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세속주의 원칙 강화 의지 표명
4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공립학교 내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긴 드레스 ‘아바야’의 착용이 금지됐다.
이에 일부 좌파 진영과 여성단체에서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일단 큰 충돌 없이 시행에 들어갔다.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교직원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 아침부터 아바야와 카미(무슬림 남성이 입는 긴 옷)에 대한 저의 조치가 큰 문제 없이 존중되고 있다”며 “학교는 공화국 규율 안에서 예외 없이 모든 학생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부터 ‘아바야’를 입고 등교하는 사례가 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그것이 세속주의에 어긋난다며 이번 학기부터 공교육 기관 내 아바야 착용을 금지했다.
학교 내 정치 선전물에 대한 첫 번째 금지 공문이 나온 건 1936년, 이슬람 상징물이 처음 논쟁 대상으로 떠오른 건 1989년이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무슬림의 히잡 착용을 학교 재량에 맡겼는데, 그해 가을 크레이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무슬림 청소년 3명이 수업 시간에 히잡을 벗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학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문제는 정치적 이슈로 번졌고, 그해 11월 27일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인 국참사원은 “과시적인 성격의 종교적 상징물은 금지한다”면서도, 히잡 착용이 세속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학교장이 사안별로 판단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2002년 리옹의 한 여고생 사건으로 히잡 논란이 다시 불거졌으며, 이후 프랑스 정부는 2004년 3월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이 표면적으로 종교적 소속을 나타내는 표식이나 복장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무슬림의 히잡뿐 아니라 유대교의 전통 모자인 키파나 가톨릭의 대형 십자가 등도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에 정부가 교내 착용을 금지한 ‘아바야’의 경우 그동안 검소한 복장을 추구하는 이슬람교 신념에 맞춘 긴 드레스로 여겨져 특별한 제재가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이것이 세속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종교적 색채를 띤 복장이라며 금지 방침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일 한 직업고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화주의 체제를 무시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며 세속주의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