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소크라테스와 키르케고르의 질문
쇠렌 키르케고르 입문
존 스튜어트 | 이창우·최정인 역 | 카리스아카데미 | 300쪽 | 21,000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익명의 시대에 우리의 존재는 점점 흐물거린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사고와 생활 방식도 급격히 변화시킨다. 이러한 때에 19세기 철학자와 그의 사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덴마크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쇠렌 키르케고르(S.Kierkegaard, 1813-1855). 그는 지식이란 추상적 학문 자체가 아니라, 삶과 연결되고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키르케고르가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시대에 맞게 변용한 것은, 그러한 그의 원칙을 자연스럽게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흔히 키르케고르의 삶과 사상을 설명할 때, 실존의 세 단계로 소개한다. 그러한 소개의 장점이 있겠지만, 한 사람의 사상과 삶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기에 어려움 또한 있다.
키르케고르와 헤겔 전문가인 존 스튜어트(jon stewart)는 『쇠렌 키르케고르 입문』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독자들에게 키르케고르를 소개한다.
저자는 키르케고르가 줄곧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작품에 적용했던 소크라테스와의 관계를 통해, 보다 통합적이고 풍성하게 키르케고르의 사상을 설명한다.
키르케고르가 코펜하겐 대학에서 석사 논문으로 작성한 ‘아이러니의 개념’, 그는 이 논문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진정한 모습에 도달하고자 했다. 다양한 관점과 철저한 분석을 통해 소크라테스는 새롭고도 분명하게 파악된다.
키르케고르의 이후 작품에서는 ‘아이러니의 개념’에서 분석한 소크라테스의 사상이 긴밀하게 연관된다. 플라톤의 대화 편에서 묘사하는 소피스트들. 그들은 안락함을 누리는 달변가였지만, 참 진리를 추구하지 않았다.
이 시대 소피스트들이 얼마나 많은가. 진리를 안다고 자부하지만, 자기만족에 빠져 자기 확신만 가득하다. 기본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은 겸손할 수밖에 없다. 참 진리는 가까이 갈수록 잡을 수 없음을 알기에.
교만하며 자기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타인 또한 거짓의 길로 인도한다. 소크라테스는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소피스트들을 무력화시켰다. 소피스트들의 불확실한 토대를 지적했다. 그들이 고수하는 그릇된 관점을 재고하도록 만들었다.
키르케고르는 당대 사회에서 소피스트들을 보았다. 지금도 여전한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사람들. 그는 소크라테스의 방법을 이용해 교만이 가득한 사람들의 원천을 약화시키기로 결심했다.
이렇듯 키르케고르는 소크라테스의 아이러니와 부정성, 산파술 등을 통해, 당대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도록 돕는다.
다시 한 번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키르케고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키르케고르는 소크라테스와 헤겔과의 대화를 통해 당대의 시대 문제의 해답을 모색했다.
키르케고르의 작품은 그러하기에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고 적실하다. 존재를 두고 치열하게 분투한 그의 고민은 현재에도 동일하게 우리의 질문이기도 하기에.
모중현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