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예술인, 생명과 사랑 전하는 공적 역할 감당해야”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2023 크리스천 아트포럼] 서나영·서성록 교수 발제

▲2023 크리스천 아트포럼 현장. ⓒ김신의 기자

▲2023 크리스천 아트포럼 현장. ⓒ김신의 기자

크리스천 아트포럼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됐다. 2023 크리스천 아트포럼은 ‘생명 돌봄의 예술’을 주제로, 1일 경동교회 본당에서 개최됐다.

오후 포럼에서는 서나영 교수(총신대 객원교수, 스펄전칼리지 초빙교수,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WIEW 문화예술파트 전임연구원)가 ‘예술과 생명: 복음의 능력 그 아름다운 비밀’을, 서성록 명예교수(안동대,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가 ‘예술은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를 발표했다.

서나영 교수는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으로 시작해, 불순종으로 죽을 수밖에 없게 된 인간의 ‘잃었던 생명’을 찾을 수 있게 인도한다. 역사는 생명의 이야기다. 수많은 생명 중 인간의 생명이 특별한 것은 하나님의 생령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모든 삶의 내용과 방식을 투영하는 인간의 예술은 살아 숨 쉬는 충만한 감성을 표현하는 길이다. 인간은 하나님을 닮아 하나님께서 남긴 창조물을 감상하고 창조하는 DNA를 가졌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예술과 무관하지 않고,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인 생명에 관한 문제와 예술 또한 더욱 긴밀한 끈으로 엮여 있다”고 했다.

특히 “기독교 예술가들은 숙명적으로 ‘생명’이라는 단어에 그들의 소명이 있다. 그들이 믿는 복음, 그 핵심 가치가 생명이기 때문”이라며 “아브라함 카이퍼는 세상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예술, 교육 등 여러 하위 영역으로 나뉘어 있고 각 영역은 고유한 가치와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 중 예술은 독특한 모습으로 존재하며 그 고유의 세계를 인정받고 있는데, 인간의 가장 깊숙한 정신적 세계로부터 보이는 모든 만물의 형상과 그로부터 나오는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만드는 것을 존중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미학은 과학과 의학, 법학과 다른 노선을 걸으며 생명을 사랑한다. 공학이나 과학인 엄격한 숫자의 법칙과 신념으로 움직이는 세계라면 예술은 따뜻한 생명의 기운과 가치가 살아 숨쉬는 인간의 세계”라며 “그런데 오늘날 예술은 의미가 일그러져, 자본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고유의 장인정신과 탁월함이 뒷방으로 물러난 신세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아름다움의 본질은 하나님 삼위일체 속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아름다운 사랑의 관계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속 사역 속에 가장 찬란히 빛난다. 그것을 우리는 복음이라고 부른다. 복음은 역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소식이다. 복음은 아름다운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속성과 사랑과 영원한 생명을 계시하는 유일한 소식이며 아름다움의 본질을 인식할 단 하나의 길”이라며 “기독교 미술인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온전함의 영성을 향해 달려가며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는 자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미술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심정으로 아름다움을 풀어내야 한다. 그들의 작품을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영원한 생명의 길을 보여줘야 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복음을 더 풍성하게 경험하고 인식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다른 지성의 영역들을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길로 초청하며 주님께 돌아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세상에 충만한 아름다운 은총을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아름다움의 참 본질을 이해하는 기독교 미술인의 열매는 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작품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심정으로 세상에 그 생명과 사랑의 복음을 흘러보내는 기독교 미술인의 모든 걸음이 아름답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성록 교수. ⓒ크투 DB

▲서성록 교수. ⓒ크투 DB

서성록 명예교수는 “예부터 예술은 진리에 이르는 길로 인정됐지만, 계몽주의 이후 그 전통적 지위를 빼앗기고 ‘사적이며 주관적인 경험’ 속으로 축소됐다. 미술은 공적 기능보다 경제적 기능에 더 충실한 면모를 노출하게 됐다”며 고대 문명부터 중세시대, 르네상스 시대, 종교개혁 이후의 시대, 20세기, 근래 등 공공 미술의 역사와 그것에서 발전한 형태의 미술, 그리고 개혁주의 예술철학자들의 예술의 공적 역할에 대한 관점을 살폈다.

그는 “전반적으로 공공미술은 우리의 삶과 환경을 바꾸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교회의 제단화나 프레스코, 스테인드글라스 등에서 시작하여 일상생활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 그리고 최근의 사례까지 점검하면서 우리는 미술의 공공성이 시대마다 다른 성격과 철학을 띠고 등장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공공미술 중 특정 이념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전통적 권위를 공격하려는 의도를 띠고 추진되는 것도 있다. 사회 구성원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바람직한 가치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별별 미술을 다 불러왔다”고 했다.

또 “공공영역의 탈신앙성이 고착화된 시대에 크리스천이 신앙을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 관철하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예술이 공적인 것이 되지 못하고 개인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예술을 더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세상을 우리게에 주시며 세상을 다스리라고 하셨다. 세상 문화를 보살피고 관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크든 작든 적합한 능력을 주셨다. 예술가로 하여금 세상을 돌보고 섬기는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예술적 재능이 거저 주어진 것이라면, 그것의 용도 또한 피조계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가 가신 은사 전체는 우리의 이웃의 유익을 위해 분배하라는 조건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고 위탁하신 것이다. 인류의 공동 이익을 위해 하나님께서 개인들에게 주시는 가장 훌륭한 은혜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예술은 개인의 만족에 머물지 말고 사회에 유익을 주고 ‘좋은 삶’, 사회의 번영에 도움을 주는 공동선의 추구에 힘써야 한다. 예술의 공적 활동은 그것이 일어나는 물리적인 외부공간에 제한되기보다 자연스럽게 피조물에 대한 돌봄과 섬김으로 모아진다. 공공미술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며 “크리스천 미술가들의 무대는 열려 있고 테마는 무진장하다. 성경이 구체적으로 예술에 대해 명시하지 않은 것은 많은 부분을 예술자의 재량으로 남겨놓으셨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가 추상적인 것도 아니고 내면적인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왕국은 관계적이고 사회적인 방식 못지 않게 물리적, 공간적, 상징적 방식으로 형성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대리인으로 공공의 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끝으로 “문화의 침식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이를 파헤치고 저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환경 속에 만물을 회복시키려 예수님을 보내셨다. 우리에게 문화를 돌볼 책임을 맡기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공동선에 기반한 예술은 분해된 공동체를 회복시킬 뿐 아니라 새 예루살렘의 동산에서 사는 법을 대비하고 익히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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