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정착하는 ‘기독교인 난민’ 수 급감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오픈도어 “美, 더이상 안전한 피난처 아냐”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리아 출신 기독교 난민들의 모습.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리아 출신 기독교 난민들의 모습.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국제 종교 자유 수호 단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심각한 박해국가에서 미국으로 재정착하는 기독교인의 수가 여전히 사상 최저치에 맴돌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는 20일(이하 현지시각) 복음적 인도주의 기관인 월드릴리프(World Relief)와 국회의사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클로즈드 도어스’(Closed Doors) 최신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선 보고서를 발표한 지 3년 만이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전 세계 기독교인 7명 중 1명이 ‘심각한 수준의 박해와 차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오픈도어가 매년 공개하는 ‘기독교 박해국 목록’(WWL)에 속한 50개 국가들에서 미국으로 재정착한 기독교 난민의 수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최근 정책의 변화는 미국이 더 이상 과거처럼 난민을 위한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으로의 난민 입국이 극적으로 감소하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 수치가 최저점에 도달하긴 했으나, 난민 입국자 수는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삶이 정상 상태로 돌아온 속도보다 더 느리게 반등했다”고 했다.

▲지난 20일 4명으로 구성된 패널이 워싱턴DC의 미국 국회의사당 방문객 센터에서 전 세계의 현 종교 박해 상황과 미국 난민 재정착 및 망명 정책과의 연관성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맨 왼쪽부터 순서대로) 마이얼 그린 월드릴리프의 회장 겸 대표, 라이언 브라운  미국 오픈도어 회장 겸 대표,  브렌트 레더우드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 이란 난민 출신 미국인 시마 아르샤디.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지난 20일 4명으로 구성된 패널이 워싱턴DC의 미국 국회의사당 방문객 센터에서 전 세계의 현 종교 박해 상황과 미국 난민 재정착 및 망명 정책과의 연관성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맨 왼쪽부터 순서대로) 마이얼 그린 월드릴리프의 회장 겸 대표, 라이언 브라운 미국 오픈도어 회장 겸 대표, 브렌트 레더우드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 이란 난민 출신 미국인 시마 아르샤디.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월드릴리프 매트 소렌스(Matt Soerens) 정책 부대표는 “2022 회계연도 말까지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 속한 50개 국가에서 미국으로 정착한 기독교 난민의 수는 9,538명으로, 2016 회계연도의 32,248명에 비해 약 70%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2020 회계연도에 측정된 최저치인 5,390명에 비해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로 “미국의 난민 및 망명 정책 변경이 박해받는 기독교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른 소수 집단은 대부분 미국 난민 재정착 시스템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소렌스 부대표는 재정착 증가를 환영하며, 2023 회계연도 통계를 통해 더 많은 기독교 난민의 재정착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기독교인들이 특히 심각한 박해를 받고 있는 일부 특정 국가에서 온 난민들에게는 이 수치가 훨씬 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8위를 기록한 이란의 경우 2016년부터 2022년 사이에 미국으로 입국한 기독교 난민 수가 95% 감소했다. 18위를 기록한 이라크는 94%, 14위 미얀마는 92%, 4위 에리트레아는 85% 감소했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 재임 기간 미국 국토안보부가 지난 5월 제정한 합법적인 입국항 이외의 방법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의 망명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지적했다.

소렌스 부대표는 “입국항에서 망명 예약을 요청하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앱은 망명을 요청하려는 개인의 수보다 훨씬 짧은 예약 시간을 제공해, 일부 사람들에게 ‘망명 복권’이라고 불렸다”면서 “미국의 망명 시스템은 위험한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 안전한 곳에 가는 것이 유일한 희망인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패널들은 2023년 ‘국경 보안법’으로 알려진 HR2에 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올해 초 공화당이 다수인 미 하원에서 찬성 219, 반대 213으로 통과된 이 법안은 부분적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에게 50달러의 수수료를 요구함으로써 망명 절차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월드릴리프의 사장 겸 대표인 마이얼 그린(Myal Greene)은 “HR2는 종교적인 이유로 난민이 된 이들에게 망명 경로를 지원하고 제공하는 데 엄청난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소레스 부대표 역시 “이 법안은 망명 자격을 갖추는 데 필요한 ‘서류 기준’을 강화하고 ‘망명에 대한 접근을 철회하려는’ 시도”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미 상원에서 여전히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그린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에 “난민 재정착 한도를 높이고 늘려야 한다”며 의회에 로텐버그 개정안을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그린 대표는 故 프랭크 로텐버그(Frank Lautenberg) 민주당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구소련 공화국 사람들을 위해 수 년 동안 초당적이고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진 법안”이라며 “특히 종교적 소수자들을 위한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개정안이 가장 최근의 하원 해외 사업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개탄하며 “이는 국경 보안에 약 350억 달러(약 46조 9,210억 원)를 투입하고, 망명 신청을 검증할 판사와 경찰관의 수를 늘려 국경에서의 판결 역량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초당적인 노력”이라며  “사람들이 미 전역에 흩어지지 않고도 국경에 더 가까운 곳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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