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2023년 리빙도너 캠페인 진행
박진탁 목사, 국내 최초로 생면부지 타인에 신장 기증
이후 생존 시 신장이식 결연사업 시작… 총 969명 참여
“신장병으로 고통받는 제 친구처럼 어디선가 신장이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신장기증을 결심했어요.”
15년 전, 조애영 씨(50세, 여)는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신장이 망가져 10년 넘게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친구의 사연을 듣게 됐다. 그 순간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심했지만, 친구는 신장이식만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신장기증이 좌절된 후, 친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떠올린 조 씨는 생면부지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하기로 다시 한 번 결심을 굳혔다. 2009년 7월 16일, 오랫동안 신장병을 앓고 있던 한 50대 여성 환자가 조 씨의 신장기증으로 새 삶의 기적을 만났다.
1991년,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의 이사장인 박진탁 목사가 국내 최초로 타인을 위해 대가 없이 신장기증을 한 이후, 지금까지 조애영 씨처럼 본부를 통해 일면식도 없는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신장 하나를 나눈 생존 시 신장기증인(이하 리빙도너)은 969명이다. 신장의 위치에 따라 갈비뼈 절단수술까지 감내한 경우가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기증인 중에는 장기기증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의 오해 어린 시선을 받은 이들도 적지 않다. 아무런 대가 없이 실천한 신장기증을 장기 매매로 오해하거나 유별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일을 겪은 것이다.
이에 본부는 신장기증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여 리빙도너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올해 초부터 ‘위드 히어로, 리빙도너 캠페인’을 전개했다. 캠페인을 통해서 기증일 축하카드 발송과 명절 선물 전달 등을 계획한 본부는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리빙도너에게 다양한 기관과 기부자들의 마음이 담긴 ‘응원박스’를 배송했다.
응원박스에는 광동제약, 던에드워드코리아, 로얄스킨, 샘표, 오설록 등 기업의 물품 후원과 EJN, 네이버 해피빈 기부자, SGI서울보증 강남본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조성된 기부금으로 마련된 비타민, 주방세제, 선크림 및 화장품, 해바라기유와 차, 한과 등 추석맞이 선물이 담겼다. 더불어 신장이식인들의 감사 편지와 캠페인을 통해 모인 응원 댓글이 담긴 책자도 함께 발송됐다.
추석을 한 주 앞두고 본부 응원박스를 전달받은 이태조 목사(62세, 남)는 “리빙도너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모아주신 분들 덕분에 어느 때보다 고마움이 넘치는 명절을 보낼 것 같다”라며 “이 사랑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나누는 일에 더 힘쓰겠다”라는 뜻을 전했다. 이 목사는 1993년 신장 하나를, 2005년 간의 일부를 타인을 위해 기증하며 국내 몇 안 되는 신장‧간 기증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엄해숙 씨(70세, 여) 역시 “작은 나눔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응원에 힘입어 생명나눔 운동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엄 씨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모자 신장기증인으로 2003년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 엄 씨를 따라 2011년 아들 윤현중 씨도 일면식도 없는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했다.
추석을 맞아 리빙도너에게 응원박스 전달을 기획한 본부 대외협력국 이금복 국장은 “타인을 위해 큰 용기를 내어 신장기증을 실천한 분들께 추석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며 “앞으로도 기증인들의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본부는 신장기증인 사후 검사비 및 진료비, 약제비를 지원하고, 생존 시 신장이식 결연사업을 통해 신장을 기증하고 이식받은 이들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의 캠페인 및 행사를 후원하는 등 기증인을 위한 예우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