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정치적 혼란에 따른 인프라 부재로 피해 극대화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홍수가 남기고 한 흔적.  ⓒCBS 보도화면 캡쳐

▲홍수가 남기고 한 흔적. ⓒCBS 보도화면 캡쳐

며칠 전 리비아에 내린 강한 폭우로 2개의 댐이 동시에 붕괴되면서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실종됐다. 이는 수 년간의 혼란과 분열로 황폐해진 국가에 닥친 가장 최근의 재난이다.

AP통신은 “리비아는 수 년간의 전쟁과 중앙정부의 부재로 인프라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폭우에 취약한 상태였다. 유엔에 따르면, 리비아는 현재 기후 전략을 개발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였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나토(NATO)의 지원을 받은 ‘아랍의 봄’ 봉기가 독재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무너뜨린 후 정쟁으로 분열됐고, 민병대의 충돌에 시달렸다.

리비아에서 두 개의 댐이 터진 후 강변 건물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휩쓸려 가면서, 동부의 데르나(Derna) 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관련 영상에는 항구 도시의 남은 탑 블록과 전복된 차량 사이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이후 매장을 위해 수거된 담요로 덮인 보도에 시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도 담겼다.

주민들은 “경고 시스템이나 대피 계획도 없었고, 위험을 알리는 유일한 징후는 댐이 무너지는 큰 소리뿐이었다”고 했다.

2014년부터 리비아는 국제적인 지지를 받는 정부와 수많은 무장 민병대의 지원을 받는 정부로 분열됐다. 트리폴리에서는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 총리가 전자의 정부를, 벵가지에서는 라이벌인 오사마 하마드가 강력한 군 사령관 칼리파 히프타르의 지원을 받는 후자의 동부 행정부를 이끌고 있다.

정부와 동부사령부는 각각 수해 피해 지역 구조 활동을 돕겠다고 약속했으나, 성공적인 협력 기록은 없다. 경쟁 의회는 2021년에 예정된 선거가 한 번도 열리지 않는 등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수 년 동안 단결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2020년까지도 양측은 전면전을 벌였다. 히프타르의 군대는 수도를 점령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1년간 벌여 트리폴리를 포위하고 수천 명을 죽였다. 그러다 2022년 전 동부 지도자인 파티 바사가(Fathi Basagah)는 라이벌 민병대 간의 충돌로 인해 철수하기 전 트리폴리에 정부를 세우고자 했다.

지역 및 세계 강대국의 지원으로 분열이 더욱 강화됐다. 하프타르의 군대는 이집트, 러시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의 지원을, 서부 리비아 행정부는 터키, 카타르,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UAE, 이집트, 터키는 모두 현장 구조 활동을 돕고 있다. 그러나 12일 현재까지 구조 작전은 데르나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리비아 수석 분석가인 클라우디아 가지니(Claudia Gazzini)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폭풍으로 인해 항구 도시로 진입하는 많은 도로가 끊겨 부분적으로 물류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도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했다. 

가지니는 “구조팀을 파견하려는 국제적 노력은 트리폴리에 본부를 둔 정부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내에서 구호를 허용하려면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녀는 “벵가지 정부가 혼자서 문제를 관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홍수는 국가의 불법으로 인해 발생한 일련의 문제에 따른 것으로, 지난달 리비아와 이스라엘 외무장관 간의 비밀 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리비아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드베이바의 사임을 요구하는 운동으로 확산됐다.   

지난 8월 초 수도에서 경쟁하는 두 민병대 사이에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져 최소 45명이 사망했다. 이는 무장단체가 리비아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리비아는 최근까지 분쟁과 빈곤을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떠나는 중동 및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주요 경유지가 돼 왔다. 민병대와 인신매매범들은 이집트, 알제리, 수단 등 6개국 국경을 넘어 이민자들을 밀입국시키는 등 리비아의 불안정으로 인해 이익을 얻었다.

데르나의 대부분은 20세기 전반 리비아가 이탈리아의 점령 하에 있었을 때 건설됐으며, 아름다운 해변가의 하얀 집과 야자수 정원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2011년 카다피 축출 이후 이곳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중심지로 붕괴됐고, 이집트 공습 당시 폭격을 받았다. 이후 2019년 히프타르 군대에 의해 점령됐다. 

동부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데르나도 혁명 이후 재건축이나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 유고슬라비아 회사가 건설한 무너진 와디 데르나(Wadi Derna) 댐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현대 기반 시설은 카다피 시대에 건설됐다.

런던에 본부를 둔 왕립연합군 국방안보연구소의 리비아 전문 연구원인 잘렐 하차우이(Jalel Harchaoui)는 “히프타르는 도시와 그 인구를 의심스럽게 보고 있으며, 너무 많은 독립을 허용하는 것을 꺼려 왔다”며 “예를 들어 작년 도시에 대한 대규모 재건축 계획은 데르나 원주민이 아닌 벵가지와 다른 곳의 외부인이 주도했다”고 했다.

이어 “비극적이게도 이러한 불신은 다가오는 재난 이후 기간 동안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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