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방문한 교황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정중”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귀국 비행기서 기자회견 열고 입장 밝혀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있는 아동의 머리에 안수하고 있다.  ⓒ롬 리포트 보도화면 캡쳐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있는 아동의 머리에 안수하고 있다. ⓒ롬 리포트 보도화면 캡쳐

교황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국민들의 개방성을 칭찬하고, 제국주의와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을 비판하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과 같은) 러시아 문화가 정치 때문에 취소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교황이 4일간 몽골을 방문하는 동안 자국의 주교들이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정중하다”며 “나는 중국 국민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바티칸은 최근 주교 임명에 관해 중국과의 임시 합의를 갱신했다. 그러나 이는 그 비밀성과 모호성 때문에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과 유럽도 바티칸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보다 확고한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프란치스코는 바티칸 국무장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이끄는 중국-바티칸 위원회가 이룬 ‘선한 일’을 칭찬했으나, 중국은 종종 협정 조건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최근 종교 자유에 추가적인 제한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종교적인 면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중국 시민들은 교회가 그들의 문화와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거나 또 다른 외국 세력을 대표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몽골 방문 중 참석한 전·현직 홍콩 주교들에게 연설하며 중국 국민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교황이 평생 중국에 발을 디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소수의 중국 가톨릭 신자들이 몽골에서 열리는 교황 행사에 비밀리에 참석한 것이다. 

교황은 몽골이 더 크고 강력한 이웃 국가인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언급하며 “일부 제국주의 세력이 몽골을 지배하려고 했으나, 몽골 국민은 그 대신 대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교황은 성 에지디오(St. Egidio) 가톨릭 평신도 운동 소속의 숙련된 평화운동가인 이탈리아의 마테오 주피(Matteo Zuppi) 추기경을 키이우(키예프), 미국, 중국, 모스크바에서 평화 사절단을 이끌도록 임명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해 왔지만, 중재 채널을 열어두기 위해 러시아나 그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침략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최근 교황이 러시아의 청년 그룹에게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대제를 ‘러시아의 풍부한 유산의 일부’로 언급한 논평은, 일부 사람들에 의해 과거 러시아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바티칸은 교황의 발언을 철회했다.

교황은 “나의 뜻은 러시아 청년들이 ‘자신의 유산을 책임지도록’ 격려하고자 한 것이었으나, 그 예가 적절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며, “러시아에 대한 발언은 정치보다는 문화와 더 관련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인용해 “러시아 문화는 너무나 아름답고 매우 심오하,며 정치적 문제 때문에 취소돼서는 안 된다. 문화의 전달은 절대 제국주의적이어서는 안 된다, 절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려는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문화에서 이데올로기가 떨어져 나오는 것은 바로 독이다. 그것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데올로기가 교회를 뿌리에서 분리시킨다”고 했다.

이와 관련, CT는 “이념을 둘러싼 긴장이 가톨릭교회 내에 만연해 왔으며, 특히 올해 10월 바티칸에서 열릴 주교, 평신도 가톨릭 신자들의 ‘공동합의성에 관한 대회’를 둘러싸고 교회의 권력, 포용성, 다양성에 대한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교황 평론가인 버크 추기경은 최근 대회가 교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교리에 도전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교황은 이에 대해 “이러한 사상의 기원을 더 깊이 살펴보면 이데올로기를 찾을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언제나 교회와 친교를 멀어지게 한다”며 “인용 부호가 붙은 교리는 증류수와 같아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그것은 참된 가톨릭 교리가 아니다. 참된 가톨릭 교리는 스캔들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교황은 “기도와 대화, 친교를 중심으로 하는 대회에는 이데올로기가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앞서 바티칸 공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Paolo Ruffini)가 이끄는 위원회에서 교황은 “모든 사람의 개입을 매우 존중하고, 어떤 소문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을 방문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내가 아니면 아마도 요한 26세가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86세인 그는 9월 말 지중해 회담을 위해 프랑스의 마르세유와 유럽의 다른 나라(코소보)를 방문할 계획이나, 건강으로 인해 여행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센터> 의료팀 집념에서 겹쳐 보이는 기독교 신앙?

박욱주 박사님이 OTT 넷플릭스 시리즈로 호평받고 있는 는 웹툰 및 웹소설 기반 작품으로,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가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지훈(백강혁 역), 추영우(양…

조르주 루오 반 고흐 티모시 슈말츠

깨어진 존재들의 공감에 뿌리내리는 ‘기독교 미학’

하나님 나라 추구 그리스도인 세상 더 잘 알고자 함 필요해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 샬롬 비전 구현 구체적 행위 피조계 돌보라는 명령 완수 깨어짐 속 빛나는 존재 발견 기독교 미학의 특징 중 하나는 ‘이상화된 미’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

김조한

가수 김조한, 시편 프로젝트 동참 ‘10편: 그 이름을 부릅니다’

R&B 대디 김조한 ‘첫 작업’ 감격 “이 곡은 내 자식 같은 노래” 가수 김조한 씨가 지난 1월 31일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새 싱글 ‘그 이름을 부릅니다’를 발표했다. 신곡 ‘그 이름을 부릅니다’는 시편 10편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색다른 멜로디와 …

그라운드C

‘제2의 전한길’ 그라운드C, 세이브코리아 부산 강연에서 시대를 흔들다

강연에서 대중을 몰입시키는 능력은 단순한 말솜씨를 넘어선다. 논리적 흐름, 강렬한 메시지, 그리고 감정적 결집을 이끄는 힘—이 모든 요소가 결합될 때, 연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대중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한다. 필자는 평소 그라운드C(김성원)…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전국 각지서 일어난 수십만 국민들 “탄핵반대·자유수호”

윤석열 대통령이 기소된 후 맞은 첫 주말인 1일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네 번째 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부산역광장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탄핵 반대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수십만의 성도들과 시민들이 결집했으며, …

전한길

전한길 강사가 고발한 ‘불의한 헌법재판관들’의 실체

대한민국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최고 법률기관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과연 헌법…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