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예수님처럼 손 내미는 삶, 행복한 삶
닥터 토플, 행복을 주는 사람
이기섭 | 좋은씨앗 | 272쪽 | 16,000원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이르시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신대 나병이 곧 떠나니라(눅 5:13)”.
1959년 스탠리 크레이그 토플(Stanley Craig Topple)은 전쟁이 끝난 직후 가난과 질병과 고통이 가득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찾았다. 그는 틀림없이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일꾼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아들을 목사로 키워내고 싶었지만, 아들은 경건하고 신실한 사업가가 되었고 손자인 토플이 가족 모두의 기도와 후원과 적극적인 지지로 의료 선교사가 되었다.
그가 속한 미국 남장로회 선교부에서 토플을 파송한 곳은 나요양소, 한센병 환자가 기다리는 애양원이었다. 혹시라도 감염될까 가까이 가지도 않는 그들에게, 토플은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성경의 증언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유대인들은 부정한 것을 만질 수 없었다. 특별히 율법에 따르면 나병에 걸린 자는 부정한 자로 백성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했고, 성 밖에 나가 기적적으로 병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사람들에게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을 뿐 아니라 그 손을 “그에게 대시”었다. 예수님은 그들이 병에서 깨끗함을 받기를 진심으로 원하셨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비참한 인생에서 건져내 참 사람의 인생을 살도록 은혜를 베풀고 싶어하셨다.
그 ‘동정, 긍휼’은 예수님을 닮은 사람의 마음에서 필히 발견돼야 한다. 그분이 제자들과 함께 승천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이 땅에 남겨두신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제자들은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주께서 분부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소명을 받았다.
그 소명은 단순히 기독교 교리를 전수하는 것이 아니다. 그 교리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풍성한 긍휼과 자비를 베풀 것을 요구한다. 쉽게 말해 우리도 손을 내밀어 구원이 필요한 사람의 삶을 만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귀한 복음을 전달할 때, 우리는 복음이 실제로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사랑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작가 이기섭은 “신앙적·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물을 취재해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소명이 있다”고 소개됐는데, 실제로 그 소명을 이룰 능력과 은사를 하나님께 받은 것 같다. 그가 쓴 <그 청년 바보의사>와 <아도니람 저드슨의 생애> 그리고 이번에 쓴 <닥터 토플, 행복을 주는 사람>은 인물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거기서부터 밀려오는 감동과 교훈을 파도처럼 끊임없이 제공한다.
독자는 책을 펼치는 순간 1959년의 전라도, 푸른 눈의 젊은 청년 닥터 토플을 만나 그의 말과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접할 수 있다.
의료 선교나 구제 선교는 잘못하면 복음이 아니라 번영에 굶주린 이들만 잔뜩 불러들일 위험이 다분하다. 예수님도 그래서 잘못된 동기로 빵을 구하거나 표적을 구하는 이들을 일부러 피하셨다.
닥터 토플의 삶이 값지고 아름다운 것은 그가 행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료 행위, 그 헌신과 봉사와 섬김의 삶이 복음과 결코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복음은 그의 하루를 시작하고 진료를 시작하는 힘이었다. 복음은 그가 끝까지 성실하게 사역을 마칠 수 있게 한 동기였다. 복음은 심지어 환자들이 나병을 천형병이 아니라 천혜병이라고 부르게 만든 강력하고 풍성한 하나님의 능력이었다.
또 복음은 토플이 의료 선교사로 살아가는 모든 삶을 빚어내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손길이었다. 그는 검소했고, 인격적이었고, 희생적이었으며,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일반인과 공생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나아가 완치된 환자가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을 익히도록 가르쳐 주고, 또 아무것도 없는 그들에게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데까지 나아갔다.
복음의 능력은 토플과 함께 수많은 동역자를 불러 모으는 힘이 되기도 했다. 도저히 갚을 수 없는 큰 사랑을 받은 자들은 그 사랑에 감격하여 자기 삶을 기꺼이 드린다는 걸 확인하게 해주는 많은 증인이 있었다. 우리는 받은 사랑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계속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 책이 쓰여진 지금, 토플 부부는 20년의 한국 의료 선교를 마치고 이후 10년의 아프리카 의료 선교를 끝낸 후, 은퇴하여 지역 교회 안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여전히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을 섬기고 있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그들은 손을 내밀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삶을 만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해외 선교의 부르심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교회 인도자로 소명을 얻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성도는 ‘부르심’을 받았다. 은사도 받았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다른 지체와 이웃을 섬기도록.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큰 사랑에 감격하여 다른 이들을 섬기고 사랑하도록.
<닥터 토플, 행복을 주는 사람>을 통해 우리 모두 행복한 사람이고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원한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그날까지 우리는 부르심에 합당한 삶, 가장 행복한 그 삶을 살 수 있다. 세상 풍조에 떠밀려 어느새 내가 바라는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면, 토플을 통해 다시금 우리가 살아야 할 행복한 삶을 되찾기를 바란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