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억류 중인 2,600명 강제북송 중단 촉구
100여 명 탈북민 벌써 강제북송돼
북송되면 온갖 고문·사형 등에 노출
항저우 아시안게임, 저지 골든타임
中, UN 협약과 이사국 의무 지켜야
사단법인 북한인권,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올바른북한인권법을위한시민모임(올인모), 에스더기도운동, 북한자유주간, 한국노년인권협회 등 북한인권단체들이 19일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탈북민 2,600명에 대한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최근 북중 간 국경이 개방되며 코로나 기간 중국에 억류돼 있던 최대 2,600명의 탈북민에 대한 강제북송이 임박했다. 일부는 이미 강제북송이 시작됐다 한다”며 “탈북민이 북송될 경우 북한에서 온갖 고문과 교화소 및 정치범수용소, 사형에 이르는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1982년 9월 24일 유엔 난민협약, 1988년 10월 4일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유엔 인권이사국이자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서 국제 상행규범인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심각한 인권 유린국은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를 열 자격이 없다. 국제사회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참가로 히틀러 선전에 이용됐던 전례를 반성하고,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한 바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 2,500만 동포들이 우리와 같은 자유와 인권, 번영을 누리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오늘 특히 많이 모인 것은 당장 중국에 2,600명이 북한으로 강제북송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북한 동포의 자유와 인권을 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이어 에스더기도운동 대표 이용희 교수는 “이번 주부터 10월 초중순까지가 2,600만을 살려 달라고 부르짖을 최적의 타이밍,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위구르와 홍콩 인권 탄압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9월 23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없었으면 벌써 2,600명을 강제북송했을 텐데,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전 세계 언론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외쳐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강제북송당한 사람이 10만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 있는 탈북민이 강제결혼, 인신매매, 쫓김을 당하며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가고 싶은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얼마 전 통일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중국에서 탈북민이 남한으로 오는 데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외무부 장·차관도 공개적으로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온 힘 다해 외칠 때 2,600명 탈북민을 구출할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탈북자 1호 박사로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연 안찬일 박사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안찬일 박사는 “중화인민공화국 중국공산당은 프롤레타리아를 중요시하고 그들을 위해 투쟁한다. 말로만 프롤레타리아를 외치지 말고, 북한의 프롤레타리아인 탈북민 동포를 대한민국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김태훈 한변 변호사는 “탈북민 2,600명 강제북송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곧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데,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중국이 강제북송하려는 변함없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신의주에서 100명에 가까운 북한 주민이 이송됐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를 강제북송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한다. 정부도 중국에 직간접적으로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지만 한계가 있다. 보편적 인권과 정의를 존중하는 세계 시민사회가 강제북송 중단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과거 강제북송을 자행했다는 이규호 전 중국 공안은 “현재는 전향해 크리스천이 돼 영락교회에서 신앙생활하고 있다. 죄인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가해자로서 탈북 동포의 인권을 침해하는 진실을 밝히고 증언을 통해 탈북 동포에게 용서를 빌고자 한다”며 “저는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경찰 생활을 했다. 상부의 지시를 믿고 관할구를 돌아다니며 신분증이 없는 사람을 파출소로 끌고 갔다. 그곳에서 발로 차고 전기 방망이 고문을 하고 그랬다. ‘절대 북송시키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이야기하는 그 사람을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는 반동시민으로 강제북송됐다. 이런 이야기를 해 부끄럽고 죄송하다. 탈북자 강제북송은 반드시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자유주간 대회장 수잔 숄티 대표(북한자유연합/디펜스포럼)는 “얼마 전 중국에서 신의주로 가는 두 버스를 목격했다. 100여 명의 북한 사람들이 이송됐다. 중국은 그들을 합법적으로 중국에 있던 사람들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그들은 탈북 난민”이라며 “강제북송은 반인도범죄이기 때문에, 이에 종사하는 중국과 북한 관리자는 반인도범죄로 반드시 처벌되어야 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중국 당국의 강제북송에 협조하지 말아야 한다. 불법적인 강제북송을 중단하기까지 중국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숄티 대표는 “미국, 시카고, 로스엔젤레스, 워싱턴 D.C., 아프리카, 잉글랜드, 캐나다, 말라위, 필란드, 뉴질랜드, 네덜란드, 일본 등 전 세계가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탈북민 출신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자유대한민국을 찾아온 탈북 청년 두 사람의 눈을 싸매고 강제로 김정은에게 던졌다. 잔인하고 야만적이었다”며 “중국은 강제북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엔 국제이사회와 안보리에서 빠지고 물러나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유엔 연설에서 2,600명 탈북자를 대한민국으로 보낼 것을 당당해 말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탈북민 출신으로 강제북송을 경험했던 김정애 목사(옥토밭교회)는 “살기 위해 탈북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 가 보니 그래도 볼 자유와 먹을 자유가 있었다. 이후 남한에 오려다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북송당했다. 강제북송되면 일단 알몸으로 벗겨져 고문을 당한다. 매일 죽어나가는 시체들을 보았다. 저도 죽을 뻔했지만, 하나님께서 기적 같이 감옥에서 살려 주셨고 다시 탈북하게 됐다. 제 큰 동생은 북한에서 매 맞아 처참하게 죽었다. 막냇동생은 지금 정치범수용소에서 고통당하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북한은 감옥이다. 인권은 다 착취당하고 빼앗겨 김 씨의 노예로 고통당한다. 지금도 북한 사람들은 그 고통을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있다. 강을 건너며 목숨을 건다. 저도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넜다. 2,600명의 탈북민은 살기 위해 목숨 걸고 탈출했는데 다시 악마 소굴로 들어가게 생겼다. 2,600명이 강제북송되면 처참한 죽음을 당할 것”이라며 “강제송환을 즉각 멈추길 간절히 호소하고,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밖에 1세대 실향민 노학우 실향민중앙협의회장, 가와사키 에이코 여사(모두모이자, 사단법인 AKU JAPAN), 김일주 대한민국장로연합회 공동회장(전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사무총장) 등도 중국 내 2,600명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이후 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보내는 전언을 발표하고, 중국 시진핑 주석에 보내는 강제북송 중단 촉구 서신을 중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이용희 교수는 “2,600명을 구출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 강조해 왔다. 죽음의 문턱에서 떨고 있는 탈북민은 헌법상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대통령과 온 공직자들이 탈북민을 위해 외쳐 주길 바란다”며 “탈북민 2,600명과 북한 주민 2,500만 명을 구원하는 자유민주주의로 복음통일을 이루길 간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