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자선단체인 월드비전(World Vision)은 전 직원이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돈을 유용한 혐의로 이스라엘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1년 만에 다시 자금 사용에 대한 정보 제공 요청을 받았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의하면, 척 그래슬리(Chuck Grassley·공화당) 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은 지난 8월 11일(이하 현지시각) 월드비전과 미국 국제개발처에 월드비전의 재정과 납세자 자금 사용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 이에 월드비전 측은 “테러리스트와 거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슬리 상원의원의 서한에는 월드비전 전 직원인 모하마드 엘 할라비(Mohammad El Halabi)의 유죄 판결, 2016년 그의 체포 이후 월드비전의 가자지구 운영 중단, 이 같은 활동에 대한 자선단체의 감사 등이 언급돼 있다.
서한은 월드비전이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명하며 “감사 결과는 자금 유용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고, 엘 할라비가 하마스의 일원이거나 하마스를 위해 일했다는 어떠한 물질적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인간의 변화를 촉진하고 정의를 추구하며 하나님 나라의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일하며 우리 주이자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기독교인들의 국제적 파트너십”으로 알려져 있다.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활동 중인 월드비전은 최근 몇 년 동안 재정에 관한 정밀 조사를 받아 왔다. 또 전 가자지구 담당자였던 엘 할라비에 대한 형사 고발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엘 할라비는 이 단체에서 테러 조직인 하마스에 5천만 달러(659억 5,000만 원)를 제공한 혐의로 이스라엘 법원에서 1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월드비전에 대한 그래슬리 의원의 조사는 2020년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 보고서에서 이 단체가 테러와 연계된 조직에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 계속되고 있다.
그래슬리 의원은 “의회와 미국 국민은 납세자의 돈이 불법 활동을 위해서가 아닌 의도된 대로 사용되도록 월드비전에 투명성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월드비전은 세금이 원래의 의도대로 사용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월드비전의 2022년 보고서는 구체적인 내용 없이 ‘예루살렘, 서안지구, 가자’ 지역에 대한 예산이 약 960만 달러(126억 5,200만 원)라고 밝히고 있다. 월드비전은 미국 정부로부터 식량, 비식료품, 현금으로 4억 9,100만 달러(5,272억 1,200만 원)를 지원받았다. 이는 미국 국제개발처의 보조금 중 6번 째로 큰 규모”라고 했다.
그는 월드비전에 엘 할라비가 무죄라고 주장하는 감사 보고서의 사본 제공, 엘 할라비가 납세자의 돈을 훔쳤거나 횡령했거나 횡령했을 수 있는 금액에 대한 세부 정보 공유, 납세자의 돈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어 엘 할라비의 법적 방어 비용을 위해 세금을 사용했는지 여부, 전 세계 월드비전 파트너 조직의 전체 목록을 요청했다.
월드비전 측은 “재판 과정이 불규칙하고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실질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엘 할라비의 결백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래슬리 측은 CP와의 인터뷰에서 “월드비전과 미국 국제개발처에 8월 25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요청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양측 모두 8월 30일 현재까지 편지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월드비전 대변인은 CP에 전달한 성명에서 “월드비전은 그래슬리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앞서 그의 사무실과 합의한 일정 내에 그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형태의 테러도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가 봉사하는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자원이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할라비의 결백을 주장한 이전 성명에 대해 “우리는 무함마드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라는 우리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 우리는 판결에 항소하려는 무함마드의 뜻을 지지하며, 사건의 사실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항소 절차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래슬리 의원실은 CP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납세자의 세금이 의도한 대로 사용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며, 월드비전과 미국 국제개발처에 대한 감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래슬리 의원의 이번 조사는 당시 그가 이끈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가 월드비전에 대한 조사를 마친 지 거의 3년 만에 나온 것이다.
위원회는 월드비전이 테러 자금 지원 혐의로 기소된 수단 단체인 이슬람구호기관(Islamic Relief Agency, ISRA)과 거래를 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당시 보고서에서 “월드비전이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테러리스트 단체와의 연계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조직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월드비전이 테러리스트 지원 단체로서 ISRA의 지위를 알릴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미국의 세금이 테러리스트 조직과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광범위한 역사를 가진 단체에 전해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