최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더욱 대담한 책임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 아동의 권리와 목소리, 경험을 우선순위에 두고 기후 위기의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9월부터 파키스탄 홍수 피해 지역의 재건 활동과 회복력 강화를 위해 1,790만 달러, 한화로 약 236억 8천만 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졌으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도 10만 달러, 한화로 약 1억 4천만 원을 지원했다. 2023년 5월 기준 아동 196,327명을 포함해 총 394,659명을 지원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전 세계 어린이의 구호활동을 목적으로 에글렌타인 젭이 창립했다. 에글렌타인 젭은 미션스쿨인 ‘성 베드로 중학교’(St. Peter's Junior School)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중 곳곳의 어린이들이 직면한 빈곤을 보며 교사는 자신의 사명이 아님을 깨닫고, 이후 자선 단체 협회에 참여,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성 조지 공동묘지에 묻혔으며, 그녀의 비문에는 성경구절인 마태복음 25장 40절의 인용문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