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생인권조례, 이 정도였다니

|  
▲박희정 원장(연세해피마인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박희정 원장(연세해피마인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초등교사의 연이은 자살과 학교에서의 교권 침해 사례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연일 신문이 떠들썩하다. ‘학생생활지도 고시’가 발표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어떤 내용이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 정말 아연실색할 내용들이다. ‘학생인권’이 도대체 무슨 의미였냐고 조례를 만들었던 분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라도 해야 할 판이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에게 물어봐도 이 내용들이 ‘학생을 위한’ 내용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진료받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가 학교에서 충격을 받고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에게 얘기한 내용에 필자도 충격을 받았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담임선생님이 체구가 작은 남자선생님인데, 그 반의 체구가 큰 남학생이 그 선생님을 신체적인 힘으로 제압해서 거의 질질 끌고 한참을 다녔는데 그 선생님이 아무 대처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를 내지도, 야단을 치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매를 때리지도 못하고 한참을 끌려 다니다 겨우 놓여 났다는데, 어떻게 이런 장면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그 장면을 본 아이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또 근래 진료를 시작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은 학교가 너무 싫고 학교에 있을 때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3-4명의 아이들이 수업하는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고 선생님을 조롱하고 웃고 떠드는데, 거의 모든 아이들이 웃으면서 이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너무 싫어요.” 무표정으로 이 말을 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그 아이가 교실에서 느낄 혐오감과 좌절감이 전달됐다. 또한 이런 분위기가 정상이 아니라는 명확한 ‘기준’도, 예절이 실종된 분위기를 바로잡을 방법에 대한 생각도 희망도 없는 그 아이의 얼굴은 너무나 힘이 없어 보였다.

새로 발표된 ‘학생지도 고시’ 4가지만 보자. 교육부는 고시대로 생활지도를 하면 교사는 아동학대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간은 교사가 생활지도 중에 아동학대로 처벌받았었나 보다.

고시 한 가지, 학생이 수업 중에 휴대전화 사용으로 교육을 저해하면 주의를 주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검사와 압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즉 그간에는 수업 중에 학생이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주의를 주고 압수할 권한이 없었다는 뜻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사생활의 자유’ 조항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자유’가 이런 것이었던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수업하는 중에 학생은 휴대전화를 마음껏 사용하면서 제지를 받지 않는 것이 학생의 자유인가? 이런 것을 ‘방종’이라고 부르는 것을, 학생인권조례 하의 학교에서는 금지했나 보다.

고시 또 하나,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경우 학생의 휴식권을 제한할 수 있다. 즉 그간 학생인권조례의 ‘휴식권’으로 인해 교사가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깨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학생이 “선생님이 내 휴식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마음껏 잘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학생의 ‘인권 보장’인가. 수업시간에는 잠을 참으며 수업을 들으려고 노력하게끔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 아니던가. 그것이 자기통제력의 훈련 아니던가.

고시 또 하나, 교사나 다른 학생에게 위해를 가하는 학생은 물리적 제지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물리적 제지를 하면 교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교장은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 즉 그간 학생인권조례 하에서 교사나 다른 학생에게 위해를 가하는 학생을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초등학교 4학년이 담임교사를 힘으로 제압해서 교실 안을 끌고 다니는 상황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업하는 선생님을 조롱하고 웃고 떠드는 교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교사와 다른 학생에게 위해를 가해도 물리적 제지가 금지되었었다니, 이것이 ‘인권’일까? 참 말로 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상식에서 멀다. 새로 발표된 고시에도 물리적 제지를 하면 교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니 일선의 교사들이 과연 물리적 제지를 실제로 할 수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시 마지막 예, 교사가 교육적 목적으로 공개적으로 학생을 칭찬, 보상할 수 있다. 즉 학생인권조례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으로 인해 그간 교실에서는 학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거나 보상을 줄 수가 없었다는 의미다. 교실에서 학생을 칭찬하는 것이 학생인권조례에서는 ‘차별’인가 보다. 오늘 칭찬을 못 받은 학생이 ‘나도 노력해서 저 아이처럼 칭찬 받겠다’, 또는 ‘내일 나도 칭찬받을 것이니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대신, ‘나는 차별받았다’고 생각하도록, ‘나는 손해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도록 교육한 것이 아닌가? 아이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차별’이라는 학생인권조례를 손에 받은 이 교사들은, 그간 교실의 모든 학생들을 골고루 칭찬하도록 교육대학 시절부터 끊임없이 훈련받은 분들이 아닌가.

심란하다. ‘학생인권’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정말 궁금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석했다고, 뭐라고 그 분들이 설명을 한들, 그들의 말이 솔직한 말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교실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 상식에서 벗어난 조항들이 설명해 주는 것들을 믿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람은 그들의 말이 아닌, 그들의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으니 말이다.

박희정 원장(연세해피마인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