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가 ‘성 인권 교육’ 사업을 축소, 폐지한다는 보도가 난 가운데, 정작 내년 여성가족부의 ‘성인지 예산’은 늘어날 예정임이 밝혀졌다.
‘성 인권 교육’ 축소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7일 공개한 자료를 통해 “여성가족부는 학교 내 비장애 학생 또는 장애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성 인권 교육’을 희망하는 학교 등에 교육 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을 2013년부터 추진해 왔다. 일부 시·도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었으나, 지자체 수요 감소가 더해져 내년도 예산을 감액하게 되었다”며 “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의 경우는 보건복지부에서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유사성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사업예산을 감액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동·청소년에 대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 등을 통해서 관련 교육이 계속되도록 추진하고,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와도 협력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가족부의 성인지 예산은 오를 전망이다. 7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성인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서’에 따르면, 내년도 성인지 예산(기금 포함) 총액은 24조 1,966억원으로 올해(33조 1,818억원) 대비 27.1% 감소했다. 성인지 사업을 시행하는 중앙관서는 올해 38개에서 내년 40개로 2개 증가한 반면, 사업 수는 302개에서 282개로 20개(-6.6%) 줄었다.
성인지 예산이 줄어든 주요 관서는 총 19곳으로 47.5%로 대표적으로 국토교통부(-95.6%), 교육부(-68.6%), 문화체육관광부(-35.9%), 고용노동부(-6.5%)를 비롯해 인사혁신처, 방위사업청, 경찰청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올해 성인지 예산 14억 9,600만원을 편성했으나 내년 전액 삭감하거나 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지 예산이 증가한 곳은 여성가족부(1,740억원, 13.7%), 농림축산식품부(1,785억원, 40.9%) 등으로, 큰 폭으로 관련 예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계에서는 이미 ‘양성평등과’과 ‘성평등’이 다른 용어라고 지적하는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 교육 위주로 진행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2019년 여성가족부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추진했던 ‘나다움 어린이 책’의 경우 영유아기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성평등’ 의식 향상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유아기를 대상으로 사업임에도 해당 책에는 “콘돔 끼면 잘 못 느끼겠어 별로야”, “섹스가 꼭 필요해” 등 자위, 성관계 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담겨 학부모를 경악하게 했다.
이에 수십 개의 학부모 단체들은 “나다움 어린이 책 선정에서 지나치게 외설적이거나 반사회적인 내용의 책을 추천한 이정옥 여가부장관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