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난민 10만 이상 발생… 인도주의적 위기 고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유엔난민기구, 즉각적인 지원 촉구

▲2020년 10월 11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아르메니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이 군사 행동을 벌이는 것을 반대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아르메니아 국가위원회(ANCA)

▲2020년 10월 11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아르메니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이 군사 행동을 벌이는 것을 반대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아르메니아 국가위원회(ANCA)

대다수 아르메니아인들이 아제르바이잔에 의한 군사 점령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를 탈출한 가운데, 난민과 부상자, 체포되는 이들의 수가 증가하며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아르멘 프레스(Armen Press)에 따르면, 나젤리 바그다사리안(Nazeli Baghdasaryan) 아르메니아 총리실 대변인은 9월 30일(이하 현지시각) “지난 한 주 동안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강제 이주된 사람의 수가 10만 417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난민 중 32,200명은 아르메니아 정부가 제공하는 숙소에 머물고 있으며, 아르메니아에 있는 친구나 친척과 함께 머물기로 결정한 이들도 다수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카비타 벨라니(Kavita Belani) 대표는 성명을 통해 “10만 명 중 상당수가 배고프고 지쳐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은  9개월 동안 봉쇄 속에서 지내면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해한다”고 했다. 유니세프는 이들 중 30%가 미성년자이며, 상당수가 가족과 헤어졌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뉴스(Armenia News)는 바그다사리안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약 405명의 실향민이 아르메니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들 환자 중 337명은 최근 군사 활동과 폭발 사고로 부상을 입었고, 중환자실에 있는 10명의 어린이들 중 5명은 심각한 상태이며, 1명은 매우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군은 루벤 바르다니얀(Ruben Vardanyan) 전 아르메니아 국무장관 등 아르메니아 시민들을 체포하고 박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다니얀 전 장관은 나고르노-카라바흐와 국가에 대한 공헌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BBC는 “아제르바이잔의 군사 작전 중 최소 200명의 아르메니아인과 수십 명의 아제르바이잔 군인이 사망했다”며 “연료 창고에서 폭발이 발생해 최소 170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난민을 돕기 위해 이동식 창고와 주방을 설치했으며, 유엔인구기금은 생리대와 비누를 포함한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과 적신월사(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 IFRC)는 카라바흐 국경 근처의 아르메니아 마을들이 임시 난민 수용소로 변했다고 전했다. IFRC의 히참 디아브(Hicham Diab)는 “난민들은 심각한 충격을 받았으나, 희망도 있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을 동등하게 재통합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아르메니아 대변인은 이 주장을 “거짓말”이라며 일축했다.

이 지역은 아르메니아인이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이 러시아 제국과 이후 소련의 일부였던 20세기 초에 그 분쟁의 뿌리가 있다. 1920년대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소련 아제르바이잔 내에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를 설립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소련이 붕괴되기 시작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인들은 아제르바이잔에서 탈퇴해 아르메니아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지속된 두 나라 간의 전쟁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후 1994년에 휴전이 체결됐으나, 이 지역에서는 산발적인 폭력 사태가 계속됐다.

2016년에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나흘 간의 전쟁이 발발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2020년 9월, 전쟁이 다시 발발하고 급속히 확대됐으며,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의 지원을 받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과 아르메니아 통제 하의 주변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실시했다.

2020년 11월 다시 휴전 협정이 체결됐으나, 양측이 서로를 휴전 위반으로 비난하는 등 긴장은 여전히 ​​높았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르메니아를 연결하는 유일한 도로인 라친 회랑(Lachin Corridor)이 몇 달 동안 봉쇄되는 가운데 전기도 공급되지 않고 식량 공급도 제한된 열악한 환경에서 지냈다.

이에 스위스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국제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International, CSI)는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해 수 개월간 이어진 봉쇄에 대해 4가지 긴급 대응을 제안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인종-종교 청소 정책과 관련해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당시 CSI 회장 존 아이브너(John Eibner)는 “당신은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었으며, 이를 통해 아르메니아 국민과 집단 학살을 혐오하는 모든 이들의 감사를 얻었다”며 “여러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인 아제르바이잔이 역사적인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또 다른 국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바이든은 2021년 4월 건국 106주년을 맞아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아르메니아 대량 학살을 인정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아르메니아 대량 학살을 홀로코스트를 포함해 훗날 전 세계가 목격한 대량 학살의 전조로 본다.

2020년 10월에는 약 10만 명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행진하며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의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