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역자지위향상위도 ‘상설위’로 승격 전환
대표적인 보수 장로교단 예장 합동에서도 여성 강도사의 길이 열렸다.
예장 합동(총회장 오정호 목사)은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108회기 총회 둘째 날인 19일 저녁 회무에서 ‘여성 사역자의 목사후보생 고시와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을 허락했다.
‘목사 안수’까지는 아니지만 강단에서 설교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김으로써, 여성 사역자들의 지위 향상과 사역 확장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교단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 김학목 목사는 보고에 앞서 “중대한 사안인 만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 같다. 헌법의 교리와 정치가 개정되지 않는 한 여성 안수는 불가하다. 하지만 여성 사역자들의 앞날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총회가 심도 있게 연구 검토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위원회 총무 유흥선 목사는 “1년간 특별위원회에서 연구하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주변으로부터 욕도 듣고 많은 부담감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엄청난 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첫 번째가 성경의 문제이고, 두 번째가 신학적, 헌법적 문제”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성 사역자들의 현실이 너무나 딱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들이 다른 교단으로 넘어가 안수를 받고 활동하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며 “헌법개정 전까지 여성사역자들의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여성 준목제도의 활성화 방안으로 안수가 필요치 않은 목사 후보생 고시와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까지는 허락해 노회로 하여금 여성사역자의 직무를 관리, 지도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청원했다.
이에 오정호 총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해 주셨다. 총신대에서 만났을 때 ‘헌법적 문제이기에 안수 문제는 거론하지 말라. 그 대신 지위 향상에 있어서 라이센스를 주는 것은 목사님들이 심도 있게 고려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 기억이 난다”며 총대들의 의견을 물었고, 총대들은 이의 제기 없이 이를 허락했다.
아울러 위원회를 한시적인 기간 동안 역할을 감당하는 특별위원회에서 상설위원회로 승격 전환하는 청원도 포함에 허락했다. 성경과 여성 준목제도 활성화는 성경과 헌법, 신학적 문제로 단기간에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 위원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헌법적으로 신학적으로 충돌 없는 효율적 대책 마련과 로드맵을 정립하고, 여성 사역자들의 고충과 헌의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시대적 요구’, ‘교단 이탈’ 외면 못해
강도사는 예장 합동과 예장 합신 등을 비롯한 일부 교단에서 채택하고 있는 직분으로, 전도사에서 목사가 되는 과정 중간에 위치한다. 강단에서 설교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목사와 달리 치리권 또는 축도와 성례(세례와 성찬)을 집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예장 합동은 오랫동안 ‘여성 안수 불가’ 원칙을 고수해 왔다. 매년 여성 안수 허락을 요청하는 헌의안이 올라왔지만, 성경에 반한다는 보수적인 입장이 워낙 강해, 개인적으로 여성 안수를 찬성해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여성 목사 안수 반대가 여성에 대한 차별로 받아들여져 젊은 세대가 교회를 등진다는 주장을 비롯해, 교단의 교세가 급격히 쇠퇴하고 기관, 군종, 해외선교지 사역을 위해 여성 사역자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대두됐다.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차세대 여성 사역자들이 교단을 떠나 타 교단의 대학교와 신대원으로 진학하고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목사로서 권위와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합동은 그동안 ‘절대 불가’라는 주장과 ‘시대적 요구’라는 주장, 그리고 ‘여성사역자 이탈을 위해 보완할 제도를 만들자’는 중도적 주장이 있었는데, 이번에 결국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여성 목사 안수’ 허용 수순은 아냐”
하지만 이번 ‘강도사 고시 응시 허락’이 여성목사 안수로 가는 정해진 수순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오정호 총회장은 20일 오전 “여성 목사 안수는 신학적으로 성경적으로 교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데, 우리 교단의 정체성으론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하지 않는다. 벌써부터 여성 목사 안수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 오해 말라.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동안 여성 사역자의 지위 향상을 위해 여러 차례 모였는데, ‘목사 안수는 안 된다(는 원칙론)’에 머물러서는 어렵고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이라며 “(총회장이) 고퇴(의사봉)와 헌법을 받을 때 그냥 받지 않는다. 피눈물을 흘리며 선조들이 세운 역사적 전통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신학부와 규칙부들이 다 모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