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유형, ‘사이버폭력’이 1위… 교권 바로 서야”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푸른나무재단, 실태 조사 및 대책 발표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 현장. ⓒ푸른나무재단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 현장. ⓒ푸른나무재단

푸른나무재단(이사장 박길성, 설립자 김종기)은 12일 서초동 본부에서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을 발표했다.

1995년 설립된 푸른나무재단은 2001년부터 매해 전국 단위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22년 12월 19일부터 2023년 2월 28일(총 72일)까지 전국의 초·중·고교생(7,242명) 및 교사, 변호사, 학부모(27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6.8%, 가해경험은 2.4%, 목격경험은 11.9%로 나타났다. 교급별로 살펴 보면 ▲피해경험은 초등 7.7%, 중등 6.4%, 고등 4.9% ▲가해경험은 초등 3.2%, 중등 2.0%, 고등 1.1% ▲목격경험은 초등 12.5% , 중등 11.5%, 고등 11.0%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이버폭력이 25.8%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피해 학생의 98%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돼, 학생들 사이에서 사이버 공간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학교폭력은 3~4개의 유형이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피해학생 1명당 학교폭력 경험유형 수가 2018년 1.8개에서 2021년에는 2.5개, 2022년에는 3.8개로 증가했으며, 전년대비 협박/위협, 강요/강제, 성폭력과 갈취 등의 수치가 상승했다.

푸른나무재단은 “현재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학교폭력 유형이 혼재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사이버폭력 대응 및 피해회복을 위한 사후지원에 대한 내용은 미비한 수준이다. 최근 정부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삭제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사이버폭력 문제는 청소년 개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정-지역사회-기업이 연계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예방적 차원에서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구체적·제도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한편 ‘학교폭력 피해 후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학생은 77.9%였다. 또 피해로 인한 자살·자해 충동 경험은 전년 26.8%보다 크게 상승하여 38.8%로 조사되었다. 인터뷰를 통해서는 사안처리 이후 교내에서 가해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마주치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재발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등 결국 피해학생이 등교거부를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방관의 탈을 벗어라' 퍼포먼스.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방관의 탈을 벗어라' 퍼포먼스. ⓒ푸른나무재단

실제 푸른나무재단이 운영하는 피해학생전담지원기관 ‘위드위센터(Withwee Center)’에는 학교폭력 피해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용 현황을 살펴 보면 2020년 개소 당시 710여 건에서 2022년에는 1,570여 건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푸른나무재단은 “얼마 전 정부에서 국가수준의 피해학생 지원기관 설치 계획을 발표했는데, 하나의 기관 설치로 그 역할을 다 할 수는 없다. 피해학생 보호와 치유를 위한 전문기관이 시·도별로 확충되고, 공공 및 민간단위로 다양한 형태의 운영모델이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피해 극복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은 35.4%로 나타났으며, 피해 극복을 위해서는 ‘가해학생의 사과와 반성’과 ‘부모와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푸른나무재단은 “이처럼 피해학생 회복을 위해서는 가해학생의 사과와 반성을 이끌기 위한 제도가 선행돼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이에 처벌적 접근보다 피해학생 회복을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교급별로 다른 가해 동기가 주목을 받았다. 초등학생은 ‘상대방의 시비로 보복하려고’, 중·고등학생은 각각 ‘폭력인지 모르고’, ‘다른 아이들도 하니까 그냥 따라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푸른나무재단은 이에 “가해원인 분석에 따른 개입 가이드 마련과 가해학생 조치의 효과성 검토 및 가해학생 선도를 위한 학부모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문제 해결은 학교가 바로서야 가능하며, 학교폭력 문제 해결과정에서 교사의 권한 확립이 필요하다. 교육자로서 의지를 가지고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가 좌절된 경험을 한 교사들의 상실감은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조력자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 갈등의 조정과 해결을 위한 교사의 권한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 교육 역량 회복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의 실태와 심각성을 한국 사회에 알리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라는 일념으로 22년째 실태조사를 수행하여 오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심에 있다. 일시적인 이슈에 따라 정책이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가 국가 책임 하에 마련되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심각한 사안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학교폭력의 복잡한 양상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책임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의 피해로 외아들을 잃은 기독교인 아버지인 김종기 명예이사장이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시민사회에 알리고 학교폭력 예방과 치료의 목적으로 설립된 청소년 N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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