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쇠망치·불도저·감옥으로도 막을 수 없는 복음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현지 목회자 “핍박 사라지는 것 아닌, 우리가 신실하길 바라”

▲당국자들이 보낸 철거반원들에 의해 교회 건물이 지붕만 남고 다 파괴됐지만, 월터 피스 목사의 교회 성도들은 계속 그곳에 모여 예배드리고 교제를 나눴다.

▲당국자들이 보낸 철거반원들에 의해 교회 건물이 지붕만 남고 다 파괴됐지만, 월터 피스 목사의 교회 성도들은 계속 그곳에 모여 예배드리고 교제를 나눴다.

쿠바에서는 정부 당국이 경고도 없이 교회를 급습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 핍박받는 기독교인을 지원하고 그들과 동역하는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에 따르면, 2020년 3월 10일 오전 9시경 쇠망치를 든 남성들이 무리를 지어 데이비드 목사의 교회에 나타났다.

데이비드 목사는 “그들은 교회 건물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걸 허물려고 했다. 10kg이 넘는 쇠망치로 교회 건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일부러 교회가 문을 닫은 시간에 맞춰 온 것이었다. 자신들이 모든 걸 파괴하는 데 방해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린 데이비드 목사와 교회 지도자들이 바로 현장에 달려갔고, 교회 지붕이 무너지기 직전 가까스로 철거 대원들을 막았다.  

데이비드 목사는 한국VOM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가 느꼈던 슬픔을 상상할 수 있는가? 수 년 동안 희생한 끝에 지을 수 있었던 그 소박한 교회가 억울하게 허물어져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VOM에 따르면, 수십 년 전 쿠바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는 무신론 공산주의 정부를 수립하고 쿠바섬에서 종교를 몰아내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쿠바 교회 지도자들에 따르면, 그와 정반대되는 일이 일어났다.

한 교회 지도자는 “카스트로가 그렇게 말한 지 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쿠바에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쿠바의 수많은 학교와 비밀 감옥과 집단, 그리고 모든 지방 자치 당국에도 기독교인들이 있다. 동서남북, 쿠바 어디에나 복음이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바에서 복음이 점점 더 퍼져가면서, 기독교를 겨냥한 정부의 감시와 감독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한국VOM 현숙 폴리 대표는 “2021년, 17년간 함께 예배를 드려온 파우스티노(Faustino) 목사와 교인 100명 역시 데이비드 목사 교회가 겪었던 것과 같은 탄압에 직면했다”며 “정부가 불도저를 보내 교회의 건물을 완전히 밀어버렸다. 비록 건물은 그렇게 파괴됐지만, 교회 성도들은 정부가 결정을 바꿔 주길 바라면서 교회 건물이 있던 자리에 임시 지붕을 세우고 그 아래서 매일 모임을 지속했다. 공안 경찰들이 매일같이 기독교인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그 자리를 떠나라고 압박했지만, 교회 성도들은 식량이 부족해 쌀겨로 겨우 연명하면서도 신실함을 잃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훨씬 더 큰 탄압에 직면한 쿠바 목사들도 있다. 그녀는 “2명은 1년 넘게 수감돼 있고 1명은 고문을 당하며 ‘반혁명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망치나 불도저, 투옥을 통해 쿠바 교회를 말살하려는 공산당의 노력은 계속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데이비드 목사의 교회 건물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지붕뿐이지만, 성도들은 계속 그곳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나눈다. 그들은 현관이나 부엌, 들판이나 나무 아래에서도 만나며 깨끗이 청소된 돼지우리에서 세례를 준다”고 했다. 

데이비드 목사는 한국VOM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도 성도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한국VOM에 따르면, 남편을 잃은 뒤 혼자서 10대 자녀 둘을 키우느라 고군분투 중인 한 여성 목회자는 교회 활동을 중단하라고 수시로 압력을 넣던 정부 당국자들에게 담대히 맞섰다. 그녀는 “내가 무슨 법을 어겼는지 제시해 보라”고 당국자들에게 요구했다고. 당국자들이 절대 구체적인 법을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여성은 사역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쿠바 기독교인들은 이 신실한 목회자처럼 믿음 위에 변함없이 굳게 설 수 있기를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 쿠바 목회자는 유엔 고위 관계자로부터 “쿠바 기독교인을 대신해 교황, 미국 대통령, 쿠바 지도자에게 말을 전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엔 관계자가 “쿠바 교회를 위해 그들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말하면 좋을지” 묻자 그 목회자는 “우리들은 교황이나 대통령, 쿠바 지도자에게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핍박이 사라지길 구하지 않는다”며 “다만 우리가 변함없이 신실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탈북민 강제북송

“中·北, 유엔 인권이사회 WGAD 결정사항 준수하라”

中, 탈북민 2천여 명 즉시 석방을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 촉구해 인권 존중하고 난민 지위 보장도 세계인권선언·자유권 규약 준수 ‘중국정부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이 11월 25일 오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입구에서 개최됐다. 탈북민 강제북…

‘성혁명 교육 반대 학부모기도운동연합(이하 성반학연)’

“성오염 교육서 자녀들 구하자”… 기독 학부모들 연대

“성혁명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교육을 반대하는 일은 성경을 믿는 학부모 성도들이 우리 자녀세대들을 구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거룩한 사명이다.” 한국 교육계 전반에 이념적인 성혁명 교육이 광범위하게 시도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서는 일에 앞장서 …

중국, 가톨릭, 상하이 교구,

“中 가톨릭 주교, 박해에 무관심… ‘’종교 중국화”만 집중

중국에서 가톨릭 주교 10명이 구금 또는 실종되거나 직위에서 강제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정부에 의해 임명된 주교는 최근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종교 중국화’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매체 ‘비터윈터’는 “2023년 4월 4일 중…

한교총 8차 임원

한교총, 새 대표회장에 김종혁 목사… 차기 임원 인선 완료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이 제8회기 대표회장에 김종혁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를 선임하는 등 차기 임원진 인선을 마무리했다. 한교총은 9일 오후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제7-6차 상임회장회의·제7-1차 임원회 연석회…

기침 총회 114

이욥 목사, 천신만고 끝에 기침 총회장 당선

소송전 벌였던 이욥 목사 사과해 총회장 복귀 이종성 목사도 사과 1차 투표서 과반, 상대 후보 사퇴 동성애 지지 행사 및 집회에 참석 또는 개최/주관 금지 결의도 통과 정기총회에서 총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기독교한국침례회(이하 기침) 총회가 이욥 목사(대…

k-ccm

주찬양·시인과촌장부터 위러브·히스플랜까지 CCM 사역자들 ‘한자리’

공로상 7인과 조현삼 목사 수여 앨범·워십·CCM 부문별 시상도 2년간 발표된 2,396곡에서 엄선 한국기독음악협회(회장 안민·송정미, 이하 K-CCM)에서 주관한 ‘2024 K-CCM 어워즈(AWARDS)’가 처음으로 지난 11월 25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에서 개최됐…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